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자체 반대’ 전공의 파업에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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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증원 자체 반대’ 전공의 파업에 반대한다
  • 안은선 기자
  • 승인 2024.02.27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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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의협, 성명 내고 정부 시장방임적 의대증원안‧환자 외면 전공의 전면파업 비판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이하 인의협)은 오늘(27일) 성명을 내고 윤석열 정부의 의대증원안과 이에 맞서는 전공의 파업 모두 지지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인의협은 “전공의 파업이 일주일 넘게 진해되면서 시민들이 불안해 하고 있고, 정부는 여론을 몰아 ‘무조건 2천명 증원’안을 강행하고, 전공의들은 어떤 의대증원도 거부한다며 전면파업으로 맞서고 있다”며 “의료취약지 해결과 필수의료 공백 문제를 해결할 핵심이 빠진 이러한 대립은 중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먼저 인의협은 지역의료의 현실을 짚으며, 정부의 의대 증원안의 문제를 낱낱이 비판했다.

인의협은 “분만시설을 찾기 힘든 취약지가 전국 지자체 250개 중 108개 지역(43.2%)이고, 응급센터에 제 시간에 도달하기 힘든 응급의료 취약지가 98개 지역(39.2%)에 이르지만. 정부안에는 정작 필요한 지역에 의료접근권 보장 방안이 없다”며 “이러한 취약지에는 공공의료기관을 설립하고 강화해야 하고, 이 공공의료기관에 의사를 의무적으로 복무시킬 방안이 있어야 하나 지역인재전형 비율강화나 계약형 필수의사제 등 기존 정책안의 재탕뿐이다”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윤석열 정부안에는 공공적 의사 증원 계획도, 의료취약지 공공병원 설립 등 공공계획이 전무하다. 정부안은 철저히 시장방임적이기 때문에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어 이들은 “윤 정부는 의사 수만 늘리면 무조건 시장의 수요-공급 법칙에 따라 늘어난 의사들이 의료취약지나 필수의료에 근무하게 될 것이라고 가정하듯이 말하는데, 문제는 의료취약지에 아예 제대로 된 의료기관이 없다는 것”이라며 “이런 취약지에 이윤을 우선시 하는 민간의료기관이 생길 리 없고, 현재와 같은 고비용 훈련과정을 마친 의사들은 의무복무가 아닌 이상 취약지에 갈 이유가 없다”고 비판했다.

또한 인의협은 의사 수 증원 자체 반대를 주된 요구로 하는 전공의들의 파업은 정당하지 않으며 이를 지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인의협은 “OECD조차 한국에 의사 수를 늘리라고 권고하는 등 우리나라 의사 수가 부족한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필수의료나 지역의료 분야에서 의사 부족 문제는 분배와 배치도 당연히 문제가 되고 의료취약지역은 의료만 취약한 것이 아니라 ‘지역 소멸’ 문제가 가진 다른 생활 여건도 평등하지 않기 때문에 이 책임을 의사에게만 물을 수 없다”고 짚었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전공의들은 노동자고 따라서 파업할 권리가 있다”면서도 “의사파업의 경우 ‘필수 및 응급의료 서비스 보장을 위해 행동해야 한다’는 세계의사회의 권고에 반해 응급‧중환자 진료부문까지 포함한 전면파업은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면 시민들의 지지를 받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의협은 “전공의들이 주 80시간 이상 일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개선돼야 하고, 이를 위해선 의사 수는 늘어나야 한다”면서 “전공의들의 열악한 노동조건 개선과 병원 내 전문의 등 의료인력 증원을 내걸고 투쟁한다면 인의협은 전공의들의 투쟁에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인의협은 “역사적으로 의사들의 집단행동은 여러 나라에서 있었지만 시민의 의료와 건강권을 위한 것이 아닌 자신의 배타적 이해만을 위한 집단행동은 시민들의 비난을 받고 사회적 불신만 초래했다”며 “한국 의사들은 자신들의 요구와 시민의 요구를 합치시켜 투쟁하는 역사적 경험을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고 정당하지 않은 요구를 내건 전공의들에게 파업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이들은 “의료취약지와 필수의료 공백 문제 해결책이 빠진 채 갈등과 대립만으로 치닫는 현 사태를 우려한다”며 “지역‧필수의료 붕괴의 유일한 해결법인 공공적 방식의 의대증원, 공공의료 강화 방식으로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래는 성명서 전문이다.

