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계 선을 넘는 녀석들 더 많아지길”
상태바
“치과계 선을 넘는 녀석들 더 많아지길”
  • 윤은미
  • 승인 2020.01.23 15: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민용이 만난 사람들] ㉒국내 최초 구글 이노베이터와 미생물연구자의 만남…(저자)박정철‧김혜성‧(독자)신순희

 

미생물 연구에 푹 빠져 벌써 세 권의 책을 낸 일산사과나무치과병원 김혜성 원장과 국내 최초 구글 이노베이터로 화제가 된 단국대 치과대학 박정철 교수가 본지의 ‘전민용이 만난 사람들’코너에서 만났다.

별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번 만남은 『내 인벤토리에 구글을 담다』라는 박정철 교수의 책을 읽은 김혜성 원장의 짝사랑(?)에서 시작됐다. 박 교수와 만나 치과의료의 상상과 가치를 이야기 해보고 싶다는 김 원장의 요청에 박정철 교수는 다소 부담스러운 눈치였지만 흔쾌히 수락했다.

이들의 최근 저서인 『미생물과 공존하는 나는 통생명체다』와  『내 인벤토리에 구글을 담다』는 2019년 우수과학도서 일반대학 분야 2번째와 14번째에 각각 이름을 올렸다. 미생물이라는 새로운 시각과 구글이라는 혁신적인 도구로 세상을 더 넓게 보고 쓰게 됐다는 이들은 전혀 다른 지향점을 갖고 같은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대담에는 코너를 맡고 있는 전민용 원장과 열혈독자 신순희 원장이 참석했다.

편집자


전민용(이하 전) : 그동안 쓴 책 중에 이게(미생물과 공존하는 나는 통생명체다) 가장 완성도가 높고 잘 쓴 것 같아요.

김혜성(이하 김) : 맞아요.(웃음) 우수과학도서로 세 번째 책인데 저도 만족스러워요. 내년에 또 낼 건데 『음식이 약이 되길』이라는 책을 준비 중이에요. 요즘 약을 너무 많이 먹잖아요.

신순희(이하 신) : 책 제목만 들으면 한의학 느낌인데요?

김 : 요즘 제 식단도 바꾸고 있어요. 저희 병원에 내과가 있는데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과 같은 만성질환을 약이 아니고 음식으로 관리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에요.

신 : 그게 우리나라 건강보험의 틀에서도 가능한가요?

김 : 가능하지 않죠. 수익을 어떻게 낼까가 고민이긴 해요. 사실 치과병원이라는 안정적인 기반이 있으니까 가능한 거죠. 일산에 차병원이 곧 들어와요. 병원마다 긴장하고 있는데 전 아니에요. 치과라는 기본 영역을 가지고 있는 게 굉장히 다행이란 생각이 드는 요즘이에요. 치과는 어찌 보면 변방이잖아요? 하지만 모든 혁신은 변방에서 시작된다고 하니 치과를 기반으로 변방에서 시작해볼까 해요.(웃음)

전 : 지금 당장 미생물연구소에도 돈이 꽤 들어갈 텐데요. 그건 수익이 안 되잖아요.

박 : 그렇죠. 우선 박사 출신의 소장이 있고요. 석사 출신 연구원이 3명 있어요. 인건비만 해도 월 천만 원이 넘게 들어가죠. 지금은 어렵지만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은 많이 변화하고 있고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하고 있어요.

전 : 식단 조정도 이미 관련 논문이 꽤 쌓여있지 않나요. 이미 많이 하고 있기도 하고요.

김 : 제가 보기엔 현대인들의 음식은 질, 양, 먹는 방법까지 세 가지가 다 문제가 있어요. 너무 많이 먹고 가공음식을 너무 자주 먹고, 또 늦게 먹죠. 전 편의점에 있는 음식은 음식 같지가 않아요. 술은 빼고?(웃음)

신 : 그렇긴 하죠. 그런데 그거 밖에 먹을 수 없는 사회적 상황이 가슴 아픈 거죠. 어떤 이들에게는 편의점 음식을 먹을 환경 밖에 안 되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테니까요.

