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발법=의료민영화…문제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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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발법=의료민영화…문제 없다고?
  • 안은선 기자
  • 승인 2021.02.23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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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범시민사회‧장혜영 의원 등, 서비스산업발전법 긴급토론회 개최
기재부 권력 독점 우려…의료‧교육 등 헌법 ‘기본권 침해’ 위헌적
의료‧약사법 제외해도 서발법 적용 보건의료법 51개…“의료민영화법”
정의당 장혜영 의원, 참여연대, 보건의료단체연합, 무상의료운동본부, 민주노총, 한국노총,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가 지난 22일 참여연대에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누구를 위한 법인가?'를 주제로 긴급토론회를 개최했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 참여연대, 보건의료단체연합, 무상의료운동본부, 민주노총, 한국노총,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가 지난 22일 참여연대에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누구를 위한 법인가?'를 주제로 긴급토론회를 개최했다.

의료, 교육, 환경 등 공공서비스를 민간기업에 개방하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하 서발법)’이 오는 25일 국회 공청회를 앞두고 있어, 시민사회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서발법은 18대 국회 당시 지난 2011년 12월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 주도로 최초 발의된 이래 21대 국회에서까지 올라왔다. 지난해 7월 3일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 등 16명,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 등 12명의 의원이 ‘서발법’을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박근혜 정부 당시 ‘의료민영화 악법’이라며 반대해 왔으나, 이제는 ‘규제혁신추진단’까지 구성하며 서발법 통과를 밀어붙이고 있다. 그러면서 시민사회의 반발이 컸던 의료분야 관련 조항을 제외했다며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법안과 다르다고 주장하지만, 시민사회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다”며 서발법 폐기를 한목소리로 촉구했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 무상의료운동본부, 민주노총,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이하 보건연합), 참여연대, 한국노총,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는 공동으로 지난 22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서발법, 누구를 위한 법인가?’를 주제로 긴급토론회를 개최했다.

참여연대 이찬진 집행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토론회에서는 한신대학교 제갈현숙 외래교수가 서발법의 추진경과와 문제점을 짚고, 이어 ▲보건의료 ▲공공서비스 ▲중소상공인 ▲교육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서발법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그 심각성을 알렸다.

서발법, 포괄적 위임입법 금지 원칙 위배
박근혜 정부 ‘대통령령‧시행령 정치’ 재연?

제갈현숙 외래교수
제갈현숙 외래교수

이번에 발의된 서발법의 골자는 ▲농림어업, 제조업을 제외한 산업을 서비스산업으로 규정 ▲기재부 장관이 장을 맡은 서비스산업선진화위원회를 구성하고, 여기서 서비스산업발전 기본계획을 수립‧확정해 국회에 제출 ▲이 기본계획에서 규정한 사항 외 시행계획의 수립‧시행‧제출, 저부가가치 서비스산업 선정 및 지원, 위원회 구성‧운영, 회의록 공개 여부 등은 ‘대통령령’으로 결정 등이다.

이에 제갈현숙 교수는 이 내용들의 ▲헌법 제 75조의 포괄적 위임입법 금지 원칙 위배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의 무소불위 권력 행사 ▲서비스산업선진화위원회, 서비스산업발전위원회의 비민주적권력편향적 구성 ▲의료 민영화, 사회 공공성의 상품화 위험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그는 “통계법상으로도 법안 적용 대상의 구체적인 범위를 정해야 함에도, 두루뭉술한 법을 만들어 놓고 ‘대통령령’으로 뭐든 할 있게 해 놓았다”며 “이는 법률 위임사항과 범위를 구체적으로 한정하지 않고 특정 행정기관에게 입법권을 일반적‧포괄적으로 금지하는 헌법 제75조 포괄적 위임입법 금지 원칙을 위반한 것이며, 국민의 일반의지를 실현해야 한다는 대통령의 의무에도 반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서발법이 대통령령, 시행령으로 결국 운영된다는 건데 이는 사전에 알기도 어렵고 그 영향력을 파악하기도 어렵다”며 “위원회도 기재부 입맛대로 구성될 공산이 커 서비스산업의 다층적, 다종적, 노사 간 이해관계 반영이 어렵고 시민대표 참여 역시 폐쇄적으로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제갈 교수는 서발법은 결국 대자본의 이해관계를 대변할 뿐, 소상공인, 법률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취약계층 노동자의 삶을 파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IMF로 대기업의 구조조정으로 월급쟁이들이 밀려나 서비스 시장, 자영업으로 내몰렸는데, 그런 사람들의 삶이 이제는 코로나19와 서발법으로 파괴될 위기에 놓였다”며 “코로나19에도 요양보호사, 간병인 등은 쉬지도 못하고 필수노동이라 주목받지만, 실제로는 노동권과 파업권을 박탈 당한 채 불안정한 노동을 강요받고 있다”고 짚었다.

