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야기… 해오라비난
상태바
꽃이야기… 해오라비난
  • 유은경
  • 승인 2023.08.18 16: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꽃 이야기- 백 세 번째

유은경은 충청도 산골에서 태어나 자랐다. 아버지에게 받은 DNA덕분에 자연스레 산을 찾게 되었고 산이 품고 있는 꽃이 눈에 들어왔다. 꽃, 그 자체보다 꽃들이 살고 있는 곳을 담고 싶어 카메라를 들었다. 카메라로 바라보는 세상은 지극히 겸손하다. 더 낮고 작고 자연스런 시선을 찾고 있다. 앞으로 매달 2회 우리나라 산천에서 만나볼 수 있는 꽃 이야기들을 본지에 풀어낼 계획이다.

- 편집자 주

(사진제공= 유은경)
(사진제공= 유은경)

한 마리 날아오르는 새다. 깊게 갈라져 허공을 차고 오르는 하얀 두 날개는 ‘꿈에서라도 만나고 싶다’는 꽃말처럼 그리움의 절정이다. 드디어 야생에서 비상(飛上)하는, 작지만 큰 그 새를 만났다. 올여름 흰솔나리에 이어 매듭을 하나 더 풀었다.

(사진제공= 유은경)
(사진제공= 유은경)

햇볕이 잘 드는 따사로운 중·남부 습지에 산다. 한여름 7~8월에 오묘한 모양의 하얀 꽃이 핀다. 남다른 모습의 꽃은 인간들의 시커먼 욕심으로 여러 곳에서 수난을 당하고 있어 환경부에서는 멸종위기식물 2급으로 분류, 관리하고 있다. 

(사진제공= 유은경)
(사진제공= 유은경)

수원 칠보산 습지의 해오라비난은 높고 튼튼한 철망 안에 갇혀 있다. 개체수는 늘어났으나 가까이 할 수 없는 안타까움의 상징이라 한 번 가보고 다시는 가지 않았다. 

(사진제공= 유은경)
(사진제공= 유은경)

어느 해는 그 근처 습지에 심어 놓은 해오라비난이 피었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가 이리저리 열심히 찍고보니 잎가장지리에 무늬가 있는 일본 원예종이었다. 

(사진제공= 유은경)
(사진제공= 유은경)

꽃잎 세 장 중 둘은 위를 향하고 있고 하나는 수평으로 앞을 향하는데 이것이 다시 세 갈래로 갈라져 있다. 가운데 하나는 부리처럼 생겼고 나머지 두 개는 날개처럼 양쪽으로 벌어져 있으며 가장자리가 갈라져 있다. 

(사진제공= 유은경)
(사진제공= 유은경)

원예종은 이 날개의 갈라짐이 더 깊고 화려하다. 해오라비는 백로과에 속하는 해오라기의 사투리이다. 

(사진제공= 유은경)
(사진제공= 유은경)

해오라비난에 대해 들은 전설 같은 이야기는 다양하다. 남한산성 성곽 밑에 하얗게 밭으로 피어 있었다는 얘기부터 곳곳에 심심찮게 보였다는 이야기는 강원도에서 돌아다니는 복주머니란 이야기 다음으로 많다. 

(사진제공= 유은경)
(사진제공= 유은경)

그 꽃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풍성하게 번식해서 멸종위기종에서 해제됐다는 기쁜 소식을 기대하는 것은 과연 허황된 바램일까? 해오라비난이 펼쳐진 하얀 꽃밭을 ‘꿈에서라도 만나고 싶다.’

(사진제공= 유은경)
(사진제공= 유은경)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