전 : 벌써 시작됐네요.(웃음) 간단히 자기소개부터 할까요? 전 82학번이고요. 치과계에서 이런 저런 일들을 해왔고,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이기도 하고 치과의사협회에서 치무이사 일도 했어요.

김 : 전 85학번이에요. 전 사실 보철을 전공했어요. 몇 년 전부터 미생물 공부를 하고 있죠. 의료법인 만든 지는 10년이 됐는데 좋은 것 같아요. 돈에 대한 소유욕을 약간 내려놓으니 훨씬 자유롭죠. 이를테면 연구소 투자도 제 개인주머니에서 나가면 고민도 될 법한데, 중간에 법인이 있으니 그런 재미가 있어요. 치과도 있지만 앞으로 10년은 내과를 키워볼 생각이에요.

박 : 전 95학번이고 원래 생화학을 전공했어요. 다시 치대를 들어가서 치주를 전공하고 줄기세포를 연구하다 포기하고 개업 준비를 하려던 참에 마침 단국대에 자리가 나서 들어갔죠. 발령 받고 줄기세포 연구를 계속 하려니 환경이 안 되더라고요. 포기하고 대체로 뭘 할 수 있을가 보니 똑똑한 학생들이 많이 보였고, 학생을 잘 가르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찾은 게 구글이었어요. 다양한 교수법들을 배우다 보니 하는 게 많아져 책도 쓰고 강의도 하고 유튜브도 하게 됐죠. 치과의사라는 안정된 직업이 있어서 그런지 ‘딴 짓’하면서도 재밌고 새로워요.

신 : 전 91학번이에요. 오늘 독자 역할로 왔는데 패널이라고 해서 당황했어요.(웃음) 사과나무치과에서 김 원장님 강의 들으면서 두 분 책을 알게 됐어요. 김 원장님의 짝사랑(?)도 알게 됐고요. 앞으로 치과계의 선을 넘는 녀석들(?)의 컨셉으로 재밌게 사는 치과의사들을 알아가고 싶어요. 전 치대 졸업 후에 경영대학원에 들어가서 여성주의에 눈을 뜨면서 관련 활동을 많이 했어요. 그 중에서도 용산에서 성매매 진료소를 만들었던 게 가장 재밌었고요. 치과계에서는 여성부회장, 여성대의원할당제도 만들고 뭔가 변화를 만드는 일을 해왔어요.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 : 인체에 서식하는 "미생물(microbe)"과 "생태계(biome)"를 합친 말로 우리 몸에 사는 미생물과 그 유전정보를 일컫는다

전민용의만남 22번째는 저자와 독자의 대담으로 이뤄졌다.


미생물 관점에서 본 치과진료…장벽 허물다
‘Joy of Creating & pioneer’가 곧 내 삶
‘남을 돕는 삶‧친절함’이 삶의 신조

전 : 워낙 두 분 책이 다 좋고 안에 담고 있는 내용도 많아요. 우선은 두 분이 각자의 책을 통해서 꼭 강조하고 싶은 세 가지 정도가 있다면 들어보고 싶어요.

박 : 저는 원래 책 제목을 『구글 사피엔스』라고 할까 했어요. 인류의 발전 과정이 도구의 사용에 따라 나눠지잖아요. 석기시대, 청동기시대처럼. 지금의 인류는 구글시대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해서 생각한 제목이죠.

한 미디어 학자가 얘기했던 것처럼 도구에 의해 사람이 만들어지고 바뀌는데 자기가 만든 도구에 종속되는 경우도 종종 생기잖아요. 구글이 지금 그런 것 같아요. 유튜브, 지메일, 자율주행자동차, 온갖 구글의 플랫폼, 프로젝트들이 우리 일상에 들어왔어요. 그 도구를 잘 써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첫 번째죠. 두 번째로는 그 도구를 만든 사람의 철학을 담고 싶었고, 세 번째로는 구글 이후에 나올 새로운 도구들을 주체적으로 잘 사용하기 위한 유연한 사고들, 특히 학구적인 사고방식이 갖춰져야 한다는 거예요. 돈을 추구하거나 눈에 보이는 현상만을 추구하지 말고 사회에 좀 더 도움이 되는 삶을 살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어요.

