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 의견도 듣지 않고 서발법 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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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 의견도 듣지 않고 서발법 강행”
  • 이인문 기자
  • 승인 2021.02.25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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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의료운동본부 등, 오늘(25일) 국회 앞 기자회견… 서발법 즉시 폐기 촉구
규탄 발언을 하고 있는 정의당 장혜영 국회의원.
규탄 발언을 하고 있는 정의당 장혜영 국회의원.

정의당 장혜영 국회의원과 무상의료운동본부, 보건의료단체연합, 참여연대 등 8개 단체들이 오늘(25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 위기에 의료민영화와 사회공공서비스 민영화가 웬말?”이나며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하 서발법)을 즉각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무상의료운동본부 김재헌 사무국장의 사회로 열린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들 단체들은 우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의료민영화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보건의료 관련 일부 법을 적용 제외시켰다고 하지만 의료법과 약사법, 국민건강보험법 등 3~4개 법을 제외하고도 50여개 보건의료 관련 법이 서발법의 적용을 받는다”면서 “보건의료가 제외된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들 단체들은 “거대 양당은 의료민영화 우려를 불식시키겠다고 ‘대국민 사기극’을 벌이고 있지만 다른 사회공공영역은 그런 기만조차도 하지 않는다. 서발법은 농림어업과 제조업을 제외한 모든 영역을 서비스 ‘산업’으로 규정하고, 기재부 장관이 위원장인 ‘서비스산업선진화위원회’가 전권을 휘둘러 서비스산업을 육성한다는 미명하에 규제를 완화하고 민영화하기 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며 “보건의료, 사회복지, 교육, 전기·가스·수도, 철도·화물, 운수, 언론, 우편, 정보통신 등이 모두 이 법의 적용을 받게 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들 단체들은 “예컨대 기재부가 교육부장관과 지자체 위에 군림해 소위 '교육서비스산업' 발전 정책을 마련한다면 교육공공성은 말살될 것”이라면서 “최근 미국 텍사스주에서는 전력민영화의 결과 최악의 한파 이후 한달 전기요금이 무려 1,880만 원이나 청구되는 일이 있었다고 알려졌다. 공공서비스가 민영화되면 이런 일이 한국에서도 벌어지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고 피력했다.

끝으로 이들 단체들은 “코로나19 위기 속 서민들의 삶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불평등은 심화되고 있으며, 공공의료의 위축 속에 4차 대유행을 앞둔 시민들은 또다시 병상부족 사태를 겪지 않을까 두려워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서발법 추진은 '재난자본주의'의 전형이며 수많은 사람들의 안전과 삶을 파괴할 범죄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 전진한 정책국장의 발언 장면.
보건의료단체연합 전진한 정책국장의 발언 장면.

한편 이들 단체들은 “국회가 서발법 관련 국회 공청회에서 시민사회의 의견을 대변할 법안 반대측 진술인의 발제문까지 받아놓고 갑작스럽게 참석하지 말라고 통보하며 교체해버렸다”면서 “이는 민주적 절차를 무시하고, 최소한의 시민사회 의견도 듣지 않고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다음은 이날 이들 단체들이 발표한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코로나19 위기에 의료민영화, 사회공공서비스 민영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추진 중단하라.

오늘(25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하 '서발법') 공청회가 개최된다. 서발법은 사회공공영역을 모두 기재부 손에 넘겨주는 ‘기재부 독재법’이자 ‘의료·사회공공서비스 민영화법’이라고 알려져 오랜 기간 시민들로부터 반대에 부딪쳐왔다. 그런데 또다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이 법 통과에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코로나19 위기 속 공공의료와 사회안전망 강화에 온 힘을 다해도 모자랄 시기에, 거대양당이 거꾸로 기업에 사회공공영역을 통째로 넘겨주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노동시민사회단체는 이에 강한 반대의 뜻을 밝힌다.

