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가 만든 예타… 효율성만 강조”
상태바
“경제학자가 만든 예타… 효율성만 강조”
  • 이인문 기자
  • 승인 2023.07.04 16: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공병원운동본부 등 국회 토론회 개최… 위기의 한국 공공의료 대안 ‘모색’
‘윤석열정부의 공공의료정책 평가와 대안’ 토론회가 지난달 2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됐다.
‘윤석열정부의 공공의료정책 평가와 대안’ 토론회가 지난달 2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됐다.

윤석열정부가 들어선 뒤 울산의료원과 광주의료원 등의 설립이 예비타당성조사(이하 예타조사)에서의 탈락으로 인해 연이어 무산된 가운데 공공보건의료시설 설립을 위해서는 예타조사라는 틀을 깨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 주목된다.

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이하 공공병원운동본부)와 국회의원 연구단체 ‘약자의눈’, 더불어민주당 김민석·이상헌·고영인·이용빈·정의당 강은미 의원 등이 지난달 28일 국회의원회관 제2간담회실에서 공동으로 개최한 ‘윤석열정부의 공공의료정책 평가와 대안’ 토론회에서 첫 발제자로 나선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옥민수 교수는 “지금까지 수행된 보건의료분야의 예타조사는 타당도, 신뢰도가 낮을 수밖에 없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날 발제에서 옥 교수는 우선 “예산낭비를 방지하고 재정운영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시행되고 있는 공공보건의료시설 예타조사는 지난 2012년 표준지침 개발과정부터 보건의료분야 전문가들이 배제돼 있었다”면서 “경제학자들로만 구성돼 개발된 지침은 보건의료분야의 관점 반영이 미흡할 수밖에 없는는 등 정책적 분석과정에서 타당성을 결여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특히 그는 “경제성 분석과정에서도 건강형평성을 고려하지 못하고 효율성만 강조하는 등 비용-편익 분석 자체의 한계를 가지고 있다”며 “지역균형발전과 국민의 건강·생명 등 화폐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는 매우 많고 정량화하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옥 교수는 “지역의료원의 수요추정 과정에서도 외상과 뇌졸중, 심근경색 등 3대 주요 응급질환으로 인한 사망자 수만 측정하고 있다”면서 “28개 중증응급질환과 만성질환의 문제를 과소 평가하는 것이며 병원의 역할이 최근 들어 병원 전 단계와 병원 후단계 역할까지 강화되고 있는 추세와도 배치되는 것”이라고 피력했다.

옥민수 교수
옥민수 교수

편익산정과 관련해서도 그는 “건강관련 삶의 질 개선이나 기능수준 개선 등 인정되는 편익의 폭을 넓힐 필요가 있다”며 “공공보건의료시설 설립의 타당성을 검토하기 위한 평가 영역 및 항목을 전면 재검토해 경제분야 전문가가 아닌 보건의료분야 전문가의 전문적 식견을 반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옥 교수는 “공공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의 개최를 정례화하고 그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면서도 “울산의료원의 경우 울산시민 115만 명 중 무려 22만 명이 서명을 했음에도 예타조사에서 탈락했다. 지역 간 건강형평성 문제를 해소할 수 있도록 지역주민의 의사가 반영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서울시립대학교 도시보건대학원 임준 교수는 ‘공공병원에 대한 국가책임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임 교수는 “급격한 고령화 및 코로나19 팬데믹 등의 상황 속에서 시장에 포섭된 한국의 사익추구적 보건의료체계는 조절되지 않는 의료비의 급속한 상승 속에서 위기를 맞고 있다”며 ▲일차의료 붕괴 및 주치의제도 부재 등으로 인한 의료전달(이용)체계의 부재 ▲대도시 병원 쏠림 현상 및 대도시와 지역 간 의료격차 발생 ▲규모가 작은 병원의 과잉 공급 및 보건의료인력의 부족과 불평등한 분포 등을 그 사례로 들었다.

특히 그는 “한국의 공공의료 인프라는 민간부분을 선도하기 어려운 매우 낮은 비중으로 지역의 자체충족적 의료체계 구축이 불가능한 수준”이라면서 “코로나19 대응과정에서 공공병원의 역량이 크게 훼손돼 현상유지정책으로는 구조적 위기가 심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임에도 정부는 적자해결이 불가능한 공공정책수가정책이나 민간위탁으로 한국 공공병원의 위기를 해소할 수 있는 것처럼 오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준 교수
임준 교수

아울러 임 교수는 “공공병원의 공익적 적자문제는 코로나19 이전부터 있었던 현상으로 경쟁적인 시장환경에서 시장성이 떨어지는 지역에 배치·운영되고 있는 공공병원의 적자는 구조적인 문제”라며 “필수의료부문 등 공공병원에 투입한 자원으로 건강보험에서 모두 보상하고 경상비 중 공익적 적자는 예산을 통해 모두 보상해햐만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능한 모든 공공병원을 300∼500병상 수준으로 역량을 강화하고 국립중앙의료원의 역할 강화와 함께 국립대학교병원을 보건복지부로 이관해 필수중증의료 협력체계 및 권역별 네트워크 체계를 구축하고 의료인력 파견을 확대해야 한다”면서 ▲종합병원 법인격 전환 및 300명상 이상으로 전환 ▲소규모 병원급 의료기관은 전문병원 및 재활병원으로 전환 ▲동일 진료권 소재 중소형 비영리법인 병원간 합병 허용 ▲책임의료기관 역할 가능 민간종합병원은 공익참여병원 지정 ▲국가 및 지역에 필요한 의사, 간호사 인력 양성: 보건복지부 주도 국입의전원, 국립의과대학 설립/지역 주도 공공의대 및 공공간호대 설립) ▲의사정원 확대 ▲분야별 필수의료인력 조정 ▲공동수련제도 및 일차의료전문의 수련과정 신설 ▲의료기관간 기능과 역할 재정립 ▲기능전환에 따른 적정수가 인상 및 지불보상체계 마련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공공병원은 경제성 뛰어넘어 반드시 존재해야만 하는 의료자원”
“역대 어느 정부도 공공의료강화정책 지속적으로 추진하지 않아”