김 : 전 저에게 이 책의 의미를 말씀드리고 싶어요. 미생물의 눈으로 봤을 때 건강한 삶을 사는 키워드는 적절한 인생, 운동, 공부, 음식 네 가지예요. 저의 경험이나 일상을 미생물의 눈으로 보면 조금은 깊어지고 넓어지는 것 같다는 느낌이죠. 미생물로 보니까 훨씬 더 미시적일 수도 있지만 미생물은 생물의 시작이니까 좀 더 거시적으로 볼 수도 있어요. 미생물로 보자면 우리 몸은 뻥 뚫려 있는 거고 피부나 점막, 소화기, 호흡기가 다 하나가 되죠. 전 치과에서 항생제를 처방하는 것도 감기항생제 먹는 것과 똑같다고 얘기해요. 발치는 구강점막에 문제가 생긴 거고 감기는 기도점막에 문제가 생긴 그 차이일 뿐이지 다를 게 없잖아요. 미생물의 관점에서 보면 좀 더 넓어지고 일반화 된 느낌이 있단 거죠. 미생물이 저에겐 제 일상을 조금 다르게 바라볼 수 있는 좋은 도구가 됐던 것 같아요.

신 : 두 분이 하필 미생물과 구글에 빠지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김 : 저희 병원에서 격년으로 하는 학술대회에서 치과위생사들에게 미생물의 관점으로 본 치과진료의 의미를 한번 강의한 적이 있어요. 그냥 떠올라서 자료를 찾아보기 시작한 건데 미생물학에 커다란 변화가 포착됐죠. 미생물을 박멸의 대상으로만 봐왔는데 이제 공존의 대상으로 인식이 바뀌고 있었어요. 이 변화를 여기까지 잡고 오게 된 건 치과라는 장벽에 대한 답답함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내 전문 영역을 바탕으로 일반인들이 보는 책을 내고 싶었고, 그걸 치과진료에도 접목시켜 뭔가를 할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박정철 교수
박정철 교수

박 : 저한텐 특별한 하나의 계기는 없었어요. 어떤 사람이 골프를 잘 치는 걸 보고 나도 골프선수가 돼야지 하는 생각은 절대로 안 하죠. 전 운동을 안 좋아하니까요. 평소에도 디바이스나 디지털기구, 장비 같은 걸 좋아하고 또 그걸로 사람을 가르치는 걸 좋아했어요. 그러다보니 어떤 특수한 상황에서 불이 붙은 거죠.

제 이니셜을 따서 JCP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는데 거기 단어를 끼워 맞추다보니 ‘Joy of Creating & pioneer’이라고 의미를 지었어요. 그런데 자꾸 들여다보니 “아 이게 내 삶이지”라는 생각이 드는 거에요. 나는 만들고 탐험하는 걸 좋아한다는 걸 깨닫고 그 영역으로 점점 가게 됐어요. 지금은 그게 구글인거고, 나중에 그 과목이 바뀔 순 있지만 새로운 걸 공부하고 남에게 알려주는 삶이라는 본질은 바뀌지 않을 거예요.

전 : 신순희 선생님은 삶의 신조가 있나?

신 : 전 남을 돕는 삶을 살고 싶어요. 남의 이야기를 길게 들어주고 도와주는 걸 좋아해요. 생각해보니 제가 힘들 때 누가 도와주길 바랐던 마음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누가 힘들면 감정 이입이 되고 그 사람을 돕는 게 내가 과거 꿈꿨던 그 누군가가 되는 것 같아 행복해요.

전 : 박정철 교수님도 누구를 돕는 걸 좋아하나요?

박 : 전 돕는 것보다 가르쳐주는 게 좋아요.

