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경은 충청도 산골에서 태어나 자랐다. 아버지에게 받은 DNA덕분에 자연스레 산을 찾게 되었고 산이 품고 있는 꽃이 눈에 들어왔다. 꽃, 그 자체보다 꽃들이 살고 있는 곳을 담고 싶어 카메라를 들었다. 카메라로 바라보는 세상은 지극히 겸손하다. 더 낮고 작고 자연스런 시선을 찾고 있다. 앞으로 매달 2회 우리나라 산천에서 만나볼 수 있는 꽃 이야기들을 본지에 풀어낼 계획이다.
- 편집자 주

한 마리 날아오르는 새다. 깊게 갈라져 허공을 차고 오르는 하얀 두 날개는 ‘꿈에서라도 만나고 싶다’는 꽃말처럼 그리움의 절정이다. 드디어 야생에서 비상(飛上)하는, 작지만 큰 그 새를 만났다. 올여름 흰솔나리에 이어 매듭을 하나 더 풀었다.

햇볕이 잘 드는 따사로운 중·남부 습지에 산다. 한여름 7~8월에 오묘한 모양의 하얀 꽃이 핀다. 남다른 모습의 꽃은 인간들의 시커먼 욕심으로 여러 곳에서 수난을 당하고 있어 환경부에서는 멸종위기식물 2급으로 분류, 관리하고 있다.

수원 칠보산 습지의 해오라비난은 높고 튼튼한 철망 안에 갇혀 있다. 개체수는 늘어났으나 가까이 할 수 없는 안타까움의 상징이라 한 번 가보고 다시는 가지 않았다.

어느 해는 그 근처 습지에 심어 놓은 해오라비난이 피었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가 이리저리 열심히 찍고보니 잎가장지리에 무늬가 있는 일본 원예종이었다.

꽃잎 세 장 중 둘은 위를 향하고 있고 하나는 수평으로 앞을 향하는데 이것이 다시 세 갈래로 갈라져 있다. 가운데 하나는 부리처럼 생겼고 나머지 두 개는 날개처럼 양쪽으로 벌어져 있으며 가장자리가 갈라져 있다.

원예종은 이 날개의 갈라짐이 더 깊고 화려하다. 해오라비는 백로과에 속하는 해오라기의 사투리이다.

해오라비난에 대해 들은 전설 같은 이야기는 다양하다. 남한산성 성곽 밑에 하얗게 밭으로 피어 있었다는 얘기부터 곳곳에 심심찮게 보였다는 이야기는 강원도에서 돌아다니는 복주머니란 이야기 다음으로 많다.

그 꽃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풍성하게 번식해서 멸종위기종에서 해제됐다는 기쁜 소식을 기대하는 것은 과연 허황된 바램일까? 해오라비난이 펼쳐진 하얀 꽃밭을 ‘꿈에서라도 만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