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경은 충청도 산골에서 태어나 자랐다. 아버지에게 받은 DNA덕분에 자연스레 산을 찾게 되었고 산이 품고 있는 꽃이 눈에 들어왔다. 꽃, 그 자체보다 꽃들이 살고 있는 곳을 담고 싶어 카메라를 들었다. 카메라로 바라보는 세상은 지극히 겸손하다. 더 낮고 작고 자연스런 시선을 찾고 있다. 앞으로 매달 2회 우리나라 산천에서 만나볼 수 있는 꽃 이야기들을 본지에 풀어낼 계획이다.
- 편집자 주
차에서 장화를 꺼내들고 계곡으로 들어서는데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 사진으로만 보던 그 꽃빛과 줄기를 감싸 안은 채 마주보고 있는 동그란 잎들의 실체를 확인하러 가는 길이다.
살면서 무슨 일이 나를 이렇게 설레게 할 수 있을까? 자리잡고 있는 그 계곡의 그윽함도 흐르는 물과 어울려 있는 모습도 궁금하기 짝이 없다.
바위에 붙어서 살고 있으니 일단 가산점이 높다. 늘어져 있는 자태가 어찌 그리 여유로운지 점수가 더 올라갔다. 거기에다 황홀하게 빛나는 진분홍빛 꽃으로 10점 만점에 10점이다. 생존방법까지 남달라 특별한 감동까지 준다.
속한 무리로 따지자면 다육성질을 갖은 돌나물과이다. 돌나물, 기린초, 땅채송화, 꿩의비름 등 익숙한 이름들이다.
‘꿩의비름‘은 똑바로 자라는데 ’둥근잎꿩의비름‘은 비스듬히 눕거나 아래쪽으로 늘어진 채 자란다. 둥근 잎은 험한 곳에서 살기 위해 물기를 가득 머금어 통통하다. 물결모양의 톱니가 있고 꽃은 줄기 끝에 빽빽하게 모여 우산모양으로 피어난다.
숲속 계곡 나무밑이니 태양빛이 직접 닿지 않는 반그늘이다. 들어갔을 때도 밖은 환했으나 꽃에 떨어지는 빛을 따라 이리저리 움직이며 사진을 담아야 했다.
그런데 말이다. 그늘에서 어찌 저리 선명한 빛깔의 꽃을 피울 수 있을까? 분홍빛은 본래 수줍은 색인데 터질 듯한 진분홍빛인 걸 보니 감추고 있는 정열은 상상 그 이상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