전 : 박 교수님의 책에 보면 (챠드)멍탄 이야기가 나오는데, 멍탄의 별명이 'Joy’라면서요. 박 교수님도 멍탄의 명상을 따라해보고 싶나요?

박 : 방법적으로는 잘 모르지만 멍탄이 만든 프로젝트를 배우는 프로그램을 한국의 여자 선생님이 직접 만드셨어요. ‘마음보기영상’이라고 ‘마보’라는 앱이죠. 해봤는데 저는 명상이 그리 어울리진 않는 것 같아요.(웃음)

신 : 전민용 원장님의 신조는요?

전 : 나라는 못 구해도 주변 사람을 즐겁고 행복하게 해주자는 게 제 모토 중 하나예요. 제가 만나는 사람들, 직원들, 가족, 함께 일하는 단체 사람들에게 친절함과 즐거움, 행복함을 주는 거죠. 그거와 별개로 여러 문제에 대한 사회적인 해결도 굉장히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디지털소외계층도 구글만의 지혜로 해소되길
인공지능 통해 세상 보는 지혜로운 눈 갖고파
미생물과의 공존…우리 사회와 ‘닮은꼴’

전 : 어쨌든 구글이 단순한 도구적 차원이 아니라 인생관과 여러 가치관을 담고 있잖아요. 구글도 기업인데 자본주의 사회에서 큰 자본을 가진 기업이 그 가치를 실현할 수 있을까요? 그 가능성을 어떻게 보세요?

박 : 창립자들이 아직은 건강하게 존재하는데 최근에 이들이 뒤로 물러서기 시작했어요. 자꾸 독점 등으로 이슈가 되다 보니 CEO를 내놓고 뒤로 숨는 모양새예요. 그럼 이들이 뒤에서 꿈을 갖고 끌고 나가야 하는데 조금 주춤하는 부분이 생겨서 앞으로 얼마나 더 갈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세르게이 브린이라는 창업자는 아이디어가 독창적이고 외향적이고 사람을 끄는 힘이 있죠. 반면에 래리 페이지는 지병이 있어서 항상 뒤로 숨으려 하는데 거대한 아이디어는 래리 페이지의 생각 속에서 거의 나온대요. 그의 제안은 기술적으로 너무 어려워서 사람들은 싫어하지만요.

단적인 예로 요즘 키오스크로 주문을 받는 곳이 늘면서 시니어층으로 디지털소외계층이 생기고 있잖아요. 우리는 이들에게 디바이스를 가르쳐주고 소외계층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하는데 래리 페이지의 관점은 전혀 달라요. 그들이 이걸 사용하지 못하는 건 기술을 잘못 만들어서라는 거예요. 전혀 터치를 하지 않고도 사람이 나오고 카드를 주기만 하면 결제가 되도록 기술적으로 해결을 해야 한다는 거죠. 구글은 이런 기술적 낭만주의로 여러 이슈를 지혜롭게 잘 해결해왔어요. 일례로 유튜브 동영상 저작권 문제가 그렇죠. 보통 남의 영상을 퍼가면 내리도록 할 텐데 그러지 않고 원작자에게 물었죠. 이 영상을 내리도록 할지, 광고를 붙일지 물으니 대부분 광고를 택했고 원작자는 가만히 앉아서 광고 수익을 벌고 운영자는 구독자가 늘고 유튜브는 더 많은 사용자를 확보했죠. 앞으로도 이런 지혜로운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나갈 것 같아요.

김 : 구글에 대한 제 느낌은 정말 ‘위대하다’는 거예요. ‘구글스칼라’를 알게 되고 느낀 거죠. 아무리 봐도 이게 돈이 될 것 같지가 않은데 놀라웠어요. 네이버엔 광고가 너무 많잖아요. 사람들은 늘 실시간으로 핸드폰과 연결돼 있고 광고에 노출되죠. 스스로에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계속 박탈 당하는 느낌인데 구글은 그렇지 않아요. 이게 박 교수님이 얘기한 학구적인면에 의한 거라면 저는 구글을 더 응원하고 싶어요. 서생(書生)적 문제의식이랄까요? 의미 중심이 더 롱런하고 가치 있을 것 같은데 제가 아는 모든 기업 중에 구글이 거기 가장 가까이 있는 것 같아요.

