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료원 위탁은 공공의료 ‘포기’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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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료원 위탁은 공공의료 ‘포기’ 선언”
  • 이인문 기자
  • 승인 2022.08.18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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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연대본부, 지자체 대학병원 위탁 움직임에 ‘반대’ 성명… 정부에 지방의료원 강화방안 마련 촉구

경상북도가 김천의료원·안동의료원·포항의료원을 경북대병원에, 충청남도가 서산의료원을 서울대병원에 위탁·운영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는 등 지방의료원을 대학병원에 위탁하려는 움직임이 각 지자체에서 시도되고 있는 것에 대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가 지난 17일 성명을 통해 “공공의료 포기와 다름없다”며 “정부는 실질적이고 종합적인 지방의료원 강화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성명에서 의료연대본부는 우선 “지방의료원은 법적으로도 지역책임의료기관으로 지역 내 필수의료를 제공하고 전달체계를 관리하는 역할을 하고 있지만 실제로 대부분의 지방의료원은 재정적자와 의료인력 확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고 대부분이 300병상 이하의 작은 규모로 인해 필수진료과를 갖추지 못했거나 중환자를 보기 어려운 병원이 많다”며 “이는 과거 정부들이 지방의료원을 지역공공의료를 책임질만한 자원과 역량을 갖춘 곳으로 육성하기보다는 민간의료 중심의 의료전달체계는 그대로 두고 지방의료원에는 저소득층진료 등 보조적 역할을 부여하는 데 그쳤던 역사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의료연대본부는 “코로나19 위기 이후 대부분의 지방의료원이 감염병전담병원으로서 기존 입원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보내고 코로나19 환자를 받았기 때문에 앞으로 환자 수 감소로 인한 경영악화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줄어든 환자 수를 코로나19 이전으로 회복하기까지 약 3.9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면서 “지방의료원이 기존의 진료기능을 포기하고 병상을 내놓는 방식으로 활용된 결과 지방의료원과 그것이 표방하는 공공의료는 보조적 위상으로 굳어질 위험이 커진 것”이라며 “따라서 지방의료원이 공공병원으로서 역할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의 강력한 의지를 바탕으로 재건 수준의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의료연대본부는 “이런 점에서 지방의료원의 대학병원 위탁운영은 완전한 오답”이라며 “지난 1997년 마산의료원 경상대병원 위탁 및 군산의료원 원광대병원 위탁 사례를 보면 경상대병원은 마산의료원이 인구가 증가하고 의료수요 역시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 창원 지역에 있다는 것을 근거로 수탁을 결정했고 원광대병원은 군산의료원을 장기적으로 인수할 계획을 가지고 수탁해 의료인력 등을 지원하다가 적자가 심하다는 이유로 책임경영을 포기하고 위탁에서 철수한 사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료연대본부는 “위탁 이후의 경영은 지방의료원의 필요보다는 수탁기관의 경영적 이해관계에 좌우될 수밖에 없어 결국 의료급여 환자의 비율 감소, 건당 진료비 상승 등으로 인한 지역주민의 의료비 부담으로 귀결되고 말 것”이라면서 “정부가 공약하고 각 지자체에서 조응하고 있는 지방의료원 위탁 정책은 사실상 ‘공공의료 포기’ 선언이나 다름없다. 공공병원인 지방의료원을 강화하기는커녕 그나마 정부와 지자체가 가지고 있던 책임까지 회피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끝으로 의료연대본부는 “지방의료원의 의료 질을 높이는 것은 ‘대학병원 따라잡기’를 하는 게 아니라 지역주민들에게 필수의료를 제공하는 데 적합한 규모와 인력을 갖출 때 가능하다”며 “공공의료 전반에 대한 발전방안 속에서 보건소부터 지방의료원, 국립대병원 등 공공기관 간의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과잉진료와 비급여 의료행위가 없는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병원 네트워크’ 전략이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날 의료연대본부가 발표한 성명서 전문이다.

지방의료원 대학병원 위탁은 공공의료 포기나 다름없다.
정부는 실질적이고 종합적인 지방의료원 강화방안 마련하라!

지방의료원을 대학병원에 위탁하려는 움직임이 각 지자체에서 시도되고 있다. 경상북도는 김천의료원, 안동의료원, 포항의료원을 경북대병원에 위탁 운영하는 것을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김태흠 충남도지사와 성일종 국회의원은 서산의료원을 서울대병원에 위탁하는 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방의료원 위탁 운영은 실효성이 없을 뿐 아니라 정부와 지자체가 져야 할 공공의료의 책임을 개별 기관에 떠넘기는 일이라는 점에서 적절하지 않다. 또한 지방의료원 위탁을 포함한 윤석열 정부의 의료정책이 ‘공공의료 포기’로 이어질 것을 심각히 우려한다.

공공의료를 수행하는 데 있어 공공병원의 중요성은 백 번 강조해도 모자라지 않다. 지방의료원은 법적으로도 지역책임의료기관으로서 지역 내 필수의료를 제공하고 전달체계를 관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대부분의 지방의료원은 재정적자와 의료인력 확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대부분이 300병상 이하의 작은 규모로 인해 필수진료과를 갖추지 못했거나 중환자를 보기 어려운 병원이 많다. 이는 과거 정부들이 지방의료원을 지역에 공공의료를 책임질 만한 자원과 역량을 갖춘 곳으로 육성하기보다, 민간의료 중심의 의료전달체계는 그대로 두고 지방의료원에는 저소득층 진료 등 보조적 역할을 부여하는 데 그쳤던 역사 때문이다.