이찬진 집행위원장
이찬진 집행위원장

그러면서 제갈 교수는 “국가는 노동시장을 유연화하고, 규제를 완화해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을 허용하는 등 자본에 책임을 지우는 방식을 거부하고 있다”며  “사회 공적 영역을 기재부가 산업적 가치로만 판단하고, 경쟁 효율화라는 이름으로 서발법을 밀어붙인다면 결국 가장 취약한 사람들이 피해를 볼 것”이라고 질타했다.

아울러 그는 “민주당은 ‘노동존중 정부’, ‘촛불정부’라면서 지난 10년 간 반대해 온 법안을 권력을 잡자마자 말을 바꿔 추진하고 있다”며 “정부와 여당, 기재부는 국민을 통제하려는 시도를 전부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참여연대 이찬진 집행위원장은 “서발법은 박근혜 정부 당시 민주당이 그토록 비판한 ‘시행령 정치’에 다름아니고, 국회도 자신의 입법권을 스스로 침해하는 선택을 하는 것”이라며 “서비스 분야 규제 혁파의 정당성이 어떤 역사적 맥락과 사회적 합의도 없이 이뤄지는 건 문제”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이 집행위원장은 ‘대통령령’으로 사실상 움직이는 서발법을 통해 기재부는 무소불위에 권력을 휘두르게 되는 점을 지적하면서 “사실상 기재부는 대통령의 역할을 하는 것인데, 국회와 대통령은 왜 필요한가?”“라며 ”행정 각부의 공공적, 입법 보호장치를 철폐하려한다면 최소한 국무회의에서 심의하고 국회에 제출해 공론을 얻어 입법적으로 해결하는 게 헌법의 정신인데, 서발법은 이런 것들을 배제하고 행정기구 하나에 위원회를 두고 결정하는 게 말이되느냐?“고 맹비난했다.

서발법서 의료법 등 제외돼도 우회로 많아
기재부 주도 '의료영리화' 추진 우려 여전

전진한 정책국장
전진한 정책국장

보건연합 전진한 정책국장은 국회가 이번 ‘서발법’에서 의료법, 약사법, 국민건강보험법, 국민건강증진법 등 4개 영역에 적용하지 않기 때문에 의료민영화법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은 ‘기만’이라고 맹비난했다.

전 국장에 따르면, 서발법의 적용을 받는 보건의료 관련법은 위의 4개 법을 제외하고도 51개에 이른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23일 기재부 김용범 제1차관은 기획재정위원회 회의에서 “3~4개 관련법이 배제돼도 사실 보건의료 관련 분야 법은 55개로, 서발법 체계 내에서 가능한 보건 산업 육성은 상당히 효과적‧종합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며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 스마트 병원 설립, 의료데이터 중심병원 지정 등은 보건의료기술법으로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이고, 제약산업과 의료기기는 제약산업법이나 혁신 의료기기법, 외국인 환자 유치 등 ICT 의료시스템 해외진출 등은 의료해외진출법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대표적으로 보건의료기술진흥법, 의료기기산업 육성 및 혁신의료기기 지원법,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 의료 해외진출 및 외국인환자 유치 지원에 관한 법 등은 서발법에 적용을 받고, 우회적으로 활용가능한 법으로 ▲경제자유구역법 ▲개인정보보호법 ▲건강관리서비스 ▲보험업법 시행령 개정안 등이 있다.

기재부가 밝힌 이러한 법안들은 박근혜 정부에서 가이드라인, 시행령 등 의료영리화를 우회적으로 추진해 온 방식이다. 게다가 서발법이 통과되지 않은 지금도 정부주도로 이른바 ‘데이터3법’ 개정을 통해 가명처리한 개인의료정보는 의료법 보호대상이 아니라며, 기업이 공유‧매매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지난해 12월 금융위원회는 ‘보험업권 헬스케어 활성화 방안’을 발표, 민간보험사가 건강관리서비스 상품을 판매할 n 있도록 보험업법 시행령을 개정키도 했다.