전 : 그걸 내 것(마이크로바이옴)에 어떻게 접목시키면 좋을지도 고민해봤나요?

 
김혜성 원장
김혜성 원장

김 : 했죠. 사피엔스는 이미 먹을 걸 해결했어요. 잡아먹힌다던지 굶어죽는다던지, 야생의 위협으로부터 해방됐어요. 그러면서 삶이 가볍게 보이는 거죠. 자살도 많아지고요. 야생에서 자살하는 생명이 어딨어요. 삶을 가볍게 보는 게 불가피하다면 일 역시도 가볍게 대하고 게임화하는 게 일의 효율을 높이는 거라고 봐요. 전 이 책(내 인벤토리에 구글을 담다)을 보고 구강위생관리 경진대회를 열어서 치과위생사들에게 비포&에프터를 제출하면 상을 주겠다고 했는데 잘 안되네요.(웃음)

전 : 박 교수님도 이 책(미생물과 공존하는 나는 통생명체다)을 보고 차용할만한 게 있었나요?

박 : 저는 치주 전공이라 너무나 공감하면서 봤어요. 저희도 도넛형태를 사람이라고 배웠는데 원장님처럼 위아래에 추가 구멍 두 개는 전혀 생각을 못했어요. 앞으로 저도 미생물을 이야기할 때 추가할 생각이에요. 미생물은 깊이 들어가면 갈수록 엄청난 종과 개체가 섞여있는데, 복잡할 듯 하면서 오히려 평온한 세상을 유지하고 있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그 역학관계를 이해하기 어려워 철학적인 느낌도 들었어요. 전 미생물만큼이나 앞으로 다가올 양자역학도 잘 모르겠고, 인공지능의 시대가 온다는데 예측하기 힘든 상황인데 김 원장님은 미생물을 가지고 세상을 이해하신 것 같아요. 저는 양자역학이나 인공지능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지혜로운 눈을 가져야겠단 생각을 했어요.

신 : 저는 이 책(미생물과 공존하는 나는 통생명체다)을 보고 떠오른 화두는 공존이었어요. 그 화두가 당연히 미생물과 인간의 공존인데, 우리 사회의 수많은 갈등도 그렇게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봤어요. 미생물이 엉겨있는 모습이 꼭 정치판 같기도 하고, 서로 해로운 물질이기도 하지만 한쪽 미생물을 다 죽이면 다른 미생물도 죽는, 배척점에 있으면서도 공존하는 거죠. 이 지혜를 터득하면 우리 사회의 갈등들도 해결되지 않을까하는 철학적인 생각을 해봤어요.

김 : 현재 장내 세균에 대해서는 공존에 대한 의견이 많지만 구강 미생물 분야에는 병적 세균에 대한 의견이 많다. 특히 진지발리스라는 세균이 지금 알차이머의 원인균으로 분석돼서 알차이머에이전트가 알차이머 치료제로 쓰이고 있다. 놀라운 일이죠. 동일한 미생물 군집일 수 있는데 왜 그럴까요? 제 짐작에는 우리가 계면활성제 치약으로 이를 닦아서 그런 것 같아요. 하루 세 번 계면활성제 치약으로 미생물을 계속 괴롭히는 거죠. 그러니 이 구강 미생물은 점점 더 강해져요. 매번 항생제를 먹는 것과 비슷하죠. 전 그래서 계면활성제 없는 치약을 써요. 샤워할 때 비누도 안 쓰고요.

전 : 전 그건 반대예요. 비누를 웬만큼은 써야죠. 위생의 향상을 통한 인류의 평균 수명 연장이나 이런 면에서 비누가 기여한 면도 크잖아요.

김 : 전 그 임계점은 이제 지났다고 봐요. 요즘은 하루 두 번 샤워를 하는데 계면활성제가 피부 각질층을 해치고 있다는 데이터가 많아요.

