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디치움(iudici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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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디치움(iudici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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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11.13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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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대한치과의사협회(이하 치협)가 유디치과 고광욱 원장의 『임플란트 전쟁』 발간과 관련 방송 인터뷰를 두고, 반박인터뷰 등으로 적극 대응에 나섰다. 그간 유디치과가 치과계 내부고발자 컨셉(?)으로 ‘저렴한 진료비’ 마케팅을 펼칠 때마다 치과계 역시 적극적인 맞대응을 해왔으나, 2012년 1인1개소법 개정 이후에는 주로 법안 사수와 제도적 보완에 힘써왔다. 최근 고광욱 원장의 신간 발매나 인터뷰 역시 1인1개소법 헌법재판소 판결을 앞두고 법 개정을 위한 유디 측의 주장일 뿐이라고 치협은 보고 있다. 치협의 이례적인 맞대응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가운데, 본지는 이번 사태에 대한 소설 형태의 익명 기고글을 게재한다.

편집자주


단편소설 유디치움  iudicium (라틴어로 법원)

#1. 치협 회의실

“소설 쓰고 앉아있네!”

회의 자료를 쭉 훑어보던 선희의 입에서 툭 흘러나온 말이 살짝 거칠었는지 다 같이 양복을 차려입고 뚜루루 근엄하게 앉아있는 중년 남성들의 미간이 일제히 찌푸려졌다.

김진명의 독특한 소설 『글자전쟁』에서 제목만을 달랑 무례하게 패러디했을 뿐 소설이라는 분류에 넣어주기도 부끄러운 수준의 글짓기를 소설이랍시고 출간한 유띨이도 한심하지만 이따위 한심한 소설에 흥분하여 명예훼손이니 반론보도니 대응책을 마련한답시고 모여 앉은 명함부자 아저씨들의 결의에 찬 모습도 선희 눈에는 그리 나아 보이지 않았다.

“이빨전쟁이라는 이 소설의 작가 유띨이를 명예훼손으로 당장 고소해야 합니다.”

“소설 이빨전쟁을 홍보해준 언론사에 항의하고 동일분량 반론권을 정식으로 요구해야 합니다.”

“‘치협은 뭐하냐’라며 회원들의 비난여론이 들끓고 있어요. 이렇게 가만히 앉아 당할 수는 없습니다.”

여기저기서 흥분한 채 강경대응을 주문하는 목소리들이 넘쳐났다.

“저기요, 이사님들, 미운 놈 떡 하나 더 주시게요?”

듣다 못한 선희가 결국 일어섰다.

“우선 동일분량 반론이라는 말은 제발 좀 그만 써 주셨으면 합니다. 동일이라뇨? 회원개인과 협회입니다. 움직임의 경중이 하늘과 땅 차이죠. 일개 치협 회원이 본인의 상상력을 동원해서 소설 한편 썼다고, 또 그걸로 인터뷰 좀 했다고, 아무리 그 내용이 조잡하고 맘에 안 들어도 협회가 하라마라 강제 할 순 없죠. 여기는 사상과 언론의 자유가 보장된 21세기 자유대한민국입니다.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되죠. 게다가 소설이라잖아요.

환자를 상대로 한 불법 과잉진료, 무자격 진료, 환자 알선, 유인, 1인1개소 법위반 등 국민건강에 심각한 해를 끼치는 실체적 문제에 대해서는 치협이 당연히 나서야 하겠지만 이건 그냥 소설이라는 형식의 개인 발언입니다. 이게 정말 치협이 나설만한 일인지 부터 차분히 따져 보시죠.”

‘동일’이라는 말이 너무 부끄러워 벌떡 일어서 발언을 시작해버렸지만 선희는 벌써 후회가 몰려왔다. 말이 채 끝나기 전부터 쟤 뭐야? 라는 싸늘한 시선이 사방에서 날아와 꽂혔기 때문이다. 나야말로 나설만한 일에 나서는 건가? 굳이 내가 낄 일인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머릿속이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었지만 이왕 일어섰고 또 입을 열었는데 여기서 다시 앉아버리기는 더 민망했다. 에라 모르겠다. 해 놓고 후회하자.