김현주 정책위원
김현주 정책위원

이어진 지정토론에서 울산건강연대 김현주 정책위원은 “공공병원은 경제성을 뛰어넘어 반드시 존재해야 하는 의료자원임에도 지역주민의 삶의 질 향상과 공공의료기반 확충, 공공의료 강화라는 정책성 평가보다는 비용편익을 따지는 경제성 평가를 더 중점적으로 판단하는 예타조사 때문에 늘 발목을 잡혀왔다”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각 정당 및 국회의원들의 무관심과 무책임을 질책했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이정현 정책위원도 “대구경북지역 의료원에서도 코로나19로 인해 의료원을 떠난 환자들이 돌아오지 않고 있어 코로나19 전담병원에서 해제된 지 1년이 넘었어도 병상이용율을 30%대로 회복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홍준표 대구시장은 제2 대구의료원 건립을 취소하고 기존의 대구의료원을 기능강화를 위해 경북대학교병원에 민간위탁시키겠다고 발표했지만 경쟁적으로 지방의료원 민간위탁운영을 발표했던 경상북도의 3개 도립의료원 위탁운영 타당성 연구용역 결과, 도립의료원 민간위탁보다는 3개 의료원 간 협력을 통한 지역의료체계 구축 및 이를 실효성 있게 가동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결론이 도출됐다”고 전했다.

이정현 정책위원
이정현 정책위원

이 정책위원은 “이를 위해 출범한 경상북도 공공보건의료 협력강화 추진단에는 현재 경상북도와 대학병원 등 종합병원 7곳, 지방의료원 3곳, 경상북도의사회, 경상북도 공공보건의료지원단 등 총 13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며 “현재 전문의료인력 확충, 겸직, 파견, 은퇴 의사 영입을 최우선 과제로 대학병원과 지역의료기관 간 협력, 역량강화 교육훈련 공동 운영 등을 논의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지방의료원연합회 조승연 회장은 “공공병원 확충·강화가 공공의료 강화의 핵심”이라면서 “한국의 보건의료가 가진 문제는 의료공공성이 부족하다는 것으로 지난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대한민국에서 국가가 국민안전을 책임지는데 보인 한계의 가장 큰 원인이 취약한 공공병원에 있음을 증명했음에도 윤석열 정부를 비롯한 역대 어느 정부도 공공의료를 강화하려는 지속적인 정책추진을 하지 않아 코로나19 팬데닉이 끝난 현재 한국의 공공병원은 여전히 미운 오리새끼이자 계륵에 불과할 뿐”이라고 자조했다.

조승연 회장
조승연 회장

그는 “코로나19 팬데닉 이후 역설적으로 진행 중인 한국 공공병원의 위기는 붕괴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는 한국 보건의료의 총체적 위기를 투사하는 것”이라며 ▲공공병원 의사인력 공급체계 마련 ▲국립대 공공임상교수제 적극 추진 ▲시니어 의사 활용프로그램 구축 ▲지역 사립대학병원과의 협력체계 구축 ▲인력증원 및 채용 유연성 확보 ▲지방의료원 예산운영방식 개선 등 한국보건의료 공공성 강화의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을 주문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정재수 정책실장도 “코로나19 감염병 이라는 국가적 위기 속에서 전면 대응해온 전국의 공공병원들은 현재 그 기능이 훼손되면서 심각한 경영적 위기에 처해 있다”면서 “전국 35개 지방의료원의 지난 3년간 손실액은 총 1조 5,737억 원으로 현재 의료진의 부족 등으로 신규환자 유입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최근까지도 대부분의 지장의료원의 병상가동률은 평균 48.5%로 코로나19 이전 78.5%에 비하면 30%나 감소해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정재수 정책실장
정재수 정책실장

아울러 정 실장은 “국립중앙의료원은 감염병전담병원으로 역할을 수행한 공공병원이 지난 2019년의 실적을 회복하는데 총 4.3년이 걸릴 것으로 예측, 이를 토대로 최소 4년의 손실보상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며 지난 2021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제2차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에서 수립한 ▲지방의료원이 없는 시도나 지역 여건 등을 토대로 추가 설립 추진 중인 지역의 공공병원 설립계획 적극 지원 ▲공공병원의 신속한 확충 위한 예타조사 면제 추진 ▲지역 완결적 필수의료 제공에 참여할 수 있도록 역할 및 보상을 부여하는 시범사업 적극 추진 ▲공공보건의료 인력 양성 및 지원 체계 마련 ▲공공병원 재정안정화 방안 마련을 위한 시범사업 추진 ▲국립중앙의료원의 국가중앙병원으로서의 기능 및 역할 대폭 강화 등을 적극 추진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 앞서 정의당 강은미 국회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지난 5월 8일 공공병원 예타 면제와 조사 주체를 보건의료 전문기관으로 하는 국가재정법과 공공보건의료법 일명 '공공병원신속설립법안'을 발의했으며 이어 지역 공공의료에 종사할 의사인력 확보를 위한 지역 공공의대 및 공공의전원 설립법안도 발의할 예정"이라면서 "위기의 지역의료와 필수응급의료를 살려내기 위해서는 공공병원 확충강화와 공공의료 인력확보가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