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발자국을 넘어 기후행동으로 점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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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발자국을 넘어 기후행동으로 점프를!
  • 김현우
  • 승인 2021.05.26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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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시론]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김현우 연구기획위원

‘탄소발자국’은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할 때, 그것이 전 과정을 통틀어서 얼마만큼의 온실가스를 배출했는지를 알려주는 수치를 말한다. 예를 들어 우리가 점심 한 끼를 먹을 때 그 식재료가 길러지고 식탁으로 운반되고 조리되는 동안 수많은 자원과 에너지가 필요하며 이에 따른 탄소 배출의 발자국을 남긴다.

재료나 처리 방식에 따라서도 탄소발자국은 큰 차이가 난다. 한 끼를 된장찌개 백반으로 먹는 것보다 평양냉면을 먹는 게 몇 배나 큰 탄소발자국을 가질 수도 있는데, 냉면의 육수를 내는 소고기를 따라가 보면 소의 위장에서 이산화탄소보다 스무 배가 넘는 온실효과를 갖는 메탄이 다량 배출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탄소발자국은 우리가 평소에는 인식할 수 없는 중요한 사실을 알려주며, 기후변화를 완화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많은 행동들을 알려준다. 개인용 텀블러를 사용함으로써 종이컵 사용을 줄이거나 에코백을 들고 다니면서 포장용기 없는 장보기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탄소발자국 접근에는 큰 함정도 있다. 무엇보다, 탄소발자국을 의식하는 개인적 실천들이 지구온난화를 억제할 정도로 의미 있는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할 수 있느냐 하는 질문이 나온다.

포스코 같은 제철회사, 석탄화력 발전회사 등 10대 온실가스 다배출 기업이 만들어내는 온실가스의 양이 우리나라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총량의 절반이나 된다. 우리가 개인의 행동에 지나치게 주의를 기울이면 오히려 이런 다배출 기업들에 더 필요한 규제나 감독에 대한 정책은 시야에서 멀어질 수 있다.

게다가 많은 경우 우리의 행동은 기존의 제도, 문화와 관행, 그리고 우리의 소비를 부추기는 광고들에 의해 좌우된다. 한편에선 저렴한 에너지 요금으로 자동차 소비를 조장하는 상업 광고가 흘러나오고, 다른 한편에선 개인의 행동이 아름답다는 공익 광고를 만든다는 것은 모순적인 광경임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개인적 실천은 그래서 무의미하거나 자족적일 뿐일까? 물론 그렇지 않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러한 실천들이 더 큰 인식의 전환과 공유, 그리고 더 중요한 변화로 연결되고 확장돼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적 청소년 기후행동가로 알려진 그레타 툰베리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좋은 사례다. 툰베리는 금요일마다 학교를 결석하고 스웨덴 의회 앞에서 기후위기를 알리는 시위를 벌였다. 툰베리는 지구온난화가 수많은 요인과 결부돼 있음을 잘 알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항공기가 배출하는 온실가스다. 그런데 항공 부문의 배출은 국제민간 기구의 자율에 맡겨져 있을 뿐, 유엔 수준의 기후변화 논의 의제에서조차 제외돼 있는 형편이다.

툰베리는 이런 문제를 지적하며 자신은 불필요한 항공기 이용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고, 2019년 가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기후행동정상회의에도 항공기 대신 태양광 요트를 타고 대서양을 건넜다. 

그런데 이런 툰베리의 선택은 시나브로 더 큰 물결로 커져갔다. 스웨덴 말로 ‘비행 수치’라는 의미를 가진 ‘플뤼그스캄(Flygskam)’ 운동이 자발적으로 생겨난 것이다. 열차 같은 대안적 운송 수단이 있음에도 단거리 항공기를 이용하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라는 인식이 퍼져서, 사람들은 기차역에서 인증샷을 찍고 툰베리의 뜻에 동참한다는 의사를 SNS에 올리기 시작했다. 이런 영향에 힘입어 코로나19 대유행 직전에 스웨덴과 독일 등 유럽 지역에서는 단거리 항공 이용 감소와 고속열차 이용 증가가 눈에 띄게 관찰됐다.

그런데 ‘비행 수치’는 자발적 운동으로 그치지 않았다. 지난 4월 10일 프랑스 하원은 열차로 2시간 반 이내로 이동할 수 있는 거리의 국내선 항공편을 폐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2030년의 프랑스 탄소 배출량을 1990년 수준에서 40%까지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는 기후변화 법안의 일환이다. 항공기 이용을 자제하는 개인의 실천과 호소가 더 큰 제도의 변화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때문에, 우리는 단지 행동의 선택지만을 볼 게 아니라 전체와 맥락을 함께 보고 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을 논의해야 한다. 사소한 실천이지만 더 큰 변화를 촉발하고 더 중요한 전환의 일부가 될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있다. 자신의 구체적인 조건을 주의 깊게 들여다 보면 그런 여러 가지 자원들이 새로 발견될 수 있을 것이다.

보건의료인들도 마찬가지다. 환자의 안위를 돌보고 지역사회의 건강을 챙기는 존재로서 정말 많은 것을 할 수 있다.

북미의 간호사 노동조합과 보건의료 조직들이 기후위기 대응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도 시사적이다. 지구온난화로 더 큰 열대성 폭풍이 많아지는 게 이들의 기후 행동을 촉발하는 한 계기가 됐다. 2012년 허리케인 샌디가 뉴욕을 강타하자 단전과 단수 사태가 발생했고 취약한 의료 체제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병원 노동자들은 부상자 치료와 지역 복구에 참여하면서, 기후변화가 이러한 일을 더욱 많이 경험하게 만들 것이라는 점을 인식했다.

그래서 노동조합 내부에서 기후변화 교육을 갖는 것을 시작으로, 기후위기에 대비한 충분한 보건의료 인력 확보, 더 많은 공공 의료시설의 확충을 요구하는 데까지 나아갔다. 그리고 기후변화와 함께 다가온 코로나19의 상황은 이들 주장의 설득력을 더욱 높이고 있다. 

기후위기가 심화될수록, 변덕스럽고 극단적인 기상 현상으로 인한 직접적 건강 피해 말고도 감염병과 영양 결핍 같은 2차적 영향, 그리고 사람들의 신체와 정신에 미치는 광범한 3차적 영향들이 생겨날 것이다. 보건의료인들은 이러한 영향들에 대응하고 또 폭넓게 예방하는 활동에 나설 수 있다.

뿐만아니라 의사와 간호사 같은 의료종사자는 환자와 지역사회에 가장 수용되기 쉬운 조언과 안내를 해 줄 수 있는 ‘인플루언서’들이기도 하다. 우리가 코로나19 이후에도 길고 어렵게 함께 견뎌가야 할 기후위기에 대해 적절한 경고와 함께 대안과 행동의 지침, 그리고 격려를 나눌 수 있는 일선의 주체들이다.

순망치한(脣亡齒寒)이라는 아마도 치과 의료인들에게는 너무도 친숙할 고사성어를 빌자면, 보건의료인들은 기후위기의 잠재적 피해자들이 고통에 그대로 노출되지 않도록 이를 보호하는 입술일지도 모른다. 보건의료인들이 기후위기 앞에 시린 이를 그냥 두지 않는 건강하고 민주적인 사회를 만들 크고 작은 궁리에 나서주기를 기대한다. 

*본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현우(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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