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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전쟁-정전 반세기
송필경 논설위원 | 승인 2003.08.05 00:00


1950년 6월 25일에 한국전쟁이 일어났다. 13개월 동안의 치열한 전투에도 불구하고 누구에게도 승리가 보이지 않자 25개월 동안 정전협상을 지루하게 끌었다. 1953년 7월 27일 한국은 제외된 채 미국과 북한, 중국은 정전협상을 맺었다.

국제연합군 총사령관인 미국 육군대장 마크 클라크와 다른 한편인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김일성, 중국인민지원군 사령원 펑더화이가 서명하였다.
이날 <뉴욕 타임스>는 “양쪽은 마치 휴전이 아니라 전쟁선포에 합의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 협정에 조인한 마크 클라크는 서명하는데 사용하라고 파커만년필 회사에서 특별히 보내준 만년필을 치우면서 “나는 이 시간에 기쁨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조인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부인을 부여잡고 자신이 미국 역사상 최초로 전쟁을 승리로 끝맺지 못하고 정전협정에 조인한 불명예스러운 군인이 되었다고 펑펑 울었다 한다.

당시로 볼 때 세계에서 가장 조그만 나라 북한과 막 건국한 가장 어린 나라 중화인민공화국을 상대로 초강대국 미국이 16개 유엔회원국의 지원을 받았음에도 군사적으로 무승부를 기록하였으니 클라크처럼 미국은 심한 모욕을 느꼈을 것이다.

살육의 포화가 멎은 지 50년, 한반도에 다시 전운이 몰려오고 있다. 이 위기는 북한의 핵개발 계획을 둘러싼 미국과 북한의 첨예한 대립 때문이다. 9·11 이후 미국 본토가 테러 공격 목표가 되자 미국은 북한의 핵 개발을 묵인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3자회담이나 5자회담과 같은 대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북한에 대한 봉쇄와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북한은 이러한 경제 제재는 전쟁행위라며 미국과의 일전불사를 외치고 있다.

북한은 작년까지만 해도 “미국이 있지도 않은 핵무기를 거론하며 공공연히 대북 적대정책을 편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이라크 침략을 구체화하자 북한은 작년 10월 방북 중인 켈리 미국무부 차관보에게 “농축 우라늄은 물론 그보다 더한 무기도 가질 자격이 있다”고 공언했다.

이라크 전쟁이 끝난 지난 5월 베이징 3자회담에서는 아예 “핵무기를 가지고 있다”고 선언하며 미국에 정면으로 맞서기 시작했다. 북한은 이라크 전쟁을 보면서 “IAEA의 사찰 수용 등 이라크가 유화적인 태도를 취했는데도 미국은 침략을 강행했다”고 주장하며 “전쟁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오직 강력한 자위력 뿐”이라며 핵무장을 합리화한다.

한반도에서 전쟁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전쟁이 일어날 경우 미국인을 포함, 너무나 큰 인명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에 미국이 북한과 전쟁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미국의 전략은 전쟁이 일어나면 대량 인명 살상이 예상되는 휴전선과 수도권 인근의 지상전은 한국군이 담당하고 미국은 해군과 공군을 동원하여 핵 시설로 추정되는 곳을 집중 공격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국방정책자문위원인 리처드 펄은 “휴전선 인근에서 한국인들이 서로 죽고 죽이는 것은 그들의 문제”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은신한 지하 벙커에 대한 미국의 핵공격이든, 영변 핵 시설에 대한 미국의 폭격이든, 남한의 핵 시설에 대한 북한의 보복 공격이든 전쟁은 한반도에 돌이킬 수 없는 대재앙을 만든다. 거대한 방사능이 유출되면 한반도는 죽음의 땅으로 변하는 것이다.

이라크에서 미국은 침략 명분으로 내세운 대량살상무기가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은데다 관련정보마저 거짓으로 드러나도 이라크를 침략한 것이 정당하다고 우기고 있다. 미국이 북한을 악마의 이미지로 색칠하고 전쟁을 일으키면 어쩔 수 없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한국전쟁을 치르면서 겪었던 참혹한 학살, 휴전선 고착화, 동족 사이에 끝없는 공포와 증오, 불신은 우리 민족의 의지와 아무 상관이 없었다. 미국과 북한이 대립하고 있고 중국과 일본의 태도를 예측하기 어려운 현 상황에서 믿을 것은 우리 민족의 화해뿐이다.

우리의 힘이 아무리 미약하더라도 한반도의 운명을 결정할 선택은 결국 우리 민족의 손에 달려 있어야 한다. 미국의 힘을 빌어서라도 이참에 북한을 박멸하자는 남한의 수구세력은 “북이 악이면 남도 악이고, 남이 선이면 북도 선이다”는 이영희 선생님의 외침에 귀를 기울어야 할 것이다.

 

송필경 논설위원  spk1008@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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