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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야기… 돈나무꽃 이야기- 스물 한 번째
유은경 | 승인 2020.01.15 12:15

유은경은 충청도 산골에서 태어나 자랐다. 아버지에게 받은 DNA덕분에 자연스레 산을 찾게 되었고 산이 품고 있는 꽃이 눈에 들어왔다. 꽃, 그 자체보다 꽃들이 살고 있는 곳을 담고 싶어 카메라를 들었다. 카메라로 바라보는 세상은 지극히 겸손하다. 더 낮고 작고 자연스런 시선을 찾고 있다. 앞으로 매달 2회 우리나라 산천에서 만나볼 수 있는 꽃 이야기들을 본지에 풀어낼 계획이다.

- 편집자 주


아담한 키에 잎맥이 뚜렷하고 둥글며 반질거리는 늘 푸른 잎! 하얀 꽃에 배어있는 향기와 한겨울에도 빨간 채 매달려있는 열매. ‘돈나무’란 이름표를 달고 있다. 제주에서 ‘똥낭(똥나무)’이라 부르던 것이 변해서 된 이름이라는데 언뜻 생뚱맞다는 느낌이다.


향기로운 5월의 하얀 꽃은 전혀 염두에 두지 않은 모양이다. 좋은 모습보다는 추한 모습이 인상에 강하게 남는다지만 ‘똥낭’이라니 상당히 억울할 듯 하기도 하다.


겨울에 흐드러진 열매를 만났으나 봄비에 촉촉이 젖어 짙은 향을 뿜어내던 그 하얀 꽃내음의 기억을 결코 밀어내지는 못했다. 뿌리와 잎을 문지르거나 가지를 꺾을 때 올라오는 냄새에 더해 한눈에도 끈적끈적해 보이는 열매에 달려드는 파리들은 ‘똥낭’이라는 이름에 한 번 더 신뢰를 얹어주었다.


따듯한 남쪽, 제주를 비롯한 섬과 전라도, 경상남도에 산다. 양지를 좋아하나 그늘에서도 잘 자라고, 가뭄에도 강하고 가지를 열심히 뻗어 수형도 아름답고, 해풍에도 강해 울타리용이나 방풍림으로도 알맞다. 바닷가 바위 사이에서 바람을 맞고 있는 돈나무를 보면 그 기상이 의연하기까지 하다. 엉뚱한 이름 ‘돈나무’에 대한 오해를 푸느라 본래 나무가 갖고 있는 이러한 장점과 풍성한 특징은 뒷전이 돼버렸다.


차라리 그냥 똥낭이면 좋았을 것을 돈나무라니… 일본사람들이 된 발음을 못해 ‘돈’으로 알아들었다고도 하고, 옮겨 적는 과정에서 부드러운 ‘돈나무’로 변했다고도 하는데 그 속사정이야 누가 알겠는가? 우리가 좋아하는 그 ‘돈’이 아니어서 실망스러울까? 그렇지만 돈이나, 똥이나 파리가 꾀는 것은 매한가지이니, 참 절묘한 개명인 듯도 싶다.

 

 

유은경  gcnews@gunch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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