- 윤석열 정부의 시장방임적 의대증원안은 필수의료 지역의료 해결안이 아니다.
- 의대정원 증원 자체를 반대하는 전공의 파업은 정당하지 않다.

전공의 파업이 1주일이 넘게 진행되면서 시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정부는 여론을 몰아 자신이 내건 ‘무조건 2000명 증원’안을 강행하려 하고 있고, 전공의들은 어떤 의대증원도 거부한다는 입장으로 전면파업으로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는 의료 취약지 해결과 필수의료 공백 문제를 해결할 핵심 문제가 빠진, 이러한 대립이 중단되어야 한다고 판단하고 현 사태에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힌다.

윤석열정부의 의대증원안은 필수의료, 지역의료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윤석열 정부는 이번 의대증원안이 “의료 취약지구에서 활동하는 의사인력을 전국평균 수준으로 확보”하고 “급속한 고령화 등으로 늘어나는 의료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안의 내용은 이를 해결할 정책과는 거리가 멀다.

현재 지역의료는 붕괴 상태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적인 예로 분만시설을 찾기 힘든 취약지가 전국 기초자치단체 250개 중 108개 지역(43.2%)이고 응급센터에 제 시간에 도달하기 힘든 응급의료 취약지가 98개 지역(39,2%)이다(국립중앙의료원 2023). 하지만 정부안은 정작 필요한 지역에 의료접근권을 보장하는 방안이 없다.

이들 취약지역에는 공공의료기관이 설립·강화되어야 하고 의사들을 이 의료기관에 의무적으로 복무시킬 방법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이번 정책안에서 지역인재전형 비율 강화나 ‘계약형 필수의사제’등 기존 정책안을 재탕했을 뿐이다. 이 제도들은 이미 시행했으나 실패한 제도다. 지역인재를 뽑아도 대도시로 가거나 수도권으로 진출하는 비중이 월등히 높고 계약형 필수의사제와 거의 같은 공중보건 장학의사제도는 2022년에 지원자가 1명에 불과했다.

이미 2020년, 전 정부는 미흡하지만 ‘공공의대’ 제도로 의사를 증원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장학금을 주고 의사를 양성하여 공공의료, 지역 필수의료에 10년간 의무 복무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의 의대증원안에는 공공적인 의사 증원 계획이 전무하다. 공공의대가 아니더라도 장학금과 의무복무제를 조건으로 한 국립의대 중심의 의사증원 방안도 시민단체들이 제시한 바 있으나 이 방안도 없다. 무엇보다도 의료 취약지에 공공의료기관을 설립하고 강화하는 정책이 전혀 없다.

윤석열 정부는 의사 수만 무조건 늘리면 수요–공급의 시장 법칙에 따라 늘어난 의사들이 의료취약지역이나 필수의료에 근무하게 될 것이라고 가정하는 듯 말한다. 그런데 의료취약지에 아예 제대로 된 의료기관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이런 취약지에는 이윤을 우선하지 않는 공공의료기관이 아니면 민간의료기관이 아예 생길 수 없다. 또 현재와 같은 고비용 훈련 과정을 마친 의사들은 의무 복무를 시키지 않은 한 취약지에 갈 이유가 없다.