첫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명백히 의료민영화법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의료민영화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보건의료 관련 일부 법을 적용 제외시켰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법, 약사법, 국민건강보험법 등 3~4개 법을 제외하고도 50여개 보건의료 관련 법이 서발법 적용을 받는다. 따라서 보건의료가 제외된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기재부는 이 50여개 법을 서발법에 적용해 활용하겠다고 공공연하게 밝혔다. 영리자회사를 만드는 통로인 보건의료기술진흥법, 의료기기·줄기세포 평가규제를 완화하는 혁신의료기기법과 첨단재생의료법, 해외환자유치를 빌미로 의료민영화를 추진할 의료해외진출법 등을 직접 예시로 들기도 했다.

보건의료 외(外) 다른 법률과 지침을 활용해서도 의료민영화를 추진할 수 있다. 영리병원 설립근거인 경제자유구역법과 제주특별자치도법, 개인의료정보 상업화 추진근거인 '보건의료 데이터 활용 가이드라인', 민간보험활성화를 허용하는 '건강관리서비스 가이드라인' 등이 기재부 손에서 활용될 수 있다.

또 서발법에 따라 얼마든지 새로운 민영화·규제완화법을 제정하거나 지침을 만들 수 있다. 여지껏 주요 의료민영화 정책들은 대부분 의료법, 약사법, 국민건강보험법, 국민건강증진법을 직접 개정하기보다는 이런 우회로를 통해 추진되어 왔다.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거대 양당이 시민들을 얄팍한 수로 속여 넘기려 하는 것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둘째, 사회공공서비스 민영화법 서발법 추진은 중단되어야 한다.

거대 양당은 의료민영화 우려를 불식시키겠다며 ‘대국민 사기’를 벌이고 있지만, 다른 사회공공영역은 그런 기만조차도 하지 않는다. 코로나19 팬데믹 위기는 돌봄과 교육 등 사회공공서비스를 강화하고 사회복지와 안전망을 튼튼히 해야 모두의 삶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했다. 그런데 거꾸로 서발법은 이런 영역을 다 기업 돈벌이로 넘겨줄 법이다.

이 법은 농림어업, 제조업을 제외한 모든 영역을 서비스 ‘산업’으로 규정하고, 기재부가 위원장인 ‘서비스산업선진화위원회’가 전권을 휘둘러 서비스산업을 육성한다는 미명하에 규제를 완화하고 민영화하기 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 보건의료, 사회복지, 교육, 전기·가스·수도, 철도·화물, 운수, 언론, 우편, 정보통신 등이 모두 이 법의 적용을 받게 된다.

예컨대 기재부가 교육부장관과 지자체 위에 군림해 소위 '교육서비스산업' 발전 정책을 마련한다면 교육공공성은 말살될 것이다. 현재의 시장화 경향은 가속화되어 교육비폭등과 교육조건 차별화를 낳을 것이다. 또 서발법이 통과되면 기업들은 손쉽게 이용이 불가피한 필수서비스를 이윤추구 대상으로 삼아 막대한 이익을 낼 수 있지만, 대다수 평범한 이들은 서비스요금의 인상과 질 저하, 노동자의 해고와 고용불안정의 결과를 맞을 것이다.

최근 미국 텍사스주는 전력민영화의 결과 최악의 한파 이후 한달 전기요금이 1,880만 원이 청구되는 일이 있다고 알려졌다. 공공서비스가 민영화되면 이런 일이 한국에서도 벌어지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오늘 공청회는 절차적으로도 문제가 크다. 국회는 시민사회의 의견을 대변할 법안 반대측 진술인의 발제문까지 받아놓고 갑작스럽게 참석하지 말라고 통보하며 교체해버렸다. 민주적 절차를 무시하고, 최소한의 시민사회 의견도 듣지 않고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위기 속 서민들의 삶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불평등은 심화되고 있다. 또 공공의료 위축 속 4차 유행을 앞둔 시민들은 또다시 병상부족 사태를 겪지 않을까 두려워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서발법 추진은 '재난자본주의'의 전형이며 수많은 사람들의 안전과 삶을 파괴할 범죄적 행위다. 이는 즉각 폐기되어야 한다. 노동시민단체는 서발법을 통과시키려는 시도를 결코 용납하지 않고 끝까지 저항할 것임을 경고한다.

2021. 2. 25.
공공운수노조·무상의료운동본부·민주노총·보건의료단체연합·전국교직원노동조합·참여연대·한국노총·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정의당 장혜영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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