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청구 간소화? 개인정보 상품화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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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청구 간소화? 개인정보 상품화일 뿐”
  • 안은선 기자
  • 승인 2023.06.14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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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의협, 오늘(14일) 성명 내고 법안 문제점 지적…“보험사 이익 극대화 위한 진료기록 약탈법”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골자로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은 민영보험사 이익을 위한 개인진료정보 상품화일 뿐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 5월 16일 국회 정무위원회(이하 정무위) 법안심사소위는 최종 성안된 법안도, 의결도 없이 보험업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뒤 ‘대안을 마련하겠다’며 졸속 추진시켰다. 현재 이 법안은 전체회의 오는 15일 전체회의 심사만을 남겨뒀다.

이에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이하 인의협)은 오늘(14일) 성명을 내고 해당 법안의 문제점과 실손보험의 비대화를 방치한 현 제도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하며, 해당 법안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인의협에 따르면, 우리나라 건강보험 보장율이 낮아 그 부담을 덜고자 전국민의 80%가 민영보험에 가입했고 그 총액은 공적보험의 70%에 달하지만 환자 부담 경감 기여율은 6%에 불과하다. 

또 민영보험사들이 손해율이 높다고 주장하는 것과는 반대로 지난해 민영보험사 순이익은 전년대비 11%나 늘은 9.2조원에 달했다.

인의협은 “민영보험사들은 가입자들이 청구 못한 소액보험금이 2~3천억원이라며 청구간소화가 필요하다고 선동한다”면서 “의료현장에는 지금도 민영보험사들로부터 갖가지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당한 암, 중증질환자들이 고통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은 “설령 소액진료비 청구로 일시적 편익이 증진되더라도 고액진료비를 청구해야하는 환자 불이익은 개인으료정보가 보험사에 축적되는 만큼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최근 국회 토론회에서 한 환자단체 대표는 ‘실손보험 간소화로 보험사 지급비율은 오를지 몰라도 고액보험금 몇 건만 거절하면 보험사는 오히려 큰 이익을 보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지적하는 등 민영보험사의 횡포를 겪어 본 환자들이 이 법의 폐해를 먼저 직감한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인의협은 ‘보험개발원’이라는 민영보험사들이 만든 사적 조직을 정보중계기관으로 활용한다는 정부의 계획을 강력히 비판했다. 

이들은 “보험개발원 자료는 민영보험사가 수시로 이용할 수 있으며, 보험업법 개정으로 전자형식으로 축적‧갱신되는 개인정보의 범위는 대통령령으로 위임돼 있어 민영보험사들이 이 자료를 보험료 산정‧지급거절 등의 목적으로 사용되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다”며 “지금도 이미 청구자료는 민영보험사들이 서로 공유하고 보험가입 거절이나 부담보 조치 등에 활용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인의협은 “몇 년 전 보험개발원은 자신들이 보유한 1억5천 건의 개인정보를 현대자동차 고객정보와 두 차례 결합한 것이 발각됐고, 지난 2017년 삼성생명도 삼성카드에 동시 가입한 240만여 명의 개인정보를 13차례나 결합했다”며 “현실이 이런데도 정무위는 보험개발원이 ‘공공적 기관’이라는 황당한 주장과 함께 보험사들에게 개인정보를 전자형식으로 축적하는 것을 허용하는 게 말이 되는가? 이러한 개인질병정보가 결합‧유출돼 상품화되면 그 사태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고 맹비난했다.

또한 인의협은 이러한 개인정보 보호 해제는 환자와 의사 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의료인이라면 누구나 의료정보 특성상 이것이 전자적 형태로 전송‧축적되면 환자 권익이 침해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이를 의료인에게 강제하는 것은 ‘환자에게 해를 끼치지 말라’는 의료윤리 제1원칙에도 위배된다”고 짚었다.

인의협은 “이 법안은 ‘소비자 편익’이라는 민영보험사의 선동만 난무하고 정작 시민과 환자 입장에서 제대로 된 위험과 불이익을 논의하는 공론화 과정도 없이 정무위를 통과했다”며 “정무위도 최종 성안된 법안도 없이 의결도 안하고 법안부터 통과시키고 대안을 마련하겠다 등 ‘민영보험사 이익’을 위한 일에 정부와 국회가 이토록 일사불란한 데 대해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분노했다.

끝으로 이들은 “내용뿐 아니라 심각한 절차적 문제가 있는 이 보험업법 개악 추진에 반대한다”며 “보험사 이익만 극대화하는 이번 법안 저지를 위해 환자 및 시민, 노동단체와 연대하며 이를 추진한 정치인들에게도 개인진료정보 상품화 책임을 끝까지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의료민영화저지와무상의료실현을위한운동본부를 비롯한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진보네트워크센터 등 시민사회단체와 진보당 강성희 의원, 정의당 배진교 의원은 오는 15일 오전 11시 20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간보험사 개인의료정보 전사전송 국회 처리 중단’을 촉구할 예정이다.

아래는 성명서 전문이다.

[성명]
소위 ‘실손청구 간소화’법은 진료기록 약탈법이자 개인 의료정보 민영화법이다.

지난 5월 16일 ‘실손보험 청구간소화 법안’으로 불려온 ‘보험업법 개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해 전체회의 심사를 앞두고 있다. 이 법안은 환자 편의증진으로 포장이 되어 있지만, 실손보험 가입자가 보험금을 수령하려면 개인진료정보를 전자적으로 전송해야만 하는, 사실상 보험사에 전자적 개인진료정보 전송을 하게 하는 ‘진료기록 탈취 법안’이다.