신 : 마지막으로 소외계층에 대한 질문을 할게요. 디지털소외계층들에게 지금 앞서나가는 것들은 어쩌면 두려운 세상을 만드는 일 같아요. 책임까지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는 고려돼야 하지 않을까 하는데 어떠세요? 구글도 기술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하니까요.

박 : 로봇을 만들 때 어느 정도 어설플 땐 괜찮다가 어느 순간 사람과 너무 동일해지면 사람들은 불쾌한 감정을 느낀다고 해요. 그걸 자연스럽게 건너뛰려면 심리학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또 그 나라의 역사에 대한 고려까지 들어가야 하는데 아직은 엔지니어가 주도하다보니 구 부분이 부족하죠. 디바이스도 앱도 쓰다 보면 인권을 고려하지 않았다거나 하는 부분이 있어요. 구체적이고 까다롭더라도 그걸 넘어서야 하는 게 우리의 몫인 것 같아요. 가장 큰 숙제는 새로운 과목과 환경에 적응하고 배워야 하는 게 일상이 될 거라는 거예요. 우리가 어릴 땐 에스컬레이터를 무서워하면서 타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이제 없잖아요. 앞으로 자율주행자동차가 나오면 사고가 났는데 운전자는 없고, 누군가에게 연락하면 달에 가있고 그런 세상이 올 거예요. 전 미생물이 됐건 뭐가 됐건 이제 정답이 없는 시대가 왔다고 생각해요. 이제 변화로 인한 문제점을 파악해서 하나씩 빠르게 해결해야 하는 시점이죠. 그러면서 사회적으로도 발전해나가겠죠.


‘구강 미생물’로 치주치료 조기진단 목표
유전자보다 ‘후생유전학’ 영향 더 커
자본주의 속 ‘혁신과 공존’의 희망찾기 계속돼야

전 : 김혜성 원장님은 앞으로 미생물 연구를 통해 어떤 계획을 하고 있나요?

김 : 한국인 구강 미생물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고 있어요. 곧 1차 논문이 나올 거고, 아직은 어려운 부분이지만 구강 미생물로 치주지료를 조기진단을 하는 프로젝트도 같이 준비하고 있어요. 타액 미생물로 치주질환의 중증도를 보는 거죠. 엑스레이는 사후적 진단이니까 그보다 좀 더 빠르게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이 되 거예요. 구강 내 세균이 7백가지 정도고, 한 개인에게서 2~3백 가지가 나오는데 그 중에서 진지발리스 등 많은 병적 세균으로 지정되는 7종이 있어요. 지금 데이터가 거의 완성단계인데 논문이 나가면 신의료기술로 신청하고 최종적으로 보험까지 등재하는 게 목표예요.

박 : 전 생화학 전공하다 치대로 넘어온 가장 큰 이유가 임상을 하고 싶어서였어요. 그러면서도 베이스가 생화학이다보니 계속 줄기세포, DNA, 마이크로어레이를 보게 되는데 이걸로 논문을 쓰면 가장 큰 아쉬움이 결론이 없다는 거예요. 마이크로어레이 한판을 돌리는데 수 천만 원이 드는데 어마어마한 연구비를 들여서 결론을 못 얻는 거죠. 환경이 유전자를 압도하고 있다 보니까 아직 인간의 연구로는 멀었다는 좌절감만 느끼고 번번이 불일치 상황을 만나게 돼요. 과학을 가지고 세상이 굴러가는 걸 이해하기엔 우리는 아직 너무 조금밖에 이해 못하는 것 같아요. 영역을 조금씩 확장해나가는 방향으로 조금씩 답을 찾아가다보면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해요.

