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관리 자회사 허용은 국가 책임 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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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관리 자회사 허용은 국가 책임 방기!"
  • 이인문 기자
  • 승인 2019.12.10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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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의료운동본부 10일 기자회견… "국민건강보험법과 의료법 무시 '불법 행위' 즉각 중지해야"
무상의료운동본부가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건강관리서비스 가이드라인'의 즉각 폐기를 촉구했다.

의료민영화저지와무상의료실현을위한운동본부(이하 무상의료운동본부)가 오늘(10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간보험사의 돈벌이를 위해 ‘건강관리 자회사’를 편법 허용하는 '건강관리서비스 가이드라인'를 즉각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무상의료운동본부 김재헌 사무국장의 사회로 열린 이날 기자회견은 ▲민주노총 유재길 부위원장과 보건의료단체연합 전진한 정책국장의 규탄발언 ▲기자회견문 낭독의 순으로 진행됐다.

먼저 규탄발언에 나선 유재길 부위원장은 지난 6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건강증진형 보험상품 개발판매 가이드라인(이하 가이드라인)』 개정 등 건강증진형 보험상품‧서비스 활성화 방안 후속조치'에 대해 "민간보험사들이 꿈꾸는 건강정보 축적과 의료시장 장악, 의료민형화를 가속화시켜줄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유 부위원장은 우선 "건강증진과 질병예방은 건강보험공단과 보건복지부가 책임지고 실행해야 할 전 국가적 공공의 영역"이라며 "왜 국민들의 건강위험 증가와 질병예방에 대한 관심에 영리 민간보험회사가 대응하도록 정부가 신경쓰느냐?"고 질타했다.

유길준 부위원장(오른쪽에서 3번째)이 규탄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이어 그는 "정부가 이 영역을 민간보험회사들이 효과적으로 대응해서 '보험상품을 다양화' 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주는 것은 정부가 나서서 국민건강보험을 약화시키겠다는 것"이라면서 "정부가 직접 나서서 국민건강보험을 통해 적극적 건강관리와 증진, 질병예방에 힘쓴다면 민간보험사들이 설 자리를 잃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건강관리와 질병예방에 민간보험사들이 대응하도록 한다는 것은 정부가 그 책임을 다하지 않고 오히려 정부가 할 일을 민간보험사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던져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그는 "정부가 현재 추진 중인 상업적 건강관리서비스는 건강증진 효과도 증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불필요한 의료비용만 높일 뿐아니라 건강문제를 개인의 탓으로 돌려 오히려 경제적 격차에 따른 건강불평등만 심화시킬 정책"이라며 "민간보험회사의 시장영역을 넓혀줘 국민건강보험을 약화시키고 결국 대체할 수 있도록 해주는 '건강관리서비스 가이드라인'을 즉각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가이드라인은 탈법적인 의료민영화 시도"

"미국식 의료민영화로 국민건강 담보 못 해"

이어 규탄발언에 나선 전진한 국장은 지난 2017년 말 금융위원회가 이미 내놓은 '건강관리서비스 가이드라인'과 지난 6일 발표한 개정안은 모두 국민건강보험법과 의료법에 위배되는 불법이라며 "문재인 정부는 탈법적인 의료민영화 시도를 당장 멈추라"고 주장했다.

전진한 국장(오른쪽에서 2번째)이 규탄발언을 하고 있다.

전 국장은 "정부가 의료행위가 아니라고 인증해준 것을 보라"면서 "민간기업이 혈압과 혈당을 체크하면서 '정상범위를 판단'하는 것은 의사들의 '진단' 행위와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금융위원회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민간보험사들이 의료인의 감독 하에 만성질환을 치료할 수 있게 허용해주었다"며 "영리기업이 의료행위를 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라고 피력했다.

더불어 전 국장은 "민간보험사가 이런 일을 하도록 하는 것은 미국식 의료민영화로 가는 길이며 민간보험사가 병원을 아래에 두고 건강관리와 질병진료를 장악하는 게 바로 미국식 의료"라면서 "민간보험사가 장악한 미국에서 환자는 민간보험사가 지정하는 병원에서만 진료를 볼 수 있고, 민간보험사가 인정하는 범위내에서만 진료를 받을 수 있어 과소진료가 벌어지고 환자 치료를 최소로 하는 의사일수록 승승장구하면서 돈 없는 환자들은 병원에서 아예 쫓겨나 길거리에 버려지고 만다"고 전했다.