“우선 현 상황에 대해, 상대에 대해 기본 파악부터 같이 해보죠.

첫 번째, 왜 ‘책’인거죠? 갑자기 소설가가 돼서 책을 들고 나타난 이유가 뭘까요?

오로지 제 추측을 말씀드리자면, 유띨이가 소설책을 쓴 건 지들 나름 치밀하게 기획한 작전일 겁니다. 그것도 아주 오랫동안 돈도 많이 들인 작전이겠죠. 설마 진짜 유띨이가 혼자 생각해서 혼자 쓴 소설이라고 믿으시는 건 아니죠? 유띨이가 소재제공 몇 마디는 했겠죠, 나머진 유띨이에게 책을 쓰라고 시키신 높으신 회장님의 돈이 했을 테고요. 글짓기가 그리 만만한 건가요. 아마 이거 돈 엄청 많이 든 기획일걸요. 시간도 많이 들었을 거구요. 지난번 이쪽에서 책 먼저 나왔을 때부터 지들도 얼마나 책 하나 갖고 싶었겠어요. 돈 몇 푼 없는 치협도 내는 책을 우리는 왜 못 내느냐, 얼마나 부럽고 속상했겠어요? 밑에 애들 들들 볶았겠죠. 그런데도 4년이나 걸렸네요. 게다가 소설? 하하하, 은근 어울려요. 돈이 좋긴 좋네요. 개같이 번 돈 개같이 쓰겠다는데 누가 막겠어요. 덕분에 어려운 출판계가 덕 좀 봐도 좋구요. 어쨌든 이 책은 ‘의료괴담’이라는 책에 대한 대응으로서 유띨이네가 꽤 오래 준비한 비장의 무기라는 게 제 첫 번째 추측입니다.

책은 묘한 힘을 가져서 사람들은 책에서 본 걸 쉽게 믿어요. ‘나 그거 책에서 봤어’ 이거 굉장히 무서운 말이거든요. 부지불식간에 세뇌되는 면이 있어요. ‘내가 어떤 책에서 봤는데 여기 영리병원이고, 과잉진료랑 다 나쁜 거래.’ 이런 말 나오는 게 얼마나 무섭겠어요? 큰 붕괴는 언제나 작은 균열에서 시작하니까요. 만약 우리 쪽의 책이 어느 정도 효과를 봤다면 소설 이빨전쟁도 당연히 나름의 효과를 볼 거예요. 돈 들였는데 효과가 없기야 하겠어요.

그런데 두 번째로, 왜 지금이죠? 지금 이 시점에 어떤 효과가 필요한 걸까요?

우선은 내부효과가 있을 거예요. 혹시 모를 균열이 붕괴로 이어지는 걸 막으려면 내부결속이 젤 중요한데 그 방법으론 사상교육이 역시 짱이요. 각 치과마다 배치해서 환자들 읽힐 거고 직원들 읽힐 거고 관련자들에게 배포해서 읽히겠죠. 일종의 사상 전쟁.

추가로 외부효과를 기대하는 게 있다면 어쩌면 치협의 맞대응일 겁니다. 여기서 부터가 정말 중요하니 모두들 집중해서 생각해주세요. 이 소설책이 그저 4년을 준비한 오늘의 결과일 수도 있지만 갑자기, 뜬금없이 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는 게 최근에 유띨이네랑 치협이랑 별로 주고받은 것도 없었잖아요? 비교적 조용한 편이었는데 굳이 치협을 향해 비싼 선제공격을 날리다니. 치협의 반발이며 법적 대응이 뻔히 예상되는 데도요. 유띨이가 왜 그럴까? 도대체 유띨네는 왜 그러는 걸까요?