지금도 의료현장에는 부족한 건강보험 보장으로 진료비 부담에 고통받는 환자들이 많다. 의료비 부담을 덜어보고자 민영보험에 전국민의 80%가 가입하고 그 보험료 총액은 공적 건강보험의 70%에 달하지만 정작 민영보험은 환자부담을 줄이는데 6%만 기여하는 것에서 보듯이 미미한 역할을 하고 있을 뿐이다. 보험사들은 갖가지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해 절박한 처지에 놓인 암, 중증질환자들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으며, 민영보험사 스스로가 부추긴 불필요한 상업적 비급여지출을 보험료 인상으로 보험가입자에게 전가하기 바쁘다. 손해율이 높다고 아우성이지만 지난해 민영보험사의 순이익은 전년대비 11%나 늘어 무려 9.2조원에 달한다. 우리 사회에 지금 필요한 것은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늘리고 민영보험사들의 횡포를 규제하는 일이다.

그런데 국민 고통을 덜어주어야 할 정부와 국회는 그 반대를 하기에 바쁘다. 보험회사들은 보험가입자들이 청구하지 못한 소액보험금이 2~3천억원이라며 ‘청구간소화’가 필요하다고 여론을 선동한다. 그러나 설령 소액진료비 청구의 일시적 편익은 증진된다 하더라도 고액진료비를 민영보험사에 청구해야 하는 환자의 불이익은 개인의료정보가 보험사에 축적되는 만큼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실제 최근 국회토론회에서 한 환자단체 대표는 “실손보험 간소화를 하면 보험사 '지급비율‘은 오를지 몰라도 고액보험금 몇 건만 거절하면 보험사는 오히려 큰 이익을 보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영보험사의 횡포를 겪어본 환자들이 먼저 이 법의 폐해를 직감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보험업 개정으로 전자형식으로 축적, 갱신되는 개인정보의 범위는 심지어 대통령령에 위임돼 어느 범위까지 넓혀질지 알 수도 없다.

특히 정부는 보험개발원이라는 보험사들이 만든 사적 조직을 정보중계기관으로 활용한다고 하고 있다. 보험개발원의 자료는 평소 보험회사가 자신의 자료처럼 수시로 이용할 수 있다고 하는 자료인데 이것은 국민적 동의를 얻었는가? 또 보험회사들은 전자형식으로 전송받은 자료가 청구를 위한 자료일 뿐이라고 주장하지만, 보험료 산정, 보험료 지급거절 등의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법적 조항이 있는가? 전혀 없다. 지금도 이미 청구자료는 보험사들이 서로 공유하고 보험가입거절이나 부담보 조치 등에 활용하고 있다. 국민들에게는 보험료 청구 간소화라고 하지만 사실은 보험료 인상이나 보험금 지급거절 등을 위한 개인정보 자동탈취법이라고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보험회사들은 과거 법적으로 금지됐음에도 그들이 얻은 개인정보를 다른 정보와 결합하는 일도 이미 저지른 바 있다. 정무위 국회의원들은 보험사들의 연합체인 보험개발원이 '공공적 기관'이라는 황당 주장과 함께 '개인정보 보호 문제가 없다'고 했지만, 겨우 몇 년 전에 그 보험개발원은 보유한 1억5천 건의 개인정보를 현대자동차 고객정보와 두차례 결합한 것이 드러나기까지 했다. 삼성생명도 삼성카드와 2017년 양사 동시 가입한 240만여명의 개인정보를 13차례나 결합했다. 이미 실정이 이런데도 보험사로부터 개인정보를 분산하고 보호하며 기업들의 탐욕으로부터 보호하기는커녕, 보험사들에게 개인정보를 전자형식으로 축적을 허용하겠다는 게 말이 되는가? 우리의 개인진료정보가 보험회사에서 청구외의 다른 목적으로 사용되고 다른 자료와 결합되어 누구누구의 개인질병정보라고 유출돼 상품화된다면 이 사태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이런 개인정보 보호 해제는 환자-의사 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의료인이라면 누구나, 의료정보의 특성상 민영보험사가 환자 정보를 전자정보로 전송받아 축적하게 되면 환자의 권익이 침해된다는 사실을 안다. 이를 의료인에 강제하는 것은 ’환자에게 해를 끼치지 말라‘는 의료윤리의 제1원칙에 위배된다.

이번 법안은 민영보험사의 소비자 편익 선동만 난무하고, 정작 시민과 환자 입장에서 제대로 된 위험과 불이익이 논의되는 사회적 공론화도 없었다. 도리어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는 최종 성안된 법안도 없이 의결하지도 않은 채, 법안을 통과시킨 뒤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식으로 졸속 추진되었다. 팬데믹을 겪고도 공공의료 확충에는 그토록 더딘 국회와 정부가 ‘민영보험사의 이익’을 위한 일에는 이토록 일사불란 데 대해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내용뿐 아니라 절차에서도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이 보험업법 개악 추진에 반대입장을 분명히 한다. 시민과 환자가 아니라 철저히 ‘보험사의 이익’만 극대화하는 이번 ‘보험업법 개정안’의 저지를 위해 환자단체 및 시민단체, 노동단체와 연대할 것이며 이를 추진한 정치인들에게도 개인진료정보 상품화의 책임을 끝까지 물을 것이다.

 

2023.6.14.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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