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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약 30년의 역사를 돌아보며[건약 30주년 특별기고]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대전세종충남지부 김연희 연대사업부장
김연희 | 승인 2019.10.18 17:02

1987년 6월 민주항쟁이 전국을 민주화 열기로 달아 올리던 그 때, 보수적이라고만 치부됐던 약사사회에서도 호헌철폐를 위한 서명운동이 벌어졌다.

이후 서명을 주도했던 약사들은 자신의 지역 곳곳에 뜻 있는 약사들을 규합해 단체를 만들었다. 부산의 '약사의 소리', 서울의 '건강사회실현약사회', 대전의 '타래', 광주·전남지역의 '건강사회실현약사회', 대구의 '청년약사회' 등이었다. 이들 지역 약사 조직들은 지난 1988년부터 서로 교류해 오다 지난 1990년 1월 21일 전국 단일 조직인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이하 건약)'를 창립했다.

이보다 앞서 1987년 겨울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가, 1989년 4월엔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사회가 창립됐고, 이어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노동건강연대 등이 건약과 함께 연달아 창립되면서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이란 이름으로 또한 보건·의료인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연대활동을 펼치고 있다.

건약은 보다 건강하고 인간다운 사회 건설을 위해, 혹은 삶의 모든 측면에서 건강이 구현되는 총체보건 실현을 위해 약사로서, 지식인으로서 적극적으로 사회적 실천에 임하고 진정한 민주주의 실현이 국민의 건강을 지켜줄 수 있음을 자각하고 실천하는 것을 이념으로 삼고 있다.

이에 따라 건약은 노동자 건강 문제에 대한 '산업재해 활동', 도시 빈민을 위한 진료소 활동, 의료보장제도의 연구와 실현을 위한 실천활동을 펼쳐왔으며 현재는 전반적 보건의료체계 변화와 의료 영리화 저지를 위한 역할을 실천하고 있다.

본지는 내년 창립 30주년을 맞는 건약의 역사와 활동을 돌아보고 기념하기 위해 기획연재를 진행키로 했다. 그 두번째로 건약 대전세종충남지부 김연희 연대사업부장의 기고글을 게재한다.

- 편집자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이하 건약)는 `건강한 약사 건강한 민중 건강한 사회` 라는 슬로건으로 87년 민주화운동과 노동자대투쟁이후 정치사회적 모순을 마주하고, 노동자 민중의 사회적 현실에 분노하며, 우리 사회의 민주화와 분단된 조국의 통일과 더 나은 사회에 대한 지향을 갖는 약사운동단체로 1990년에 출범했다. `타래`라는 조직으로 활동해오다 건약 출범과 함께 건약 대전충남지부조직으로 전환하고 현재까지 대전세종충남지부로 활동하고 있다.

건약 창립이후 초기 10년은 87년 민주항쟁과 노동자 대투쟁을 통해 정치적으로 고양된 사회운동과 함께 성장했다.

빈민지역에서 주민과 함께 하는 주민건강공동체를 지향하며 빈민주거지역에 개국했고, 10시에 약국 일을 마치고 모여서 빈민의 사회적 건강을 이야기하며 용운동 철거민투쟁에도 연대했고, 농민의 건강을 위해 농촌으로 들어가 개국하고, 자연스럽게 농민운동과도 연대하며 농민의 정치사회적 지위보장과 농산물 제값 받기 투쟁에도 함께 하며 농민건강을 지켰다.

제약회사에서 일하는 약사를 중심으로 노동현장에서의 제약노동자의 노동권과 건강권을 개선하는 투쟁을 조직하고 연대하는 제약분과 소모임이나 산업재해나 직업병을 공부하며 노동자들과 함께 산업재해추방운동을 하는 분과활동도 전개했었다.

지난 1988년 온도계 만드는 공장에서 일하던, 당시 15세 고 문송면 군 수은중독 사망사건과 원진레이온 노동자들의 집단 이황화탄소 중독 사건을 직업병으로 인정하는 투쟁에 연대하면서 노동자의 직업병 문제를 사회적 이슈화하는 활동에도 적극 참여했었기에 산재추방운동(지금은 노동안전보건운동이라고 부른다)은 자연스럽게 건약 활동의 한 부분이 됐다.

또한 전 국민건강보험운동을 통해 부자동네의 국민은 덜 내고, 가난한 지역의 국민이 더 내는 불평등한 지역건강보험의 문제를 개선하고 국가차원에서 전 국민이 건강보험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활동을 견인하고 동참했다.

2000년 6월 건약은 인의협과 함께 의약분업 정착을 위한 공동선언을 진행했다.

육아와 회원 개인사정으로 지부활동을 중단했던 1990년대 중반부터 2004년 7월까지는 지부차원의 사업을 전개하지는 못했고, 한약분쟁과 의약분업 시행에 대해 전체 건약 사업에 동참하는 정도로 개별 회원차원에서 활동을 이어왔다.

2004년 7월 지부활동을 재개한 뒤, 1997년 외환위기 IMF 사태부터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세계경제가 휘청했던 시기의 주된 활동은 한미 FTA반대와 의료민영화 반대였다.

