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차 기획토론회_반년 남은 선거인단제 어디로 가야하나 ①]에 이어...
전 : 회원들의 선거제도 개선 열망 중 가장 큰 이유가 대표성 문제였죠. 대의원 단 200명이 뽑은 대표가 우리 대표냐는 의문이 나온 거였는데요. 더 많은 사람이 고루 선거에 참여하게 해달라는 취지에서 선거인단제로 변경됐죠.
그런데 회비 완납회원에만 투표권이 부여되는 등 극히 제한적인 선출 기준과 무작위 선출 방식으로 또 논란을 낳고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페이닥터나 휴직 중인 회원들은 회비 미납자가 많기 때문이죠. 특히 젊은 회원이나 여성 회원 비율이 높은데다, 무작위 선출방식으로는 골고루 뽑기도 힘들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이를테면 50~60대 회원에 선거인단이 집중될 거라는 예상인데요. 대여치의 입장은 어떤가요?
도 : 선거인단제로 뽑는 이유가 우리 전체를 대표하는 협회장을 뽑겠다는 건데 여기서 우리는 ‘회원’의 의미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각 중앙회마다 해당 직군의 의료인은 면허를 취득하는 순간 당연직 회원이 된다. 이 때 핵심은 의무와 권리가 서로 연동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서울시민이 세금을 안냈다고 해서 선거권을 박탈당하지는 않는 것과 같다.

일례로 어떤 회원이 꾸준히 회비를 납부하다가 사정상 일 년 간 회비를 안냈다. 그럼 그회원의 선거권을 박탈해도 되느냐는 거다. 우리의 대표를 뽑는데, 응당 직선제로 모두에게 투표권을 주는 게 맞겠지만, 사정상 간선제를 한다 해도 완납회원 만 명 중에 천 명을 뽑아서는 안된다. 그 만 명이 우리 협회에서 귀중한 회원이고, 그 의견을 가장 존중받아야 되는 건 맞지만, 다른 측면에서 보면 그만큼 개업에 정착을 잘 하신 분들로 치과계에선 기득권에 해당된다.
반면, 갓 졸업한 치과의사들과 이제 막 개원을 시작한 후배들은 어떤가. 초봉은 위생사 수준이고, 밤에는 수학 과외를 뛰고 대리운전을 하면서 페이닥터 생활을 지속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가장 권익을 보호받아야 할 약자는 선거인단에 들어갈 자격도, 의견을 피력할 통로도 없는 현실이다. 이렇게 소통하지 않는 선거가 어떻게 전체를 대표하는 협회장 선거가 될 수 있겠는가 묻고 싶다.
회원 기본권 보장해야…“2~3년 내 완납자로 대상 늘리자”
결론은, 그 규칙을 너무 한쪽으로만 강화해서 제한하지 말자는 것이다. 이를테면, 최근 3년간 회비를 낸 회원에 한해서는 선거권을 주는 식으로 문턱을 낮추자는 거다. 남녀‧연령층을 망라한 구성이 될 것이다. 현 체제대로 완납한 회원에게만 선거권을 준다면, 완납의 길은 너무나 멀어 보인다. 더 높일 생각을 말고, 보다 낮은 금액으로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을 제도권 내로 이끌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우리는 현재 활동 치과의사 2만3~4천 명 중에 겨우 1만 명에게만 투표권을 주겠다는 셈이다.난 이번에 치협에서 진행한 설문조사지도 못 받았다. 분명 빠짐없이 회비를 냈으니, 한참을 기다렸지만 안 왔다. 알고 보니 과거 나도 모르는 새 밀린 3만원의 미납회비 때문이었다. 이거야 말로 기본 헌법에 위배되는 일이다.
이제 30~40대 치과의사의 비율이 3분의 2가 됐다. 완납자에게만 선거권을 주겠다는 발상 자체가 아직도 치협이 얼마나 보수적이고 뒤쳐져 있는지를 보여주는 반증이다. 62년 만에 치러지는 첫 축제인데 이제 좀 넓혀야 하지 않겠는가. 그동안 죽어라 회비를 내왔지만, 우리에겐 아무런 권리가 없었다. 줄 수 있는 유일한 권리가 투표권이다. 이번 기회에 의협의 전례를 따라 선거권 제한을 2년 내 회비 납부자로 늘릴 것을 제안한다.
‘형평성 문제’ 배제 못해…투표권 확대 ‘차기 대총으로’