결국 의사 공급만 늘리면 문제가 알아서 해결되리라는 시장방임적 해결 방식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물론 늘어나는 의사들 중 일부는 지역에 근무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다수는 대도시나 수도권에 종사하게 될 것이고 그들은 시장법칙에 따라 높은 수익이 보장되는 분야에 몰리게 될 가능성이 훨씬 크다. 한국의 지역의료, 필수의료가 왜 붕괴상황에 있는가? 단지 의사 숫자만 부족한 것이 아니다. OECD의 공공의료 비중이 평균 73%인데 반해 한국은 10%에 불과하다. 의료공급을 시장에 맡겨놓고 정부가 방임한 결과, 한편에서는 미용성형에 너무 많은 의사가 몰리고, 과잉진단·과잉치료가 두드러지는 것에 반해, 다른 한편에서는 응급의료 뺑뺑이, 필수의료 전공의 미달 등이 동시에 나타난다. 한국의 의료공급이 공공의료가 너무 적고 철저히 시장방임주의에 입각해 왔기 때문이다. 가장 공공의료가 적은 미국이나 일본도 공공의료 비중이 30%는 된다.

윤석열 정부의 공공의료 강화, 공공적 의사증원 방안이 빠진 철저히 시장방임적 의사증원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공공적 의사증원방안, 공공의료강화 정책이 현재 한국의 필수의료 지역의료 붕괴를 해결할 유일한 방법이다.

우리는 전공의들의 어떤 형태의 의대증원에도 반대하는 파업 역시 지지할 수 없다.

전공의들은 노동자이고 따라서 전공의도 파업을 할 권리가 있다고 우리는 판단한다. 그러나 이번 전공의 파업의 요구는 정당하다고 볼 수 없다. 우리나라 의사 수가 부족한 것은 분명하다. OECD조차 한국에 의사 수를 늘리라고 권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필수의료나 지역의료 분야의 의사 부족은 의사 수 부족에만 그 원인이 있지 않다. 의사 분배와 배치도 당연히 문제가 되고, 의료취약지역은 의료만 취약한 것이 아니라 ‘지역 소멸’ 문제가 가진 일반적 문제들과 함께 다른 생활 여건도 평등하지 않다. 이 책임을 의사에게만 물을 수는 없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감안하더라도 전체 의사 숫자를 늘려야만 하는 것 역시 명백한 사실이다. 따라서 의사 수 증원 자체 반대를 주된 요구로 하는 전공의들의 파업은 정당화될 수 없다.

또한 우리는 이번 파업의 형식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의사 파업의 경우 “필수 및 응급 의료 서비스를 보장하기 위해 행동해야 한다”고 권고(세계의사회, 2022)된다. 응급의료나 중환자 진료 부문의 파업은 매우 신중한 결정이 필요했다. 그러나 이번 전공의 파업은 처음부터 이 부분까지 포함한 전면 파업이었다. 이는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면 시민들의 지지를 받기 힘들다.

무엇보다 우리는 전공의들이 주 80시간 이상 일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개선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이러한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서라도 의사 숫자는 늘어나야 한다. 전공의들이 열악한 노동조건 개선과 병원내 전문의 등 의료 인력증원을 내걸고 투쟁한다면 인의협은 전공의들의 이런 투쟁에 함께 할 것이고 앞으로도 전공의들이 이러한 투쟁에 나설 것을 기대한다.

역사를 돌이켜보건대 의사들이 집단행동은 여러 나라에서 있었지만, 시민들의 의료와 건강권을 위한 것이 아닌 자신의 배타적 이해만을 위한 집단행동은 시민들의 비난을 받고 의사들의 사회적 불신만을 초래했다. 반면 시민들이 지지할 수 있고 함께할 수 있는 요구를 내걸고 투쟁한 의사들의 집단행동은 시민들의 지지를 받으며 의미 있는 개혁 조치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한국의 의사들은 자신들의 요구와 시민들의 요구를 합치시켜 투쟁하는 역사적 경험을 만들어 낼 필요가 있다.

우리는 의료 취약지 해결과 필수의료 공백 문제를 해결할 핵심 문제가 빠진 채 갈등과 대립으로만 치닫는 현 사태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의사인력은 지역의료, 필수의료 붕괴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공공적 방식의 의대증원, 공공의료 강화의 방식으로 해결되어야 한다. 그리고 전공의들의 정당화 될 수 없는 요구를 내건 파업은 중단되어야 한다. 

2024.2.27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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