인간은 원하는 게 있을 때 돈을 쓴다는 뻔한 사실에 기초해 그들의 동기를 유추해 보자면 유띨이네는 치협의 극렬한 반박 대응을 매우 원한다는 게 제 두 번째 추측입니다. 명예훼손 소송이나 비난 등을 받을 각오로 쓴 게 아니라 사실은 받고 싶어서, 받아야 해서 쓴 거죠.
왜 그렇게 생각하냐고요? 4년이잖아요. 4년이면 지난번 대결구도가 지들 장사에 유리했었는지 불리했었는지 경영학적으로 분석해서 결론이 나오고도 남을 시간이거든요. 그 당시 유띨네가 비난도 받고 일정부분 타격도 받았겠지만 뜻밖에 공짜 마케팅 효과도 적지 않았을 거예요.

유띨 vs 치협. 이런 대칭 구도 덕분에 일개치과에서 치협의 적수로 체급이 국가대표급으로 올라갔고 언론 노출 효과도 있어서 의외로 영리병원 장사에 꽤 도움이 됐을 거예요. 그러니 환자를 늘리기 위해 효과가 검증된 노이즈마케팅을 다시 한 번 시도하는 건 경영학을 배운 자라면 아주아주 자연스러운 선택입니다.

아시다시피 일부 국민들 정서 중에 치과의사집단을 불신하지만 이가 아프면 치과에 가야하는 진퇴양난의 모순적 면이 있어요. 일부 환자들의 이런 심리적 틈을 파고들어서, ‘우리는 국민들에게 바가지를 씌워 떼돈을 버는 나쁜 치과의사집단으로부터 탄압을 받는다, 진료비가 싸서 탄압받은 거다, 과잉진료니 불법이니 하는 말들은 다 모함이다, 진료비를 싸게 받지 못하게 하려는 음모다, 우리가 쓰러지면 치과진료비는 다시 폭등한다, 그러니 우리편을 들어라, 음모에 속지 말고 모함을 믿지 말고 우리 치과로 와라.’ 뭐 이런 마케팅인거죠. 그러니 치협으로부터 반격이 세게 올수록 더욱 달콤한 효과를 보겠죠? 이거 정말 의외로 효과가 있었나 봐요. 쟤네들이 오늘날까지 멀쩡하게 장사 잘 하는 거 보면 말이죠. 

사실 오늘 이 자리가 ‘유띨이네 책에 대한 협회의 대응회의’라고 제목이 박힌 상태라 이런 식으로 말씀드렸지만 솔직한 제 느낌으로는, 이 소설은 그냥 치협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새로운 형태의 환자유인 마케팅일 뿐입니다. 소설 소재에 치협이 사용되긴 했지만 치협이 목적은 전혀 아니라는 거죠. 약장사가 약 파는데 무슨 말을 못할까요? 필요하면 쇠몽둥이로 자기 머리도 내려치는 게 약장사잖아요. 유띨이 소설의 목적은 치협도 아니고 국민건강도 아니고 그냥 돈 일거라는 점, 치협이 반발도 좀 해주고 성명도 내고 시끄럽게 굴어서 큰 돈 들인 인터뷰기사 외에 공짜 기사 한 번 더 나오면 땡큐인 꽃놀이패라는 데에 제 왼손모가지와 남은 판돈을 모두 걸 수도 있습니다.

