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한 건 ‘아동 권리‧재생산 권리 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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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한 건 ‘아동 권리‧재생산 권리 보장’
  • 안은선 기자
  • 승인 2023.07.24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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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넷, ‘보호출산제(익명출산제)’ 한계 지적…임신~양육 포괄적 권리 보장 체계 마련 촉구

출생신고가 되지 않아 서류상으로 존재하지 않는 이른바 ‘유령아동’ 문제 등이 감사원의 전수조사로 수면으로 드러나면서, 이에 대한 재발을 막기 위해 의료기관의 출생신고를 의무화한 ‘출생통보제’가 지난 6월 30일 국회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보호출산제(익명출산제)’ 관련 발의안의 수정 대안을 내놓고 예산과 전달체계까지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8일 보건복지부의 출생미신고 아동 전수조사 결과 2,123명의 아동 중 1,025명이 생존, 249명은 사망, 814명은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국회에서는 ‘영아 살해죄’와 ‘영아 유기죄’를 형법에서 폐지, 영아 유기‧살해가 일반 유기‧살인죄로 다뤄지게 됐다.

그러나 유령아동, 반복되는 영아 유기‧살해의 원인과 책임을 모두 개인에게 전가하는 구조의 문제는 외면하고 있다.

이에 모두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권리보장 네트워크(이하 모임넷)은 지난 21일 성명을 내고 ‘보호출산제’의 맹점을 지적하면서 안전한 임신중지와 출산, 양육 환경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모임넷은 “출생미등록 원인 대부분은 가부장적 법‧제도와 문화, 사회경제적 여건으로 인한 것이라며 ”혼인 관계 외 출산의 경우 자녀의 생부가 아닌 법적 배우자가 자녀의 친부로 추정되는 민법 844조 친생추정 원칙에 의해 혼외자나 미혼부 출생신고가 어렵고, 이주민 사이에서 나온 이주아동의 겨우도 아예 출생신고 대상에서 배제돼 이번 복지부 전수조사 대상에서도 빠져 정확한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은 “한부모 양육지원은 월 20만원, 청소년 한부모의 경우 월 35만원 수준으로 턱없이 부족하고 사회적 취약층인 경우 노동이나 주거 여건이 불안정한 경우 양육의 어려움은 더욱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면서도 “양육 시설 지원은 아동 한 명당 월 150~200만 원 수준으로 국가가 양육시설을 오히려 장려하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이러한 여건들은 임신 유지부터 출산 여부 고려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지만, 당사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지원체계는 물론 전문적‧체계적인 상담 및 정보를 제공하는 체계도 매우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즉, 여성과 아동의 실질적 권리보장 체계는 없다.

모임넷은 “‘낙태죄’와 모자보건법 14조는 여성을 언제든 처벌할 수 있게 하면서 배우자 동의 조항으로 임신 당사자의 의사결정을 배우자에게 종속시켰고, 우생학적 명분으로 임신중절을 합리화하고 국가의 출산 통제를 합리화해 왔다”며 “이러한 역사 속에서 미혼모 시설과 아동양육시설을 통해 수많은 아동이 친생부모를 알 수 없는 호적 상태로 해외 입양됐다”고 비판했다.

또한 이들은 “출생미등록 아동 2천여 명은 이러한 역사가 누적돼 온 결과로, 여성과 아동의 권리를 침해해 온 차별적이고 부조리한 법과 제도, 환경은 바꾸지 않고 익명출산을 유도하는 ‘보호출산제’는 이러한 현실을 계속 유지시키고 변화를 지연시킬 명분으로만 작동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모임넷은 ‘보호출산제’의 한계와 전세계적 흐름을 짚으면서 임신과 출산, 양육 등 모든 상황에 대한 포괄적이고 통합적인 지원 체계를 구축할 것을 재차 촉구했다.

이들은 “보호출산은 임신중지에 대한 처벌과 제한적 허용을 유지한 상황에서 특정 상황과 조건을 위기임신으로 구분해 지원하고, 제도적 지원과 양육환경을 기대할 수 없는 경우 익명출산을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이와 유사한 제도를 운영하는 프랑스, 독일, 미국 등의 경우 이를 시행하지 않는 나라와 비교할 때 아동 유기나 살해에 있어 실질적인 효과가 입증되지 않는 반면 익명출산으로 인한 여성과 아동의 어려움은 계속해서 보고돼 왔다”고 지적했다.

또 모임넷은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익명 아동 유기를 허용하는 ‘베이비박스 금지’를 권고하고 익명출산 가능성을 허용하는 제도는 ‘오직 최후 수단’으로 고려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며 “보호출산제가 아니라 안전한 임신중지와 출산, 양육의 통합적 지원체계 구축을 시작할 때이며, 세계보건기구 또한 완전한 비범죄화와 함께 ‘포괄적 임신중지 케어’를 강력히 권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위기‧갈등 임신 상황에서 뿐 아니라 누구나 임신한 시점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와 지원 체계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하고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그에 따른 지원을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한다”며 “국가는 그에 맞는 보건의료체계와 사회 보장 등 지원체계를 구축하는 등 권리 보장을 위한 노력에 책임을 다하라”고 강조했다.

모임넷은 그 내용으로 ▲건강보험 적용 확대와 유산유도제의 도입 ▲원가정 양육 지원체계 확충 ▲보편적 출생등록제 시행 ▲이주민 거주 여건 보장 ▲장애인 권리 보장 체계 확충 ▲포괄적 성교육의 시행과 확대 ▲차별금지법 제정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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