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 녹색병원 “함께 만드는 건강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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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 녹색병원 “함께 만드는 건강한 세상”
  • 안은선 기자
  • 승인 2023.09.26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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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개원 20주년 기념식 및 심포지엄’ 개최…임상혁 병원장 “전태일 정신 잇는 병원 만들 것” 다짐도
녹색병원 20주년 기념식이 지난 23일 오후 3시부터 병원 로비에서 개최됐다.
녹색병원 20주년 기념식이 지난 23일 오후 3시부터 병원 로비에서 개최됐다.

산재 노동자를 치료하는 병원으로 출발한 녹색병원(병원장 임상혁)이 올해로 개원 20주년을 맞이했다.

녹색병원은 1980~1990년대 원진레이온 이황화탄소중독 환자들의 직업병 인정 투쟁의 성과로 지난 2003년 설립된 종합병원으로, 누구나 찾을 수 있는 ‘편안한 병원‧따뜻한 병원’을 표방하며 개원 이래 지금까지 의료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과 사회 다양한 영역에서 물리적‧정신적 아픔을 겪어온 이들을 위한 다양한 의료지원 사업을 시행해 왔다.

아울러 ‘지역주민의 건강문제를 함께 치료하는 동반자’라는 기치를 걸고 건강한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해 연구와 실천을 병행해 왔다.

‘일상에 건강을, 세상에 가치를’이란 슬로건 하에 열린 기념행사는 지난 23일 1부 심포지엄과 2부 기념식으로 진행됐다.

기념식은 오후 3시부터 병원 로비에서 녹색병원 임직원들과 환자, 지역주민들이 어우러진 가운데 펼쳐졌다.

녹색병원 초대 이사장이자, 원진직업병관리재단 양길승 이사장은 “20년 전 원진 직업병 환자들의 투쟁의 결과물로 정말 어렵게 만들어진 녹색병원을 어떻게 운영해야할지 참으로 막막하고 고민이 많았다”면서 “그래도 해야 하는 일이라서 했고, 실체를 만들어 내기 위해 모자란 사람들끼리 배워가면서 고생하면서 견디면서 노력하면서 만들어 온 20년”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또한 그는 “김봉구 병원장, 임상혁 병원장을 비롯한 임직원들과 많은 도움을 준 민의련 분들이 있었기에 위기를 무사히 넘기고 녹색병원은 이제 새로운 꿈을 꿀 수 있게 됐다”며 “새로운 꿈을 꾸는 20살 녹색병원과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손잡고 함께 새로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당부했다.

(좌) 민의련 마스다 츠요시 회장 (우) 원진직업병관리재단 양길승 이사장
(좌) 민의련 마스다 츠요시 회장 (우) 원진직업병관리재단 양길승 이사장

이어 축사에서는 녹색병원 발전위원회 공동위원장이자,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이사장이기도 한 송경용 신부가 “예수님도 의사셨고, 치유사로서 사역을 시작하셨을 때부터 돌아가실 때까지 항상 아픈 사람들과 함께하셨다”며 “예수님이 계시던 문 앞에는 몸과 마음이 아픈 사람이 늘 장사진을 치곤 했다는 기록이 성경에 있는데, 그런 세상을 만드는데 사람을 살리고 세상을 살리는 녹색병원, 전태일 병원을 만드는 데 나도 미력하나마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전일본민주의료기관연합회(약칭 민의련) 마스다 츠요시 회장도 축사에서 “민의련의 8만 명의 직원과 360만 명의 공동조직 동료를 대표해 축하인사를 드린다”면서 “20년, 격동의 세월동안 의료가 가닿지 않는 곳에 존재하는 사람들을 위해 헌신적으로 활동하면서 얻은 국민 신뢰는 바꿀 수 없다는 확신을 가진다면 앞으로 30년, 50년 발전하는 조직이 될 것”이라고 축하를 전했다.

아울러 그는 “녹색병원은 공익형 민간병원으로서 코로나19 펜데믹 때 공적의료 활동을 한 것은, 의료를 공공의 재산으로 인식하게 한 실천이었다”면서 “지금 세계는 전쟁국가와과 평화와 인권국가로서의 기로에 서 있고, 바다를 사이에 둔 녹색병원은 같은 뜻을 가진 동지로서 함께 해야 할 일이 많다”고 존경과 동지적 연대를 보여줬다.

중랑구 류경기 구청장은 “공익형 민간병원인 녹색병원은 공익과 민간병원의 역할 두 가지를 다 수행하면서 어려움이 많을 수밖에 없었는데, 그걸 다 이겨내고 20주년을 맞이했다”며 축하하면서 “지역사회와 항상 협력하며 코로나19도 이겨냈고, 앞으로도 우리 지역사회의 거점병원으로서 주민들의 건강을 지켜달라. 우리 중랑구에 녹색병원이 있다는 것이 너무 자랑스럽고 든든하다”고 말했다.

임상혁 병원장
임상혁 병원장

기념사에 나선 임상혁 병원장은 “원진레이온 노동자들의 희생과 투쟁으로 만들어진 녹색병원은 사회적 약자와 노동자, 취약계층을 보호하고 건강을 돌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들이 자립할 때까지 연대하는 게 기본 정신”이라며 “자기보다 약한 어린 여공을 돌본 전태일의 약자에 대한 배려‧나눔‧연대의 정신을 실천하는, 전태일 정신을 잇는 병원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와 더불어 그는 노동자와 국민이 함께 운영하는 공익형 병원 ‘전태일 의료센터’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당부키도 했다.

이날 기념식에서는 녹색병원의 구성원들이 말하는 ‘녹색병원을 말하다’ 주제의 영상 상영과 20년 간의 녹색병원의 다양한 공익 의료활동과 성과 보고, 특별공로상 표창 및 감사패 증정, 녹색병원 직원 합창단 공연, 그룹 ‘꽃다지’와 원진레이온 피해자들이 만든 ‘원진하모니카단’, 에너제틱, 가온클래식 등의 축하공연이 이어져 분위기를 더욱 뜨겁게 했다.

한편, 기념식 1부 심포지엄에서는 ▲녹색병원 임상혁 병원장의 ‘녹색병원의 공익활동’ ▲민의련 마스다 츠요시 회장의 ‘전일본민의련 소개 및 지역의료활동’ ▲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 나백주 교수의 ‘녹색병원의 공익 의료를 응원한다’ ▲신천연합병원 백재중 명예원장의 ‘공익적 민간병원으로서 녹색병원의 역할’ ▲살림이재단 장이정수 이사장의 ‘지역사회과 함께하는 녹색병원을 위해’ ▲중랑구의사회 오동회 회장의 ‘동네의원과 동네병원 그리고 일차의료’ 등 발표와 토론이 진행됐다.

녹색병원 직원 30명으로 구성된 합창단이 축하공연에 나섰다.
녹색병원 직원 30명으로 구성된 합창단이 축하공연에 나섰다.
원진하모니카단의 축하공연
원진하모니카단의 축하공연
녹색병원 20주년 기념식이 지난 23일 오후 3시부터 병원 로비에서 개최됐다.
그룹 '꽃다지'의 축하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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