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야기… 누린내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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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야기… 누린내풀
  • 유은경
  • 승인 2020.09.21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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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이야기- 서른 여섯 번째

유은경은 충청도 산골에서 태어나 자랐다. 아버지에게 받은 DNA덕분에 자연스레 산을 찾게 되었고 산이 품고 있는 꽃이 눈에 들어왔다. 꽃, 그 자체보다 꽃들이 살고 있는 곳을 담고 싶어 카메라를 들었다. 카메라로 바라보는 세상은 지극히 겸손하다. 더 낮고 작고 자연스런 시선을 찾고 있다. 앞으로 매달 2회 우리나라 산천에서 만나볼 수 있는 꽃 이야기들을 본지에 풀어낼 계획이다.

- 편집자 주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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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린내풀’에 떠오르는 것은 화려한 보랏빛 꽃이 아니다. 봄소식을 찾아 헤매던 아직은 쌀쌀하고 을씨년스러운 3월 중순 무렵이었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마치 나를 반기듯 작은 바위에 기대어 두 팔을 벌리고 있었다. 모두 떠나보내고 텅 빈 채로 겨울을 난 그 작은 꽃받침이 꽃보다 더 예쁘게 보였다. 기꺼이 담아왔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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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린내풀을 만나면 두 번 놀란다. 한번은 그 어여쁜 빛깔과 고운 곡선을 그린 꽃에게 반해서이고 또 하나는 건들면 풍겨져 나오는 고약한 냄새 때문이다. 1미터 내외의 키에 가지가 많은 다년생 풀이니 건드리지 않을 수가 없고 담는 내내 코는 고문을 당한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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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린내풀꽃이 어여쁜 건 여름 끝자락에 피는 다홍빛 품은 보랏빛의 신선함과 더불어 수술과 암술이 그려내는 아름다운 곡선 때문일 것이다. 그 수술 곡선을 따라 가을노래가 뚝뚝 떨어질 것 같기도 하고 훨훨 나비가 나는 것 같기도 하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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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갈래로 갈라진 꽃잎 중 아랫쪽 하나는 흰무늬가 있어 곤충을 유혹한다. 바로 그곳에 곤충이 앉는 순간, 꽃은 그 무게로 흔들리며 휘어져있는 꽃술이 곤충의 등에 꽃밥을 묻히는 것이다. 기가 막힌 전략과 전술이다. 영악하기 그지없다. 꽃말이 ‘내 이름을 기억해주세요’이다. 어찌 잊을 수가 있겠는가.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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