물론, 선거권에 대해서는 추후 충분히 논의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우리가 논의할 단위가 아니라 대의원 총회에서 안을 정확히 제출해서 결정해야 한다. 특위나 집행부 차원에서 이를 결정하기란 어렵고, 때문에 이번 선거에서 투표권 확대를 적용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 본다.
또 선거권을 매개로 회비를 거두는 방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2~3년 납부자 기준도 다소 무리가 있다. 대의원 총회에서 통과시킬 수 있는 현실적인 안을 제안해서 시시비비가 없도록 하는 게 좋을 것이다. 회무를 오래 해 본 입장에서 하는 얘기다.
이 : 선거권 부여 문제는 소위에서도 무수히 논의가 됐다. 그러나 결국은 규정은 정관보다 하위였다는 거다. 정관에서 완납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에 위법 소지를 없애려면, 정관을 따라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회비 완납이 회원의 의무는 아니라고 하는데, 법적으로는 그렇게 해석되지 않는다.
또 무작위 추출로 선거인단 구성이 연령대별로 쏠릴 우려가 있다고 하는데, 결코 그렇지 않다. 면허번호에 따라 일련번호를 붙여 가장 균등하게 나열하면 고루 분포된다. 소위에서도 그런 문제를 모두 감안했던 것이다.
남녀‧지역별 비율 균등할까?…실상은 '출신대학' 운운
도 : 선거인단제 추출 방식으로 일련번호를 매겨 끝자리를 추첨하는 것을 택했는데, 중요한 게 하나 빠졌다. 면허번호로 연령대를 구분할 순 있겠지만, 성별, 지역별 안배는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과연 이를 두고 치과계를 대표하는 선거인단이라 할 수 있겠는가 묻고 싶다.
같은 방식으로 남녀 구분해서 일련번호를 매겨 성별도 고르게 해야 한다. 지역도 마찬가지다. 그럼 우리 치과계 구성 퍼센테이지를 그대로 축소시켜 놓은 선거인단제를 만들 수 있다.

김 : 출신대학 문제는 간단히 상식선에서 덮을 문제가 아니다. 바이스 문제도 결국은 대학문제다. 출신대학과 관계없이 의지와 능력을 따져 선거를 치러야 한다고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특정 대학출신이 많거나 아예 없다면, 그게 문제가 되기 때문에 실제로 바이스를 세 명씩이나 두는 방식으로 해왔고, 또 유지되는 거다. 이게 지금 치과계의 냉정한 현실이다.
동창회선거의 온상 ‘바이스 폐지’도 차기 대총감
반면에 그 나름의 순기능도 있다. 소수대학도 선거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로 인한 부작용이 더 많다. 우선 바이스 문제부터 피선거권의 제한으로도 볼 수 있는 것이다. 이제라도 바이스제도의 역기능을 검토해 보고, 아예 없애는 게 어렵다면, 줄이는 방식으로라도 하나씩 개선해나가야 한다.
이 : 바이스 문제 역시 규정이 아닌 정관의 문제다. 정관개정으로 노력할 필요가 있다. 이번엔 어렵지만, 반드시 짚고 넘어가겠다.
전 : 선거인단제를 선출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서로 약간의 온도차가 있지만, 그 폭을 넓혀달라는 데는 모두가 동의하는 분위기네요. 바이스 얘기가 나온 김에 짚고 넘어갈게요. 도 이사님과 이상훈 위원장님 의견 주시죠.
도 : 특정대학 출신이 분명 많을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다. 직선제가 되지 않는 이상, 전통 깊은 학교 출신이 당연히 기득권을 잡을 것이다. 그럴수록 지금의 선거인단 구성은 공평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폭을 넓히면 그 또한 저절로 완화될 것이라 본다.
이상 : 이번 선거에서는 정관상 바이스 문제는 물 건너갔다. 내가 직선제를 주장할 당시 가장 먼저 바이스제도부터 없앴다. 바이스는 동창회 선거의 온상이기 때문이다. 언젠간 직선제로 가야하기에 우선은 양보하고 치협의 안(선거인단제)로 간 것이다.
바이스제도를 주장하시는 분들은 검증된 후보가 회무를 맡아야 한다는 근거를 댄다. 좋다. 그러나 이 좋은 가치와 또 다른 가치가 상충된다면, 그 중 더 위에 있는 가치를 택하고 나머지는 버려야 한다고 본다. 바이스제도는 장점보다는 단점이 훨씬 많다는 것이다. 지금은 동창회 선거판과 접대 문화가 우리의 폐해이자 코메디 같은 현실이다.
전 : 말씀대로 선거인단제로 바뀌면서 바이스문제 등의 개선점이 나오고 ‘정책선거’의 부재에 대한 지적도 잇따르고 있는데요. 정책선거의 필요성은 당연히 모두가 동의하겠죠. 계속해서 실질적인 정책선거로 가기 위해서는 어떤 장치가 필요한지 아이디어를 모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