이러한 모순은 코로나 위기 이후 심화되었고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다. 대부분의 지방의료원은 감염병전담병원으로서 기존 입원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보내고 코로나19환자를 받았기 때문에 앞으로 환자 수 감소로 인한 경영악화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과거 감염병 대응의 경험에 비추어 줄어든 환자 수를 코로나19 이전으로 회복하기까지 약 3.9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방의료원이 기존의 진료기능을 포기하고 병상을 내놓는 방식으로 활용된 결과 지방의료원과 그것이 표방하는 공공의료는 보조적 위상으로 굳어질 위험이 커졌다. 따라서 지방의료원이 공공병원으로서 역할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의 강력한 의지를 바탕으로 재건 수준의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지방의료원의 대학병원 위탁운영은 완전한 오답이다. 마산의료원 경상대병원 위탁(1997), 이천의료원 고려대병원 위탁(1998), 군산의료원 원광대병원 위탁(1997) 등 이전의 위탁 사례를 볼 때, 대학병원은 지방의료원에 투자가치가 있는지를 기준으로 위탁 여부와 지원 수준을 결정했다. 예컨대 경상대병원은 마산의료원이 인구가 증가하고 의료수요 역시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 창원 지역에 있다는 것을 근거로 수탁을 결정했으며, 원광대병원은 군산의료원을 장기적으로 인수할 계획을 가지고 수탁하여 의료인력 등을 지원하다가 적자가 심하다는 이유로 책임경영을 포기하고 위탁에서 철수한 사례가 있다. 

이처럼 위탁과 위탁 이후의 경영은 지방의료원의 필요보다는 수탁기관의 경영적 이해관계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 이는 의료급여 환자의 비율 감소, 건당 진료비 상승으로 인한 지역 주민의 의료비 부담으로 귀결된다. 또한 지자체의 자금 지원이 지방의료원 수탁 조건으로 제시되기도 했던 선례를 볼 때 최악의 경우 지자체에서 대학병원의 지방의료원을 통한 돈벌이를 지원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현재 지방의료원 수탁 기관으로 거론되는 곳이 국립대병원이라는 점에서 민간 대학병원보다는 수익 위주의 경영이 노골화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지만, 지자체의 공공의료보다는 대학병원의 이해관계를 충족시키는 데 활용될 우려는 여전히 크다. 

일각에서는 서울대병원이 보라매병원을 수탁한 후 지역에서 신뢰받는 병원이 되었다는 것을 근거로 대학병원 위탁의 장점을 주장하지만 보라매병원의 현실은 지방의료원 위탁의 근거로 사용되기에 적절치 않다. 보라매병원이 지역주민에게 적절한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이유는 공공성에 기반해 병원 운영을 감시하는 노동조합이라는 특수한 조건 때문이다. 서울대병원 노동조합은 보라매병원의 인력이 본원과 순환근무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위탁병원 인력의 노동조건을 지키는 역할을 할 뿐 아니라, 매년 임단협 시기에 의료공공성 관련 요구를 수립하는 등 공공성에 위배되는 병원 운영을 감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예컨대 서울대병원 노동조합은 보라매병원이 효과는 불확실하고 가격은 비싼 로봇수술을 의사 수당을 통해 권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폭로하고 “지역민과 저소득층을 위해 서울대병원이 위탁 운영하는 시립병원에서 과잉진료를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러한 상시적 민주적 감시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지방의료원 위탁은 절대 공공성을 담보할 수 없다.

대학병원이 지방의료원을 수탁할 경우 지방의료원의 의료 질도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 역시 틀렸다. 지방의료원의 역할은 첨단 정밀 의료와 중증 환자 치료를 주 기능으로 하는 대학병원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보라매병원 역시 서울대병원 위탁 운영을 바탕으로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꾸준히 시도했으나 상급종합병원 지정 시 지역 주민의 접근성 저하와 진료비 부담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지정이 무산된 바가 있다. 대부분 상급종합병원인 대학병원에서 지방의료원을 운영·지원하는 것은 지방의료원 강화로 귀결되기 보다는 보라매병원 같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두 역효과를 내왔다. 지방의료원의 의료 질을 높이는 것은 ‘대학병원 따라잡기’를 하는 게 아니라 지역 주민에게 필수의료를 제공하는 데 적합한 규모와 인력을 갖출 때 가능하다.

윤석열 정부는 공공병원 강화·확충이 아니라 민간병원이 감염병대응 등 역할을 수행할 시 추가 수가를 제공하는 ‘공공정책수가’ 신설을 주요 공약으로 하였으며, 의료데이터 활용 활성화 등 각종 의료민영화 정책 역시 공약으로 낸 바 있다. 이는 정부가 공공병원 강화를 통한 의료공공성 제고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공약하고 각 지자체에서 조응하고 있는 지방의료원 위탁 정책은 사실상 ‘공공의료 포기’ 선언이나 다름없다. 공공병원인 지방의료원을 강화하기는커녕 그나마 정부와 지자체가 가지고 있던 책임까지 회피하는 꼴이다. 

지방의료원과 그것이 표방하는 공공의료는 민간의료의 보조 역할에 그쳐서는 안 되며, 공공의료 전반에 대한 발전방안 속에서 지방의료원의 위상을 강화하는 과제가 필수적이다. 공공병원이 각기 분산되어 비슷한 규모의 민간병원과 경쟁하는 상황에서는 재정적자가 누적될 수밖에 없다. 보건소부터 지방의료원, 국립대병원 등 공공기관 간의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과잉진료와 비급여 의료행위가 없는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략(공공병원 네트워크)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재정적자에 대한 미봉책에 불과한, 혹은 ‘공공의료 포기’나 다름없는 지방의료원 대학병원 위탁을 당장 중단하고, 공공의료를 강화하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방의료원에 종합적·전폭적인 지원을 진행할 것을 정부와 지자체에 주문한다.

2022년 8월 17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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