2차 세계대전이후 선발자본주의 국가에서 케인즈주의(복지확대를 통한 불황극복)가 파산하고, 자본축적의 위기를 구할 대안으로 등장한 신자유주의 세계화로 완전 시장개방, 자유화, 규제완화, 사유화, 노동유연화의 이름으로 비정규직 노동자가 생겨났고, 의료를 민영화하려 했고,  공기업을 쪼개서 민영화했고, 기업의 인수, 합병으로 중소기업이 줄도산하고, 대규모 실업이 발생하고 노숙자가 급증했다. 자연스럽게 대전지역 홈리스운동과 연대하며 노숙자 무료진료소 활동에 참여하고 지원했고, 농공단지 공장에서 숙식하는 외국인 노동자를 대상으로 하는 주말이동진료지원사업도 인의협 대전충남지회와 함께 전개했다.

`이윤보다 생명이다`, `다른 세상은 가능하다`라는 슬로건으로 보건의료를 더 시장화하려는 정책에 맞서 보건의료의 공공성 강화와 보장성 강화를 요구하며 의료민영화저지를 위해 싸웠다. 재화와 서비스의 생산이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사회의 모순과 한계를 극복하는 새로운 사회로의 변혁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토론했다.

인간 존엄을 보장하는 사회로 나아가면서 가장 기본적인 보건의료의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해  공공의료 확충의 필요성과 치료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이유로 죽어가는 환자가 없도록 의약품의 접근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건약의 요구를 함께 걸고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활동을 확산시켰다. 한편으로는 2004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규탄하고, 노무현 정부의 파병결정에 반대하며 반전평화운동에도 동참했다.

2007년 '의약품 공공성 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진행된 전국 건약 포럼.

2014년에는 세종 보건복지부앞 의료민영화 반대 대전충청릴레이 단식농성 1개월, 3만 대전지역 생활협동조합인의 의료민영화 반대 선언, 사회공공성강화와 민영화 저지 대전공동행동과 시민단체가 함께 진행한 대전지역 의료민영화 반대 1인 시위와 선전전을 전개하며 박근혜 정부의 의료민영화 추진을 막아냈다. 그러나 박근혜와 함께 사라질 줄 알았던 보건의료규제완화 정책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고, 여전히 공공의료확충과 방문진료나 방문약료서비스의 공공적 시행을 요구하고 있고, 여전히 의료민영화를 멈추라고 외치고 있다.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이후  저성장 저물가의 디플레이션으로 세계경제의 위기가 장기화되고 있다. 한국경제도 예외가 아니다. 대기업은 사내유보금 960조를 쌓아 두고도 투자처를 찾고 있다. 2019년 2%대 성장도 어려울 만큼 저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촛불혁명으로 대통령이 됐다고 하는 문재인 정부도 촛불국민을 배반하고 투자활성화와 혁신성장을 위해 보건의료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수익률이 10% 이상인 병원, 약국 시장을 자본이 그냥 둘리 없었을 것이다.

참고로 나는 15년째 지부 연대사업을 맡고 있다. 건약 대전세종충남지부는 한국타이어 집단산재사망, 민영화 반대 사회공공성 강화, 유성기업 노조파괴 중단,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콜트콜텍노조 정리해고철회, 국사교과서 국정화 중단, 메르스 사태 대응, 가습기참사 진상규명과 옥시불매운동, 강정해군기지 반대와 사드철회, 전쟁없는 한반도의 평화와통일, 핵재처리실험저지, 전교조 법외노조철회, 국정농단을 계기로 촉발된 촛불혁명, 한화케미칼과 CJ대한통운 노동자산재사망대응 등 지역사회운동과 소통하며 미약하나마 함께 투쟁했고, 언제나 연대요청에 책임을 다해 왔다. 그래서 연대사업부분지출이 지부 재정지출의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약의 올바른 사용을 위한 지부 활동으로 보건의료의 상업화와 왜곡된 의약분업 환경에 기인한 의약품오남용, 다제 중복투약 등의 문제를 제도적으로 개선하고 안전한 의약품 사용을 위한 의약품 안전성 운동을 전개했다. 그리고 노인의 다제약복용과 중복의 문제, 비만약 처방의 문제점,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의 문제점 개선에 대해 실태를 조사하고 토론하며 대안을 만들어가기도 했다.

최근 건약활동은 사회운동과 적극적으로 연대하고 투쟁했던 초기의 도시지역분과, 농어촌분과, 노동분과, 내가 처음 활동했던 제약분과 등의 다양한 분과활동과는 다르게 개국약사중심에서 의약품과 약국환경, 보건의료정책을 중심으로 정책과 제도의 문제점을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알리고 개선하는 활동, 약사의 사회적 역할을 강화하는 새약국 새약사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국민은 더 많은 의료비를 지출하고도 건강하지 못하고, 예방보건보다 병에 걸리면 치료하는 치료중심의 상업의료가 만연한 한국의 보건의료현실을 개선하면서 전체운동과 함께 전진하기를 바란다. 과잉진료와 검사, 다제약 복용으로 인한 약물안전의 문제, 상품명처방, 의약사간의 위계적이고 비민주적 관계를 극복하는 것까지 포함하는 개혁과 개선을 위한 활동을 중심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도 건약은 보건의료운동의 전망을 바로하고,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들도 과감하게 요구하고,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 새로운 상상력으로 세상을 바꾸는 투쟁에 함께 하며 건강사회를 향해 전진해 갈 것이다.

김연희(건약 대전세종충남지부 연대사업부장)

*본 기고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연희  gcnews@gunch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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