끝으로 그는 지난 6일 발표된 금융위원회의 개정안에 대해 "2017년 말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삼성화재는 자신들의 가입자들에게 삼성병원 분과 전문의 상담을 연결해주고 있으며, 롯데손해보험은 주요 전문의 병원 예약까지 해주는 등 환자유인알선이라는 명백한 불법을 저지르면서 한국 의료시스템 전체를 무너뜨리고 있다"며 "이번 개정안에서 민간보험사들이 아예 영리 자회사를 세워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건강(질병)관리를 해주도록 한 것은 문재인 정부가 과거 그 어떤 정부보다도 더 과감하게 국민 건강에 대한 책임을 저버리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참여연대 이경민 간사가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다음은 이날 무상의료운동본부가 발표한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민간보험사 중심 미국식 의료민영화로 나아갈 ‘건강관리서비스 가이드라인’ 폐기하라.

▲ 민간보험사·의료기기 기업 돈벌이와 질병정보 수집이 목적인 민간의료보험 건강관리서비스 중단하라.
▲ 건강은 개인 책임이 아니다. 공적 의료보험으로 보편적 건강관리 시행하라.

정부는 지난 5일 건강증진형 보험상품 가이드라인 개정안을 내놓았다. 민간보험회사가 소위 '헬스케어 회사'(영리 건강관리회사)를 자회사로 둬 건강관리 상품을 판매하게 하고, 가입 즉시 가입자에게 의료기기를 직접 제공하도록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환자 질병정보 수집기간도 15년까지 늘리도록 허용했다.

건강관리서비스는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추진했던 핵심 의료민영화 정책이다. 2010, 2011년 두 차례 ‘건강관리서비스법’이란 이름으로 추진됐으나 의료민영화라는 여론의 뭇매에 논의조차 못 됐던 것이고, 2015년 박근혜 정부가 법 개정 없이 가이드라인으로 추진해 비판을 받았던 정책이다. 그런데 개혁 정부를 자처한 이 정부가 똑같이 지난 해 가이드라인으로 내놓은 데 이어, 이제 보험사들을 위해 더욱 규제를 풀어주겠다고 나서고 있다.

정부는 1년간 가이드라인을 운영해 부작용이 발견되지 않으면 법규에 반영하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민간보험사 건강관리서비스는 근본부터 보건의료체계 전체에 미치는 부작용이 심각하며, 공보험을 무너뜨리고 건강 불평등을 야기할 정책이므로 당장 가이드라인부터 폐기해야 마땅하다.

우리는 다음과 같이 건강관리서비스 정책을 규정하고 저지를 위해 싸울 것이다.

첫째, 민간보험사의 의료행위를 허용해 미국식 의료제도를 만들려는 정책이다.
민간보험사가 자회사를 두고 건강·질병관리를 하게 되면 미국식 의료 모델로 성큼 다가서게 된다. 미국은 영화 식코(sicko)가 보여줬듯 영리 민간보험회사가 건강관리를 할 뿐 아니라 병의원과 갑을 계약을 맺어 질병진료까지 통제하며 의료 전체를 장악한 나라다.

그런데 정부는 5월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 가이드라인’을 발표해 보험사가 만성질환자 상담·관리까지 할 수 있게 했고, 의료인 지도·감독 하에서는 아예 치료 목적 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게 했다. 질병 예방·상담·관리·재활은 ‘비의료서비스’가 아니라 모두 진단·치료의 연속선상일 수밖에 없으므로, 애초 이를 구분하겠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정부가 보도자료에 내세운 ‘마이헬스노트’는 삼성화재가 자사 가입자에게 강북삼성병원 당뇨 전문의 자문상담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또 다른 사례로 명시된 롯데손해보험은 ‘주요 전문의 예약’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미 민간보험사가 병원 의료진과 함께 질병상담을 하고 치료까지 연계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정부는 앞으로 영리 건강관리 자회사를 민간보험사 피보험자·계약자를 넘어 일반 대중에게도 확대하겠다고 한다. 민간보험사가 질병관리를 매개로 의료 전반을 장악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둘째, 건강 불평등을 초래하고 불필요한 의료비 상승을 낳을 건강관리 민영화다.
기업에 의해 제공되는 상업적 건강증진 서비스는 건강증진 효과도 미지수일 뿐 아니라 건강문제를 개인의 탓으로 돌려 불안과 죄책감, 감시와 낙인을 조장할 위험이 크다. 또 이런 서비스는 접근 차원에서 경제적 불평등을 초래하고, 그 결과도 개인습관 교정에 초점을 맞춘 한계 때문에 저소득층일수록 낮게 나타나므로 이중의 건강 불평등을 낳는다. 생활습관 교정으로 건강이 관리되면 가입자는 보험료를 인하 받지만, 상대적으로 건강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보험료가 인상될 수 있는 구조다.

