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불사업, 효과에 대한 본격논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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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불사업, 효과에 대한 본격논의 필요
  • 이상미 기자
  • 승인 2016.05.25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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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정책학회서 정세환 교수 발표…자기 결정권‧공동체 감수성 등의 문제 논의돼
▲건강정책학회 봄 학술대회

비판과 대안을 위한 건강정책학회가 지난 20일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개인맞춤의학과 공중보건’이란 주제로 2016 봄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개인과 공중보건 간의 관계에 대해 성찰했다.

특히 이날 학술대회 프로그램 중 개별 세션에서 ‘공중보건과 자기 결정권’이란 주제가 다뤄져 주목을 받았다. 해당 세션에서는 건강관리에 대한 자기 결정권과 관련, ▲수돗물불소농도조정사업 ▲감염병의 격리조치 ▲예방접종의 세 주제를 두고 환자의 자기 결정권을 어디까지 인정할지 여부가 논의됐다.

세션 패널토의에 앞서 진행된 발표에서는 강릉원주대학교 예방치과학교실 정세환 교수가 발제자로 나서 ‘수돗물 불소농도조정사업과 자기 결정권’이란 주제로 수불사업 진행 과정에서의 쟁점과 향후 과제에 대해 전망했다.

수불사업에 대한 ‘윤리적 물음’ 필요하다

먼저 정세환 교수는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공동대표 김용진, 정갑천 이하 건치)가 주도적으로 참여했던 수돗물 볼소농도조정사업(이하 수불사업)에 대한 경과를 설명했다.

▲정세환 교수

그는 “1998년 건치가 수불사업을 주도적으로 제안해 실행을 결의하는 과정에서, 환경 분야에 있는 녹색평론지가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며 “이 논쟁이 3년 간 치열하게 전개된 가운데, 보건과 환경 영역 각각의 입장에 대한 인정은 있었지만 그 이상의 논의는 진행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세환 교수는 “미국에서 수불사업이 건강상 효과가 없다는 말은 있지만, 우리나라에 이 결과가 동일하게 적용될지는 정리가 안 돼 있어 이에 대한 확인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공공이익과 개인의 선택권 간 충돌에 대한 노력을 철저히 치과의 문제로 귀결시켜왔던 것 같다”면서 “건강정책학회의 선생님들이 이 문제에 관해 관심을 기울여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정세환 교수는 해당 세션의 핵심개념인 ‘자기 결정권’과 수불사업의 연관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는 “수불사업의 실행여부에 대한 윤리적 물음이 포함된 정책 결정을 누가 어떻게 해야 할 것이며, 개인적 차원에서의 사업 실행 방법 개발이 과연 가능한가”에 대해 질문했다. 더불어 건강과 관련된 자기 결정권 문제에 대해 “여기 모인 분들이 이 문제에 대해 어떤 결정과정을 거쳐 논의하는 게 좋을지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라며 관심을 호소했다.

이밖에 세션 발표 내용에서 시민건강증진연구소 김명희 상임 연구원이 ‘감염병의 격리조치와 자기결정권: 메르스 사태를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인하대학교 의과대학 황승식 교수가 ‘예방접종과 자기결정권’이라는 주제로 감염병 확산 시의 인권문제와 예방접종의 선택 여부에 대한 내용을 다뤘다.

한국 공중보건의 현주소는 ‘각자도생’

세션 후 이어진 패널토론에서는 프레시안 강양구 기자, 우리복지시민연합 은재식 사무처장, 강동구 보건소 조종희 보건소장이 패널로 나와 토의를 진행했다.

▲강양구 기자

이날 패널토의에 나선 강양구 기자는 공중보건 문제에 대처하는 한국의 상황에 대해 “정부와 시민, 보건 전문가 모두 서로를 신뢰하지 않는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시민, 전문가 입장에서 최적의 선택지는 각자도생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보건학 전문가들이 공중보건에 대한 이슈에 접근했을 때, 국가 혹은 구체적인 정책의 실행자인 정부를 파트너로 삼아왔다”며 “수불사업이나 접종사업에 대한 대중들의 불신은 앞서 언급한 전문가들의 접근방식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밖에 강 기자는 “감염병과 같은 비상상황이 도래했을 때 내가 속한 공동체에 위기가 생긴다면 개인의 불편함을 감수하는 감수성이 생겨야 공동체의 회복 탄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세환 교수는 “수불사업의 경우 시민사회단체의 청원으로 1994년 시작된 예가 있으나 논쟁의 시작과 더불어 사업 실행에 대한 논의가 더는 진전되지 않았다”면서 “이를 계기로 시민사회에서 이런 논의를 숙성시킬 때까지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 생각하게 됐다”고 말해 시민사회 차원에서의 수불사업 논의가 어려운 현 상황을 시사했다.

황승식 교수는 “최근 신자유주의적 세계관, 맞춤의학과 맞물려 개인의 권리를 절대화하거나 그것만을 최우선화하는 프레임이 생겨났다”며 “인권이나 자기 결정권을 상대화하는 시도가 필요하고, 자기 결정권에 대한 해결은 현장을 통해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의견을 덧붙였다. 

▲패널토의
▲강연을 듣는 청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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