이제 유띨네는 각종 마케팅 방법을 넘어 ‘소설 마케팅’까지, 의료마케팅의 신기원을 열었다고 할만 하네요. 자신의 기억을 왜곡하고 각색해서 피해자 코스프레까지 해가며 17:1의 싸움을 이기고 환자를 구한 의인으로 자신을 포장한 걸 보니 정말 ‘소설 쓰고 앉아있네’라는 말이 저절로 나옵니다. 아마 이 소설에 예정된 마케팅이 한두 번의 인터뷰 외에도 분명 추가로 더 있을 테고 게다가 그 이후에는 소설마케팅마저 능가하는, 내용은 저급하고 형식은 나름 새로운 형태의 의료 마케팅이 또 계속해서 나올 겁니다. 전단지 시대를 넘어 환자유일알선 조직, 이벤트 마케팅, 블로그 마케팅, SNS 마케팅, 이번 소설 마케팅과 그 너머까지 의료자본은 이윤을 향해 끊임없이 계속 진화할 텐데 자, 그때마다 치협은 어떻게 대응할거죠? 오늘처럼 이렇게 개 끌려가듯이 계속 맞장구를 칠건가요? 이게 바로 오늘 우리가 결정해야 할 진짜 핵심입니다. 현상에 속지 말고 본질을 봐야 합니다. 현재의 상황과 끊임없이 문제를 일으킬 예정인 어떤 세력의 본질을 이해한다면 그 바탕위에서 어쩌면 우리는 전혀 새로운 얘기를 시작해야만 할 겁니다.

추가로 덧붙이자면, 저 소설이 많이 불편한 건 아마 일정부분 사실을 담고 있어서 그럴 거예요. 한때 일부 지역에서 비보험수가 담합이 있었다는 걸 누가 부인할 수 있을까요? 당시 지역사회에 새로 진입한 젊은 치과의사 세대들이 기존의 어떤 카르텔 앞에서 때때로 절망했을 지도 모른다는 사실, 혹시 생각해 보신 적 있나요? 괴물은 우리가 버린 폐수를 먹고 자랍니다.

우리 사회의 많은 다른 부분들과 마찬가지로 불법이란 걸 채 인지도 하지 못한 상태에서 부끄러운 일들이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행해졌었다는 걸, 지금도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게 정말 부끄러운 겁니다. 그때는 다들 그런 시절이었다는 편한 핑계는, 약간의 정상참작이 되겠지만 미래를 향한 발전에는 도움이 하나도 안 됩니다. 우리가 과연 쓰레기같은 놈들과 진짜 차원이 다른 부류인지 구분할 수 있는 지점이 바로 여기, 자기성찰입니다. 우리가 우리의 과거 잘못을 직시하고, 인정하고 심지어 개선까지 할 수 있다면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명분이 생길 겁니다. 저들처럼 그저 돈 냄새를 쫓는 짐승 같은 자본의 욕망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도덕적 철학적 명분이 생길 테고 저절로 힘이 생길 테니 전쟁승리를 넘어 전쟁자체가 무의미해지는 차원에 오를 수 있겠죠.

명예훼손이요? 했죠. 누가 봐도 분명히 하긴 했습니다. 하지만 저들을 고작 명예훼손으로 유디치움(법원)에 세워봤자 글쎄요 아마 별 의미 없을 겁니다. 그저 저들이 원하는 떡을 저들 손에 떡하니 쥐어줄 뿐, 국민건강에 어떤 이득도 없이 오히려 저들과 함께 치협의 명예도, 대한민국 치과계의 명예도 같이 바닥으로 굴러 떨어질 위험이 커요. 그나마 조금의 통쾌함마저 없이 혈압만 더 올라갈 걸요.

저들 포함 구더기처럼 우글거리는 의료영리화 세력을 진정한 유디치움에 세울 수 있는 힘은 오직 옥석을 가려내는 국민들의 혜안 속에서만 나올 수 있다는 거 사실 다들 아시잖아요.
전문가집단으로서 그 혜안을 소망하고 뒷받침하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고 해야만 하는 유일한 대응이 아닐까요?”

#2. 유띨이네 집

“아직도 안 나왔어? 내 책 나온 지 두 달 넘었는데 왜 아직도 치협에선 규탄 성명서 한 장이 안 나와?”

짜증 섞인 유띨이의 재촉에 대필이는 괜스레 자기가 잘못이라도 한 마냥 움츠러들었다.

“곧 나올 겁니다. 얼마 전에 치의신보에 치과계 분노 어쩌고 하는 기사도 나왔고 오늘 또 모여서 회의도 한다고들 하니 조만간 뭔가 반응이 크게 있지 않겠습니까. 조금만 기다리시면 될 것 같습니다.”

