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미래'도 "돈 없으면 죽으란 말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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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미래'도 "돈 없으면 죽으란 말이요"
  • 박영규
  • 승인 2008.05.13 15: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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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한편] 식코(아픈 사람)

화씨 911로 부시와 미국의 보수주의를 조롱했던 마이클 무어가 새로운 작품 '식코'를 들고 어메리칸 드림의 허상을 조롱할 때 그 이야기가 막연히 먼나라 미국의 어두운 의료제도에 대한 이야기라 생각했는데 남의 나라가 아니라 '우리의 미래'라 한다.

상상만으로도 끔찍하지만 2메가바이트 정권의 인수위가 공공연히 예언하고 있으니 참 걱정이 된다.

권력자들이 '비즈니스 프렌들리'라 하고 있으니 한편으로는 거대자본이 끊임없이 군침을 흘릴 테고 아메리카를 유토피아라고 생각하는 자들만의 정권이니 미국식 의료제도로 가는 것은 속도의 문제만 남은 것 같다.

의료계는 조만간 미국식으로 엄청 비즈니스 프렌들리하게 바뀔 것 같다.

의료보험 당연 지정제를 완화하겠다는 인수위의 용감무쌍한 발언이 의료 수요자들의 엄청난 저항으로 일단 헛발질로 정리됐지만 비즈니스 프렌드의 요구는 끈질길 것이고 오로지 경제성장에만 목매는 성장주의자들에게는 의료계를 상업적으로 재편하는 문제는 계속 달콤한 유혹이 될 것이다.

우선 의료보험 당연 지정제 폐지를 한 뒤에 민간 보험과 국민건강보험의 이원화를 한시적으로 적용하고 민간보험의 전면화로 나가겠다는 단순 무식한 방법은 철회됐다.

하지만 이제는 현재의 민간보험의 영역을 확장시켜서 파이를 키우고 영리법인의 허용을 통한 거대자본의 의료산업에 대한 진출에 용이한 환경을 조성하면서 건강보험의 보장성과 규모를 축소하는 우회적 방식을 시도할 것이다.

이러한 우회적 방식은 의료수요자들의 직접적 저항을 피하고 보험재정에 대한 경제적 논리와 우리나라 의료 환경에 대한 왜곡된 선전을 통해 상당히 먹힐 수 있는 방식이다.

이제 진짜 어려운 싸움을 준비해야 한다.

▲ 식코 장면 중.
이 쯤하고 식코를 한 번 들여다보자.

먼저 마이클 무어가 직접 출연하고 이 사람이 주연이다. 잘 어울린다. 다큐멘터리라는 왠지 인텔리 냄새가 나는 장르를 미국의 맥도날드에서 흔히 보이는 미국인들처럼 뚱보에 청바지에 모자를 눌러 쓴 너무 평범해 보이는 미국인의 모습을 한 그가 등장함으로서 상당한 설득력을 갖는다.

장면1. 먼저 중지와 약지가 잘린 사람이 등장한다. 손가락을 다시 붙이는데, 중지 6만달러. 약지 1만2천 달러란다. 물론 약지 하나는 붙이고 비싼 중지는 쓰레기통에 버린다.

장면2. 미국의 의료보험회사의 심사 담당하던 고연봉의 여자의사 등장. 보험적용을 피하기 위한 온갖 규정을 익히고 의료보험가입자의 치료보다 사망을 도운 댓가로 받은 고액연봉에 대해 회개하는 장면이 나온다.

장면3. 영국. 프랑스. 캐나다를 넘나들면서 엄청난(?) 의료보험제도를 가진 미국의 위대함을 조롱한다.

장면4. 911 테러 때 소방관들은 맨몸으로 무너진 건물에서 사상자를 구조하여 미국의 영웅이 되었지만 보험적용이 안된다. 영웅도 미국의 의료보험제도 앞에서는 버려진 하층민이다.

결국 이들은 무상의료를 행하는 적성국 쿠바로 넘어간다. 쿠바인들 앞에서 무상진료를 받고 아메리칸 히어로들은 뜨거운 눈물을 흘리는 웃지 못할 비극... 마이클 무어는 자칭 세계 최고의 국가 미국에 똥침을 날린다.

여기까지... 나머지는 보고 판단하라.

어메리칸들의 비극이 우리의 비극이 되지 않도록….

박영규(건치 울산지부 연대사업부 차장, 울산 연합치과의원, 경북 치대 93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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