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옵티컬하이테크 옥상투쟁 연대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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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옵티컬하이테크 옥상투쟁 연대의 밤
  • 송필경
  • 승인 2024.02.16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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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시론] 송필경 논설위원
한국옵티칼하이테크 옥상 투쟁 연대의 밤 (제공=송필경)
한국옵티칼하이테크 옥상 투쟁 연대의 밤 (제공=송필경)

2월 14일 오후 7시.

휴머니즘을 옹호하는 강렬한 현실주의 문학의 거점인 '한국 작가회의 대구경북 지부(이하 작가회의)' 회원들과 전태일 기념관 건립을 추진하는 (사)전태일의 친구들의 이사들은 구미에 있는 ‘한국옵티컬하이테크’ 노동자 농성장에서 열린 투쟁 문화제에 참석했다.

주차장의 차가운 아스팔트에 깔린 목욕탕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작가회의' 회원들이 투쟁 승리를 기원하는 시 낭송을 듣고 민중 가수 이종일은 노동자 연대를 격려하는 노래 공연에 흥겨워했다.

전태일의 친구들은 여러 사람에게 모은 ‘투쟁기금’을 전달했다.

건물 옥상에서 농성 투쟁하는 여성 노동자 2명이 불빛이 나는 핸드폰을 흔들며 높은 먼발치에서 참여했다.

서쪽 하늘에는 아름다운 초승달이 인간 존엄을 지키려는 문화제의 행사를 지켜보고 있었다.

(위)연대 투쟁 구호 (아래)연대의 노래 (제공=송필경)
(위)연대 투쟁 구호 (아래)연대의 노래 (제공=송필경)

‘한국옵티컬하이데크’는 일본 기업 ‘니또 덴코’가 100% 지분을 가진 기업이다. 2003년 구미국가단지에 입주해 그동안 토지무상임대, 법인세·취득세 감면 등의 혜택을 받았다. 한때 직원이 700여 명, 2017년 기준 매출액은 7,843억 원에 달했으나, 주요 납품업체인 LG디스플레이 공장 이전으로 매출액이 줄었다.

이 회사가 규모를 줄인 이유는 2016년 노조를 결성했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고 한다. 2022년 큰불이 나자, 회사는 1년 치 임금을 위로금으로 지급하기로 하고, 희망퇴직 신청을 노조에 통보했다. 직원 중 130여 명은 이를 받아들였지만, 17명은 희망퇴직을 거부한 채 공장 재가동을 요구했다. 노동자들은 회사의 일방적 사업 철수가 이익을 최대한 내고 떠나는 일종의 ‘먹튀’라고 주장하고 있다.

2003년 회사 설립 이후 그동안 매출 7조 6천억 중 6조를 일본에 보냈다고 한다. 20년 동안 이익배당 약 3.632억원, 매년 182억원을 일본 본사가 챙겼다. 2022년 화재가 나자 일본 본사는 1,300억을 보험으로 받고 공장을 폐쇄하겠다고 결정했다.

문제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외국투자기업 유치에는 적극적이어도 고용 안정이나 기업으로써 사회적 책임을 강제할 법·제도를 전혀 마련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인근에 있는 일본 기업인 ‘아사히글라스’의 해고 노동자들은 ‘한국옵티컬하이데크’와 비슷한 이유로 길거리에서 10년째 투쟁을 하고 있다.

일본 본사는 겉치레 협상의 조건으로 농성한 노동자에게 일본어로 된 사과문을 써오라고 했다. 일본은 식민지 시대와 다름없는 인간 존엄을 짓밟는 노예의 굴종을 요구하고 있다. 법원도, 구미시도, 공권력 집행자인 경찰도 비굴해지지 않는 노동자의 편이 결코 아니었다.

이 정부는 일본이 동해를 일본해라 주장하고 독도 상공에 일본비행기가 버젓이 비행해도 침묵하고 있다. 노동자의 존엄은 고사하고 노동자의 권리 행사를 국가의 암으로 규정하는 이 정부야말로 진정한 국가의 암이 아닐까?

한국작가회의 회원 걸개 모음 (제공=송필경)
한국작가회의 회원 걸개 모음 (제공=송필경)

2월 16일 오늘.

고용승계를 요구한 노동자 17명이 농성을 중단하지 않자, 구미시는 공권력을 투입하겠다고 한다.

나는 이 글을 새벽에 쓰고 있다.

오늘 강제 해산으로 어떤 불상사가 발생할지 마음이 몹시 조마조마하다!
더 이상 노동자의 희생이 없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소선 어머니의 절절한 당부다.

옷도 세상도 건물도 자동차도
이 세상 모든 것을 노동자가 만들었습니다.
노동자가 세상의 주인 아닙니까.
그런데 우리는 하나가 안 되어서 천대받고 멸시받고 항상 빼앗기고 살잖아요.
이제부터는 하나가 되어 싸우세요. 하나가 되세요.
하나가 되면 못할 것이 아무 것도 없습니다.
태일이 엄마의 간절한 부탁입니다.
여러분이 꼭 이루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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