건강관리서비스는 오로지 민간보험사와 의료기기 회사 돈벌이에 유리한 정책일 뿐이다. 민간보험사로서는 효과도 미지수인 시장을 창출해 질병관리로 환자를 유인할 수 있고, 이 가운데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10만 원에 상당하는 의료기기를 제공할 수 있게 한 데서 보듯, 막대한 수익이 웨어러블 기기 등을 판매하는 의료기기 회사들로 돌아갈 것이다. ‘의료행위’가 아니라는 이유로 제대로 된 기술평가도 없이 기기 사용이 횡행할 수 있다.

셋째, 민간보험사가 개인 질병정보를 축적하기 위한 정책이다.
정부는 건강관리서비스가 실제 건강증진과 질병관리 효과를 입증하지 못하더라도 15년간 개인정보를 축적하며 가입자에게 편익을 제공할 수 있게 개정한다고 발표했다. 이런 서비스가 기존 5년으로도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방증일 뿐 아니라, 보험사의 주요 동기가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개인질병정보를 안정적으로 수집하려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웨어러블 원격의료 기기나 병원을 경유해 모은 개인의 질병정보들로 보험사는 보험료 인상의 근거를 삼고 보험금 지급에서도 환자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다. 무엇보다 민간보험사로서는 공보험을 대체하려는 계획에서 중요한 자원이기 때문에 개인질병정보 축적을 노리고 있다.

즉 정부가 갈수록 규제를 풀며 구체화하고 있는 건강관리서비스는 효과도 없으면서 건강관리를 개인의 책임으로 돌려 기업 돈벌이 수단으로 만들고, 개인 건강정보·질병정보를 수집하며, 장기적으로 미국식 의료제도로 향해 공보험을 무너뜨리려는 정책이다.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르면 예방·재활 등 건강관리는 보건소, 병의원, 약국 등이 건강보험 보험급여로 해야 할 업무 중 하나이다. 즉 공보험의 의무다. 불평등을 야기하고 온갖 부작용을 낳는 민간 상품이 아니라 보편적 공적 건강관리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질병 치료는 의료기관이 담당한다 하더라도 건강증진은 사회적 영역이다. 따라서 진정 국민 건강을 증진하고 싶으면 제대로 된 사회정책이 필요하다. 말로만 노동존중이니 소득주도 운운하면서 실제로는 신자유주의적 노동개악과 규제파괴, 의료민영화를 추진하고, 일터에서 죽어가는 노동자들을 방치하고, 차별받는 사회적 약자들의 삶이 파괴되는 것을 방조하면서 무슨 ‘건강관리’인가? 문재인 정부는 부끄러운 줄 좀 알라.

건강증진은커녕 의료민영화와 규제완화로 벌이는 건강파괴 행위만이라도 중단하기를 바란다. 우리는 국민의 건강을 기업 돈벌이에 갈아 넣는 정부에 맞서 국민들과 함께 투쟁할 것이다.

2019. 12. 10.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
가난한이들의 건강권확보를 위한 연대회의,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건강세상네트워크, 기독청년의료인회, 광주전남보건의료단체협의회, 대전시립병원 설립운동본부, 한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건강보험하나로시민회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전국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 전국농민회총연맹,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전국여성연대, 빈민해방실천연대(민노련, 전철연), 전국빈민연합(전노련, 빈철련), 노점노동연대, 참여연대, 서울YMCA 시민중계실, 천주교빈민사목위원회,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평등교육 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사회진보연대, 노동자연대, 장애인배움터 너른마당, 일산병원노동조합,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 약사의미래를준비하는모임, 성남무상의료운동본부, 건강보험심사평가원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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