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검찰보다는 계급검찰이 더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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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검찰보다는 계급검찰이 더 문제"
  • 이인문 기자
  • 승인 2019.11.18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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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연합 토론회 '조국사태 이후' 개최... "실제로 존재하고 있는 계급간 불평등 문제 공식화해야"
보건연합 회원토론회가 지난 15일 개최됐다.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이하 보건연합) 회원토론회 ‘조국사태에서 성찰해야 할 것들’이 지난 15일 서울대병원 의과대학 암연구소 2층 B강당에서 개최됐다.

인의협 정형준 사무처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는 성공회대 김동춘 교수의 강연과 질의응답의 순으로 진행됐다.

김 교수는 이날 '조국 이후'에 대한 강연에서 "차별과 계급화, 부정의 등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국 지배계급의 특성인 관료‧학벌‧언론‧검찰‧정치권 등의 엘리트카르텔을 해체하고 신자유주의 시대 계급‧계층 문제를 직시한 상태에서 노동과 간호조무사 등의 직업집단, 그리고 지역사회의 세 축을 기반으로 한 사회적 주체세력이 형성돼야만 정치개혁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김동춘 교수는 먼저 조국 사태를 불러온 문재인 정부의 한계부터 짚었다. 그는 "촛불 정국 이후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일반시민들로부터 강력한 정치‧사회개혁을 진행할 것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았지만 기대만큼 개혁을 이끌어내지는 못했다"며 "촛불로 대통령만 바뀌어 '자유한국당의 비토가 가능한 국회'라는 조건 하에서 문재인 정부는 인사와 조직, 예산안 편성을 통한 개혁만 추구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결국 국회입법을 통한 개혁이 좌절되면서 행정조치에 의존하는 좁은 길을 갈 수밖에 없었던 문재인 정부는 예산안 편성의 권한을 가진 '관료집단' 기획재정부도 제압하지 못하면서 대통령의 권한인 외교와 국방, 통일 문제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김 교수는 덧붙였다.

이어 그는 "문재인 정부는 출발 당시부터 거시구조개혁에 대한 비전을 결여하고 있었다"며 "자유주의 개혁 기조와 지지율, 그리고 정치적 성공에 대한 압박감으로 노동과 복지, 교육, 지방분권 등의 사회변혁적 개혁을 부차화하고 만 것"이라고 피력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중산층 혁명이었던 87년 6월항쟁과 촛불 민주화의 한계로 결국 문재인 정부는 노동과 시민사회라는 조직된 주체가 없는 정권을 획득한 것에 불과하며, 한국 정당정치 발전의 한계로 인해 대중에 기반한 정당이 부재한 상태에서 청와대를 중심으로 한 개혁을 추진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동아시아 국가의 공통점인 70년 관료 1당 국가체제 하에서 관료들을 제압할 수 있는 장기적인 거시구조개혁에 대한 플랜 아래 속전속결로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동력을 갖추진 못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문재인 정부의 주축 세력인 586 세대조차 보스에 줄을 서는 등 현실 정치세력에 편승하면서 독자세력화하지 못했고, 장기적인 구조개혁의 플랜 없이 87년 민주화체제에 안주하면서 촛불 이후에도 전 세계적인 '신자유주의의 바다 위에 동동 떠 있는 작은 섬'과도 같은 불안정한 '민주화' 체제에 머물러 있는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그는 "문재인 정부가 성공하려면 87년 체제를 뛰어넘는 '민주화 2기'가 돼야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실패한 대통령이었던 '노무현 2기'에 그치고 말 것"이라고 평가했다.

"87년 6월항쟁 이후 시민 통제 없이 검찰에 독립성만 부여"

"젊은 세대의 분노는 불평등이 고착화되고 있는 현실에 대한 것"