전 국장은 “서발법 제5조에 따라 ‘서비스산업발전 기본계획’ 수립 대상과 안, 제9조에 따른 ‘서비스산업선진화위원회’ 심의대상에는 서비스산업 관련 제도 개선에 관한 사항이 포함돼 있고 제13조에는 정부로 하여금 서비스산업 규제와 제도 등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즉, 기재부가 서비스산업선진화위원회를 통해 규제를 완화하는 법을 만들어 무한대로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전 국장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시민들은 공공의료 강화, 개혁 필요성에 공감하는 반면에 정부와 거대 양당은 이 재난을 기회 삼아 의료서비스를 상업화하려는 기만을 중단해야 한다”며 “정부는 당장 서발법을 폐기하고 의료공공성 강화에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공운수노조 공성식 정책기획실장도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보건의료‧방역‧돌봄 인력을 늘리자는 사회적 요구가 기재부에서 모두 막혀 있다”며 “재난 시기에 일반 국민의 고용과 생계보장 보다는 기업주 이익 보호에 치우쳐 있고, 재정건전성 원칙만 고수하는 기재부에 필수 서비스의 미래를 맡겨선 안된다”고 말을 보탰다.

제갈현숙 교수도 “코로나19로 미국시민 50만 명이 사망하는 등 미국식 자본주의 모델이 시민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여실히 드러났다”며 “공적 사회보험이 있는 독일과 한국은 치료, 방역에 있어 모범이 됐는데, 이는 수많은 의료진과 돌봄 노동자들의 수고로움, 의료는 상품이 아닌 권리라는 시민의 연대, 건보료의 가치에 합의한 것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대다수 서비스산업 종사 자영업자에 직격탄
공교육 보편성‧민주성 기본권과 정면 충돌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이성원 사무총장은 이 서발법이 지난 2016년 이른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서 기업들이 강력 처리를 요구한 법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이 사무총장은 “대다수의 자영업자들이 운영하는 사업체에는 취약층이 많이 고용돼 있는데, 이를 축소하고 대기업에 재편시키겠다는 서발법은 전체 취약층을 위기로 모는 것”이라며 “서발법은 대기업 진출이 쉬운 중소상인이 다수 포진된 유통업 분야를 신사업으로 지정하고 육성하는 정책이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 이 사무총장은 “박근혜 정부에서 대기업 복합쇼핑몰 등 대기업 중심의 신사업을 육성하고 자영업자들을 시장에서 퇴출해 이들을 의료민영화 서비스에 편입시켜야 한다는 정책을 공식발표한 바 있다”며 “그 당시 지역에 복합쇼핑몰 유치를 위해 서발법, 규제프리존을 찬성했던 당시 전남지사였던 이낙연 총리가 서발법 통과를 이끌고 있어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고 규탄했다.

또한 진보교육연구소 천보선 소장은 교육을 국민의 보편적 권리로 규정한 헌법 및 교육기본법과 정면 충돌한다고 지적했다. 

장혜영 의원
장혜영 의원

천 소장은 “경제자유구역법,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에 따라 설립된 국제학교에서는 이미 초‧중등 과정을 벗어나는 교육과정이 허용돼 공교육에 대한 사회적 합의에 기초한 민주적 통제가 불가능하다”며 “최근 코로나19 집단 감염으로 문제가 된 종교단체가 운영하는 대전 IEM 국제학교, TCS 국제학교는 비인가 학교로, 서발법에 의해 학교가 서비스 상품으로 다뤄질 경우 교육의 공공성 훼손으로 얼마든지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OECD 교육 2030에서는 기업요구에 학교가 거리를 둘 것, 공교육 강화 등을 선언했다”며 “서발법의 교육 상품화는 교육에 대한 전 세계적 패러다임의 변화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서발법의 즉각적 폐기를 촉구했다.

한편, 이번 토론회의 공동주최자인 장혜영 의원은 “10년이 지났지만 서발법은 여전히 내용도 변하지 않은 채 국회에 상정됐고, 여당에서는 수식어만 바꿔 이 법안을 통과시키려 하고 있어 우려스럽다”며 “서비스산업이란 미명하에 서비스산업이 가진 공공성이 침해되지 않는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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