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는 ‘남녀 불평등 사회’의 반증,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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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는 ‘남녀 불평등 사회’의 반증, 그러나…
  • 이우리
  • 승인 2004.10.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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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의 역사와 그에 대한 철학적 고찰 1

인류 역사의 초기부터 매우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성매매는 ‘남녀 불평등 사회’를 반증하는 하나의 예라 할 수가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성을 파는 사람 중 십중팔구가 여자이고, 이에 반해 성을 사는 사람은 십중팔구가 남자이기 때문이다(아니, 어쩌면 십중팔구가 아니라 ‘열이면 열 다’일지도 모른다).

성매매를 하는 여자들은 생존을 위해 돈을 받고, 자신의 성을 판다. 성매매를 하는 남자들은 쾌락을 위해 돈을 주고 여자의 성을 산다. 남자들은 자의로 돈을 주고 여자의 성을 사는 것이지만, 여자들은 반대로 어쩔 수 없이 생존을 위해 돈을 받고 자신의 몸을 팔고 있는 것이다. 즉, 화폐(돈)를 매개로 이루어지고 있는 남성과 여성의 성매매는 사회적으로 불평등한 위치에 있는 남성과 여성의 권력 관계를 보여주고 있는 하나의 반증이 되고 있는 셈이다.

이는 인류 역사상 성매매가 처음으로 발생한 시기가 남녀의 불평등 관계가 처음으로 시작된 시기(잉여생산물의 생산과 계급사회의 발생)와 거의 일치하고 있다는 역사학계의 통설만 보아도 명확해 진다고 할 수가 있다.

물론 흔히들 ‘신석기 혁명’이라고 부르고 있는 농경사회의 시작이 곧바로 계급사회의 발생으로 이어진 것은 아님이 분명하다. 오히려 초기 농경사회에서는 ‘수렵과 채취’사회의 전통적인 성별분업 관계의 이어짐을 통해 여성들이 농사에서도 주도권을 가지고 있었음이 확실하다. 그러나 곧이어 ‘쟁기’의 사용(처음에는 사람이, 그 다음에는 소 등 동물의 이용)으로 인해 농사에서도 남성의 주도권이 확립되고 만다.

이후 이어진 결과는 우리가 이미 잘 알고 있는 바이다. 농업의 발전과 잉여생산물의 발생, 그리고 이를 기초로 한 정복전쟁의 발발(노예의 확보)은 청동기 시대로의 진입(무기의 발전)과 함께 인류의 역사상 최초로 계급사회가 발생하게 되는 토대로 작용하게 된다. 그리고 또한 이것은 인류 역사상 최초의 남녀 불평등의 역사가 시작되었음을 의미하고 있기도 하다. 드디어 ‘남성 지배계급’이 세상의 모든 권력을 틀어 쥔 인류의 ‘역사시대(문자의 발명)’가 시작된 것이다.

그런데 왜 성매매가 이 때 비로소 발생하게 되었을까? 이유는 명확하다. 계급의 발생으로 인하여 이제 인류 사회는 ‘하나의 공동체가 모든 공동체 성원의 생존을 다함께 책임지는 사회’가 더 이상 아니었던 것이다. 이는 곧 한 사회 속에서의 빈부격차가 발생하게 되었음을 의미했고, 더 이상 생존의 다른 수단을 갖지 못한 여성의 경우 돈(곡식)을 받고, 자신의 성을 팔아야만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남성의 경우? 그들 역시 자신의 성을 여성들에게 팔고 싶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들의 성을 살 수 있을만한 여성을 만나기는 ‘하늘의 별따기’였을 것이다.

그리고 이때 여성들은 인류의 역사상 처음으로 ‘이중의 굴레’를 쓰게 된다. ‘일부일처제’라는 관념에 싸여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나타나게 된 ‘결혼’의 역사... 이는 기본적으로 지배계급의 남성들이 자신의 권력(정치적, 경제적)을 자신의 자식이라고 충분히 ‘믿을 수 있을 만한’ 자에게 그대로 물려주기 위해 아주 이성적으로 고안해낸 제도적 장치였다. 지배계급의 여성에게 ‘정조의 서약’을 강요한... 그리고 이것을 어긴 여성에 대한 댓가는 남편의 ‘복수’, 즉 ‘죽음’이었다.

물론 여기에서 지배계급의 남성들 역시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여성에게 자신의 자식을 낳아줄 것을 요구하기 위해, 원시시대 자신의 ‘본능’과는 달리 ‘이성’적인 결혼이라는 제도를 만들어 낸 남성... 이제 그들도 선언적으로는 ‘일부일처제’에 동참해야만 했다(이러한 관념은 이 시기에 발생한 기독교와 동양의 유교 경전 등에 아주 강하게 남아 있다). 하지만 그들이 이것을 어겼을 때 사회적으로 받게 되는 ‘단죄’는 당연히 이를 어긴 여성들에 비한다면 ‘솜방망이’에 지나지 않았다(이릍테면 ‘아내’의 집안에 돈으로 배상하는 방법 등). 아니, 아주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성스러운 결혼’에 대한 서약을 파기해 나가기까지 했다.

그렇다면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발생하게 된 성매매는 인류사회의 주류인 ‘지배계급의 역사’에서는 조금 비켜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처첩을 거느리고 피정복민인 여성 노예들을 마음껏 유린할 수 있었던 최고위층 지배계급의 남성들이 성매매의 필요성을 그리 많이 느끼지는 않았을 테니까... 이것이 ‘산업혁명’ 이후 자본주의 사회가 급격히 발달하기 전까지 성매매가 인류 사회에서 그리 큰 문제로 등장하지 않았던 이유일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본격적인 성매매의 역사를 길게 잡아 일제시대의 공창제도에서 찾고 있지 않은가? 물론 그 이전 시대에도 성매매는 분명히 우리의 역사 속에 미미하게나마 존재해 왔지만 말이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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