몸에 좋다는 순한 외제 담배만 피는 유띨에게 담뱃불을 붙여주며 연신 굽신거리던 대필이는 오늘따라 기분이 언짢아 보이는 사장에게 혹 무슨 다른 일이 있는 건지 조심스레 물었다.

“오늘 안색이 약간 안 좋으신 것 같은데 혹시 감기기운이라도 있으신 건가 걱정됩니다.”

“회장이 오늘 또 전화해서 닦달하니까 내가 아주 죽을 맛이야. 들인 돈이 얼만데 겨우 인터뷰 몇 개 나오고 끝나는 거냐고 하더라고. 아니 뭐 내가 마케팅 예산을 빼먹은 것도 아니고 요새 원래 단가가 높아져서 그런 건데 나보고 어쩌라고? 그리고 치협 놈들이 원래 굼벵이같이 느리고 게을러서 아직 이도저도 안 나오는 걸 텐데 걔네 무능한 건 또 나보고 어쩌라고. 에휴 그러게 내가 좀 더 자극적으로 써서 완전 빡치게 만들자고 했었잖아. 그랬으면 지금쯤  뭐라도 나왔을 텐데, 안 그래?”

“아니 그게 아무리 소설이라도 막 쓰는 게 아니고 형식이 있고 기승전결이 있어야 해서….”

“시끄러! 어쨌든 여기 저기 신문사에 광고비 좀 팍팍 찔러주고 인터뷰 기사 몇 개 더 잡아. 내 얼굴 대문짝만하게 넣고 제목도 더 자극적으로 뽑고. 그리고 교보문고 팬사인회 뭐 이런 것도 좀 잡아야 하는 거 아니야? 내가 국민들 임플란트 싸게 해주는데 얼마나 큰 공을 세웠는데 이런 건 국민들한테 널리 알려야지, 응? 안 그래? 그래야 환자가 더 늘지. 요새 내 인센티브가 얼마나 줄었는지 알아? 이래가지고서야 어디 입에 풀칠하겠나. 상담실장들 더 닦달해서 없는 충치도 만들어 내라고 좀 해. 야, 얼른 나가서 매출 늘려!”

#3. 치통이네

“어머니 식사하세요.”

며칠 전부터 이가 아파 제대로 식사를 못하시는 어머니를 위해 오늘도 죽을 끓여 온 치통씨는 죽을 드시는 어머니 입을 한참 바라보다 조용히 말을 건넸다.

“어머니 내일은 저랑 같이 시장 입구에 새로 생긴 큰 치과에 가 봐요.”

“치과는 무슨 치과를 가냐? 별로 안 아프다. 내 이는 내가 잘 안다. 며칠 이러다 금방 괜찮아지니 걱정 말아라.”

별로 안 아프다며 여전히 치과를 안가겠다고 하시는 어머니가 사실은 치료비 걱정 때문에 그러신다는 걸 진작부터 알았지만 치통씨 역시 목돈을 감당하기엔 최근 형편이 좋지 않아 그냥 모른 척 했었다. 하지만 오늘 부쩍 야위신 어머니 얼굴을 보자 더는 미룰 일이 아니라는 결심이 섰다.

“아니에요, 어머니. 새로 생긴 큰 치과가 스케일링도 공짜고, 오픈기념으로 이번 달은 임플란트가 반값이래요. 이번 기회 놓치면 손해예요. 비용 걱정은 마시고 내일 저랑 꼭 같이 가요.”
“그래? 뭐 정 그러면 그냥 가서 검사나 한번 받아볼까?”