김동춘 교수

조국 사태 이후 벌어지고 있는 현재의 검찰개혁 국면과 세대갈등에 대해 김 교수는 "검찰개혁은 정치검찰 문제를 넘어 계급편향적인 검찰권 행사문제까지 짚어야 해결이 가능하며, 조국 사퇴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20∼30대와의 세대갈등 문제는 계급 문제로 치환해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우선 "검찰개혁의 거시역사적 의미는 87년 민주화체제의 완성에 있다"면서 "현재처럼 검찰권력이 비대화된 것은 냉전체제의 산물인 국가보안법 때문이며 오제도 검사의 사례에서 보듯 그동안은 공안검사들이 검찰권력의 핵심이었지만 최근 들어 신자유주의 물결과 함께 기업 범죄를 주로 수사하는 특수부 검사들이 검찰권력을 장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87년 민주화체제 이후에도 최고의 수혜자는 언론과 검찰이라는 말이 있듯이 비대해진 검찰권력에 대한 시민 통제 없이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만 부여해 검찰권력을 개혁하지 못했다"면서 "비대해진 검찰권력은 반드시 개혁해야 하지만 공수처나 검경 수사권 분리문제는 입법사항이라 인사권과 직제개편만으로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다보니 적임자라 생각했던 조국 장관 임명에 더욱 매달렸던 것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김 교수는 "현재 검찰은 정치편향적이기도 하지만 신자유주의 체재 하에서 계급편향적으로 기소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밝히면서 그 대표적인 사례로 노동조합의 파업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소송에 대해 무차별적으로 기소권을 남발하면서 노동조합을 무력화시키고 있는 것을 들었다. 그는 "민주노총 등 노동계에서 이런 사례들을 들어 검찰개혁을 촉구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김동춘 교수는 조국 사태를 둘러싸고 광범위하게 표출됐던 20∼30대의 분노에 대해 근본적으로는 신자유주의 체제 아래서의 전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한 노동시장과 복지 축소로 인한 불평등의 확산이 자리잡고 있다며 "청년세대의 분노는 바로 이런 현실에 대한 분노이지만, 이러한 현상을 단순히 세대 갈등의 문제로 보아서는 안되며 이제는 계급의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문제는 중산층의 계층상승신화라면서 "199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해오면서 이러한 계층상승신화가 가능했지만 1997년 IMF 체제 이후에는 불가능해졌다"며 "이제는 대학진학 과정에서도 계급차이가 두드러질 정도로 우리나라도 계층상승이 불가능한 계급사회로 들어서 있는 만큼 더 이상 이를 속이려해선 안된다"고 밣혔다.

김동춘 교수는 "조국 부부의 문제는 상승지향적인 우리나라 상위 20% 계급의 모습이 폭로된 것"이라며 "그들은 상위 20% 안에 있으면서 상위 1%를 공략하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우리나라 중산층의 경우 부동산과 교육이라는 두 가지 전략을 가지고 있으며, 이번에 문제가 된 교육문제에 있어서도 이들은 문화자본이 경제자본으로 변화하고 있는 사회 속에서 가족 단위의 계층상승욕구로서의 교육열 아래, 안전판으로서의 'SKY'라는 대학 간판과 직업으로서의 의사나 법조인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라며 "현재 문 정부가 추구하고 있는 교육개혁은 단지 입시개혁으로서 더 근본적인 해결책인 대학서열화 해소와 노동시장에서의 임금차별 문제를 건드리지 못하는 자구책으로서의 입시정책일 뿐"이라고 일갈했다.

끝으로 그는 "신자유주의와 준 신분사회가 도래해 있는 현 상황에서 이제는 실제로는 존재하고 있지만 공식적으로는 존재하지 않고 있는 계급들 사이의 불평등 문제를 공식화해 나머지 80%의 사람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물음을 던져야 한다"면서 "현대판 신흥종교로서의 능력주의와 자기개발, 자기착취 사회에서 자살과 정신병으로 병들어가고 있는 청년세대와 노동자들의 비가시화돼 있는 가난의 문제를 공식적으로 드러내고 이러한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근본적인 구조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김 교수는 "한국 지배권력의 특징인 관료‧학벌‧언론‧검찰‧정치권 등의 엘리트카르텔을 해체하고 정치적 주체를 형성할 수 있는 노동과 직업집단, 그리고 지역사회에 기반한 사회적 주체 형성을 위해 나서야 한다"며 "복지를 가능케 하는 다당제 수립 등 정치개혁도 사회적 주체 형성이 선행돼야만 가능하다"고 피력했다.

김동춘 교수

한편 이날 강연회에 참석한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홍수연 공동대표는 "조국 사태라는 현상에 가려져 실제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의 본질이 간과되고 있는 것 같아 함께 모여서 좀 더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눠보자는 취지로 토론회를 개최했다"면서 "이희원 선배 등 다양한 나이대의 건치 회원들이 많이 참석해 서로 다양한 관점에서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어 좋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김동춘 교수의 강연도 문제의 핵심을 비껴가지 않고 잘 전달해 준 것 같다"며 "개인적으로는 요즘 『90년생이 온다』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정치적으로는 일견 보수화돼 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그들에 대해 부모세대로서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 더 좋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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