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야기… 배풍등(排風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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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야기… 배풍등(排風藤)
  • 유은경
  • 승인 2024.01.08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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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이야기- 백 열 번째

유은경은 충청도 산골에서 태어나 자랐다. 아버지에게 받은 DNA덕분에 자연스레 산을 찾게 되었고 산이 품고 있는 꽃이 눈에 들어왔다. 꽃, 그 자체보다 꽃들이 살고 있는 곳을 담고 싶어 카메라를 들었다. 카메라로 바라보는 세상은 지극히 겸손하다. 더 낮고 작고 자연스런 시선을 찾고 있다. 앞으로 매달 2회 우리나라 산천에서 만나볼 수 있는 꽃 이야기들을 본지에 풀어낼 계획이다.

- 편집자 주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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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만 듣고는 생김새를 전혀 상상할 수가 없다. 약재로 쓰일 때 불리는 이름이 그대로 꽃이름이 된 경우다. 글자만 보면 몸에 들어오는 바람(風)을 밀어내는 덩굴성 식물, 그 정도로 보면 될 듯하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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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과(科) 식물이다. 하얀 꽃만 보면 ‘까마중’과 혼동하기 쉽고 보라색 꽃을 피우는 ‘좁은잎배풍등’은 가지꽃과 아주 닮았다. 제주에만 산다는 ‘왕배풍등’도 있는데 꽃과 열매만으로는 구별하기가 어렵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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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더위 중인 8월부터 꽃이 핀다. 이른 갈바람에 낭창낭창한 몸매를 얼마나 뽐내던지 우포늪에서 꽃을 담다가 벌떡 일어나고 싶은 걸 가까스로 참았던 기억이 선명하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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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근처의 줄기는 나무처럼 단단해 겨울에도 살아남는다. 추위에 잘 견디는 듯한데 웬일인지 중부 이북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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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열매의 매력을 먼저 알게 된 몇 되지 않은 꽃 중의 하나이다. 열매는 초록으로 맺어 10월 즈음 제 색으로 익어간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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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빠알갛고 노란 열매는 온통 회색빛인 겨울에도 반짝반짝 빛나 굶주린 새들을 유혹해 기꺼이 먹이가 된다. 그렇게 먹혀야 또다른 다음 한 세대가 탄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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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까지는 열매가 노란 배풍등이 아주 귀해 멀리 기차를 타고 가서 담았는데 새들이 아닌 사람의 손에 의해 퍼지면서 여기저기 여러 곳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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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매는 꽃이 진 자리에 저절로 달리는 것이 아니라 ‘맺히는’ 것이다. 결코 알아주지 못하는 지난 시간이 고스란히 모여 맺혔고 다음 세대를 위해 말갛게 여물어가고 있다. 계절이 깊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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