김 : 마이크로바이움이 뜨기 시작한 게 2010년 이후부터예요. 마이크로바이움의 맹점은 미생물이 생각보다 선명하게 나눠지지 않는다는 건데, 구강 미생물이 장내 미생물보다 그 가능성이 훨씬 크다고 봐요. 우리가 다루려는 건 질병이고, 장내 세균은 훨씬 온화하지만 구강 미생물은 병적 세균들로 지목되는 게 비교적 뚜렷하다는 거죠. 이걸로 사전에 질병을 예측하는 건 쉽진 않지만 구강 미생물에 그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어요. 예를 들면, 퓨저박테리아가 대장암의 주요 세균으로 지목되는데 퓨저박테리아가 많은 환자에겐 가족력을 확인하고 좀 더 주의를 줄 수 있는 거죠.

전 : 보통 지금의 과학으로는 질병의 상관관계가 환경과 유전적 요인이 반반으로 평가되더라고요.

김 : 저는 환경적 요인이 훨씬 크다고 생각해요. 유전자는 별 거 아니죠.

박 : 말씀하신 후생유전학에 대해 가장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어요. 네덜란드가 독일군에게 포위 당했던 2차 세계대전 시기에 임산부들이 6개월 정도 아무것도 못 먹고 가구를 긁어먹으면서 극심하게 굶었는데, 이들이 출산할 때 저체중아를 낳긴 했지만 금방 회복하고 건강해졌다는 거예요. 그런데 그 아이들이 노년에 비만율이 높아졌대요. 그 다음세대에서는 정신분열증도 나왔어요. 유전자는 넘어갈 때 돌연변이가 되면 기형아가 되는데 유전자의 시퀀스는 바뀌지 않지만 폴딩이 바뀌면서 안 닿게 되는데 그렇게 건너뛰면서 표현력이 바뀌어지는 것 같아요. 이 히스톤을 바꾸는 가장 큰 요인이 흡연, 스트레스, 영양, 감염 등이라고 밝혀지만서 후생유전학이 엄청난 이슈가 됐죠. 유전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 후에 그걸 얼마나 망가뜨리냐는 환경적인 거죠.

전 : 멍탄이 지적한 인류의 문제 중 하나는 빈곤이에요. 최근에 제레드다이아몬드의 책을 보니 전체 인구가 75억이라면, 그 중 10억 정도가 소비하는 자원의 양이 나머지 65억의 32배에 달한다는 거예요. 나머지 65억은 32배를 쓰는 쪽과 격차를 줄이려고 하는데 실제로는 65억은 32배를 쓰는 쪽으로 가려하고 10억은 32배보다 더 쓰는 쪽으로 가고 있다고 해요. 우리가 오늘 얘기한 미생물, 음식, 4차 산업혁명, 디지털의민주화를 통해서 이런 전세계적 불평등의 문제나 지나친 자원의 소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박 : 구글은 소프트웨어 기반의 회사라 전부 클라우드이기 때문에 디바이스를 가지리지 않고 로그인만 되면 되죠. 반면 애플이나 윈도우는 매년 새로운 노트북을 개발해야만 유지가 되는 구조라 너무 많은 자원을 쓰고 있어요. 저희 학교만 크롬북을 쓰는데, 학생들이 공기계를 잡고 로기인해서 하루종일 쓰고 반납하면 끝이죠. 이게 흔히 말하는 공유경제예요. 물론 그 과정에서 기득권층은 또 반대하겠지만 결과적으로는 클라우드에서 이뤄지는 작업으로 갈 것 같아요.

다만, 그 과정에서 가장 큰 방해물은 정부라는 거예요. 가장 느리고 변화에 뒤쳐져있다 보니 할 수 있는 나라가 많지 않은데 그나마 미국 서부쪽이 낫죠. 자율주행차선도 만들고 드론으로 택시도 하고 엘론머스크는 우주선을 재활용하겠단 생각을 해서 실제로 수없이 실패했지만 어느 누구도 망했다고 하지 않았죠. 실패하는 장면에도 너무나 유쾌하게 음악을 넣어서 포카를 맞추다가 마지막에 올라간 로켓이 성공하는 장면이 나와요. 로켓을 한 번 쏘는데 있어서 90%가 다 엔진이고 그게 다 날아가 버리니까 비효율적인 건 누구나 인정하는 것이고 기술을 개발해서 회수하도록 하겠다는 거였는데 그걸 성공한 거예요. 치약에 들어간 계면활성제도 유해한 걸 알면서도 기존 치약회사들이 바꾸지 않는 데는 이권다툼이 있겠죠. 긴박한 상황이 오지 않으면 바뀌지 않아요. 미세먼지가 심해지니 갑자기 전기차가 확 들어오기 시작하고, 학종이 자꾸 문제가 되니까 교육부가 클라우드 교실을 만들겠다고 하는 것 처럼요. 삶이 좀 힘들어질 수 있어도 이런 위기가 필요한 것 같아요.