공짜, 반값이라는 말에 솔깃해 하시는 어머니 모습이 치통씨는 더 마음 아팠다. 사실 그 병원에 대해 과잉진료, 불법 어쩌구 하는 글을 본 적이 있어 살짝 걱정되긴 했지만 며칠 전 인터넷 기사를 보니 사실은 그 병원 원장이 환자들에게 진료비를 싸게 받아서 주변 치과의사들이 왕따에 모함을 한 거였단다. 역시 치과의사 놈들이란 다 도둑놈이야. 다행히 저런 의인이 있어 나에겐 얼마나 다행인가? 혹시 모를 일들은 내가 정신 똑바로 차리고 옆에서 지켜보면 뭐 별일이야 있겠어? 생각하며 치통씨는 어머니의 죽 그릇을 챙겨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 날 어머니를 모시고 시장입구 큰 치과와 집 앞 동네치과 두 군데를 모두 다녀온 치통씨는 머릿속이 복잡했다.

큰 치과는 새로 생겨 그런지 역시 크고 깨끗하고 직원도 많아서 왠지 믿음이 갔다. 임플란트 값도 말처럼 반값까지는 아니었지만 확실히 저렴해 보였다. 하지만 치료받아야 할 충치며 뽑아야 할 이가 너무 많아서 결국 총 예산은 동네치과보다 비쌌다. 동네치과 원장은 살짝 무뚝뚝하긴 해도 직접 검사와 상담을 다 진행하며 꼼꼼히 설명해주었다. 충치는 개수는 많지만 현재 상태에서 반드시 치료받아야 할 정도는 아니니 지켜보자고 했고 뽑아야 할 이도 한 개는 확실하지만 나머지는 좀 더 치료를 진행한 후에 반응을 보고 결정하지고 했다. 양쪽 치과의 상담내용이며 치료비용이 달라서 치통씨는 오히려 고민이 더 커진 기분이었다. 어떻게 해야 하지? 누구에게 물어봐야 하나?

어머니의 치과치료가 끝나면 함께 돼지갈비 외식을 한 번 하는 게 소망인 치통씨는 치과를 다녀 온 뒤 오히려 더 커진 고민 때문에 오늘 밤도 일찍 잠들긴 틀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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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구성]

#1. 치협 회의실
:유띨이가 ‘이빨전쟁’이란 신작 소설을 출판하고 홍보 인터뷰 등을 통해 사실 왜곡, 불법네트워크 옹호, 치과의사협회의 명예훼손 등의 행위를 한데 대한 대응을 논의하기 위해 모인 모임에서 유띨에 대한 강력 대응을 주문하는 높으신 분들께 드리는 선희의 조언.

#2. 유띨이네 집
:소설 쓰는 유띨이의 진짜 관심사는 문단의 평가나 책 판매량이아니라 엉뚱한 다른 곳에 있다는 소문이 도는 와중에... 들인 돈만큼 결과가 나와야 한다며 부하직원을 닦달하는 유띨이와 부하직원 대필씨.

#3. 치통이네 어머니집
:이가 많이 아파 죽을 먹는 어머니에게 싸고 의로운 치과가 새로 생겨다며 함께 가자고 설득하는 치통씨의 치과 탐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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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2018-11-14 20:41:40
본인 등판....

대중서래 2018-11-14 15:26:43
대중서는 커녕 치과의사중에도 그 책 읽은 사람 100명 되려나

치통이네 앞집사람 2018-11-14 14:02:32
의료괴담은...2014년 당시 정부에서 제시했던 의료개혁안에 대해, 당시 치과계가 직면한 현실과 우려를 팩트에 기반해 조사하고 경험한 내용으로, 그것도 대중서로 쉽게 읽힐 수 있게 쓰여진 책이었지요...그리고 치과의사라면 적어도 그정도의 책은 교양서로라도 읽었어야 했던 책이었고요...망상으로 짜집기된 이빨전쟁하고는 비교할 수 없는..

비로법입 2018-11-14 11:39:26
맛집중에 최고는 엄마가 해주는 집밥이 제일 맛있다.

엄빠연합 2018-11-14 10:50:16
말 한 번 잘했네.
사람들이 다 치협을 욕하진 않아도
많은 사람들이 치협을 욕하면
그 이유는 한 번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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