전 : 우문현답이네요. 김혜성 원장님도 답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김 : 전 사실 좀 회의적이에요. 공유로 사피엔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이미 지구에서 시피엔스란 종이 차지하는 최적점을 훨씬 지났다고 생각해요. 또 그걸 제어하는 건 쉽지 않을 거예요. 어떤 사피엔스 종도 100년간 종의 수를 늘리고 또 다른 종을 제압한 역사는 없었죠. 치약을 제어할 수 없는 건 사람들의 욕망 때문이에요. 타인에게 깨끗함을 보여주고 싶고 매력적으로 보이고 싶은 욕망이죠. 자본주의는 인플레에 기반하고 있잖아요. 인플레를 구축하는 건 사람의 욕망을 계속 부추기는 수밖에 없어요. 자본주의가 이걸 제어할 수 있을가 싶어요.

신 : 같은 맥락에서 제약회사의 욕망 때문에 미생물바이오와의 공존이 가능할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김 : 세계적으로 만성질환 관련 약 판매율이 급상승하고 있어요. 1위가 고지혈증약이고요. 그 약의 근거가 사실 없어요. 왜곡된 전제 위에서 여러 활동이 이뤄지는 면이 많아요.

 
전민용 원장
전민용 원장

전 : 구글은 약물오남용에 대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해요. 우리가 해보지도 않고 자본의 힘이 세니까 어려울 것이라고 하기에는 요즘은 돈을 벌겠다는 저급자본은 없어지고 있는 것 같아요. 앞선 생각을 하는 여러 분들도 이런 걸 고려하면서 계획을 잡으면 인류가 전반적으로 좋은 길로 갈 것 같아요.

신 : 혁신이나 공존 다 멋있는데 소외계층에게도 희망이 있을 것인가를 계속 생각했어요. 결국은 우리가 답을 찾을 것 같아요. 특히 두 분의 시도가 대표적인 희망 찾기의 빛으로 느껴집니다.

김 : 1인 개원의로 오래 우울했던 기간이 있어서 치과의사 동료들에 대한 의식이 있어요. 일상을 반복하는 개원의들에게 그 일상을 넘어설 수 있는 계기를 찾는 건 쉽지 않은 일인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저는 선생님의 책(내 인벤토리에 구글을 담다)이 정말 좋았어요. 신 선생님의 말을 빌리자면 치과계에서 ‘선을 넘는 사람들’이 많이 나오고 소개됐으면 좋겠어요. 10년 젊은 후배 선생님이 그런 역할을 하는 게 보기 좋고, 이런 분과 면허증을 같이 공유한다는 게 자랑스럽습니다. 건승을 빕니다.

박 : 한국에서는 가장 공부 잘하는 사람들이 수십 년째 치과대학에 가고 있어요. 치과계가 잘 안 되면 그게 이상할 정도죠. 다들 너무 많은 재능을 갖고 있고 치과만 하기에는 아까워요. 삶에서 20%만 치과에 충실하고 나머지 80%는 더 많은 일에 투자하면 사회가 더 크게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저는 월트디즈니가 했던 말 중에 “저희는 돈을 벌기 위해 영화를 만들지 않습니다. 영화를 만들기 위해 돈을 법니다”라는 게 제 삶의 모토가 됐어요. 김 원장님처럼 성공적인 치과를 하면서 거기에 새로운 업적을 만들어가는 모습이 돈 잘 벌고 이후에 뭘 할지에 대한 답이 제시되는 계기가 되길 바라요.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