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생명 위협하는 ‘신의료기술 규제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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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생명 위협하는 ‘신의료기술 규제완화’
  • 김준현
  • 승인 2023.08.22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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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건강세상네트워크 김준현 정책위원

지난달 정부는 제2차 ‘킬러규제 혁신 TF’를 개최, 기업투자의 결정적인 장애요인 ‘킬러규제 15개 과제’를 선정·발표했다. 앞서 지난 6월에는 대통령을 의장으로 하는 규제혁신전략회의를 신설했으며 국무총리가 단장을 맡는 규제혁신추진단도 운영 중이다. 37개 정부부처에 규제혁신 TF를 구성하는 등 범정부 차원에서 규제완화 정책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달 27일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개최된 '킬러규제 TOP-15 규탄' 기자회견 장면.
지난달 27일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개최된 '킬러규제 TOP-15 규탄' 기자회견 장면.

이같은 규제완화 기조는 노동, 환경, 기술, 신산업, 금융 등 경제사회 및 과학기술 분야 전 영역을 아우르고 있다. 아울러 기업 및 산업자본의 이익을 대변하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한국중견기업연합회(중견련),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등이 핵심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의 이해관계를 견고히 하기 위한 광범위한 규제개악을 시도하고 있다.

노동자의 안전을 위해 유지돼야 하는 산업안전 규제조치를 산업을 방해하는 ‘킬러규제’로 규정하고 있으며 무분별한 산업개발과 환경위해를 방지하기 위한 환경영향평가도 지금보다 더 완화하겠다는 기조다. 또한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이동범위 제한 등 이주노동자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외국인 고용 규제완화’도 이른바 ‘킬러규제’의 일환으로 추진된다.

노동자의 권리침해와 국민의 생명·안전과는 완전히 대립하는 규제개악 일변도로 여기에는 보건의료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공공재인 보건의료를 신산업 분야로 분류해 ‘신의료기술분야 규제’를 완화한다는 계획이다. 새로운 의료기술의 안전성·유효성을 평가하는 ‘신의료기술평가제도’를 규제개악의 타깃으로 삼은 것이다.

‘중복적인 규제’, ‘비현실적인 평가방식’ 등을 운운하면서 의료기술의 본질적 특성은 무시한 채 조속한 시장출시에만 급급해온 관련 산업계의 목소리만 고스란히 반영한 조치다.

신의료기술은 특성상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할 만한 임상적 근거가 매우 취약한 기술로 사실상 시장에서의 사용을 엄격히 제한해야 하는 ‘조기기술’에 해당된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규제개악을 통해 시장진입을 촉진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견고한 임상적 근거창출을 유도하는 정책환경 조성이 우선시 돼야 한다.

정부와 산업계에서는 과도한 규제로 국내시판을 저해하고 수출길이 막힌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오히려 불충분한 임상적 근거로 인해 다른 나라 규제당국에 의해 수출이 차단되는 사례가 더욱 빈번하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정부가 중시하는 수출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견고한 임상적 근거에 기반한 의료기술 허용이 주된 정책기조로 삼아야 한다. ‘중복규제’를 운운하는 것도 안전성을 중시하는 의료기술의 특성을 무시한 무책임한 정부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중복규제의 온상으로 치부되고 있는 ‘신의료기술 평가‘는 ’식약처 허가‘와 엄연히 분리되는 영역이다. 평가관점이 서로 다른 영역이며 근거법률과 제도운영 방식도 서로 다르다. 식약처 허가가 특정 의료기술의 제품 성능(기술적 오류 등)을 평가하는 것이라면 신의료기술평가는 실제 임상현장에서 사용될 경우 검증해야 하는 의료기술의 안전성·유효성에 대한 평가라는 점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난다.

식약처 허가만으로 시장진입을 허용할 경우 국민에게 미치는 건강상의 위해를 배제하기 어렵게 된다. 따라서 신의료기술평가는 불필요하고 비현실적인 평가가 아니라 국민의 안전을 위해 반드시 유지돼야 하는 중요한 제도적 장치인 것이다. 

더불어 정부의 규제개악으로 파생되는, 근거도 갖추지 못한 무분별한 의료기술의 남용은 국민의 불필요한 의료비 부담으로 직결되는 주된 원인이 된다. 의료기술의 조기 시장진입은 일차적으로 건강보험급여범위에서 벗어난 비급여시장을 확대하는 결과를 낳으며 고스란히 환자부담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근거도 미약한 상태에서 높은 시장가격으로 사용되는, 비용·효과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의료기술을 정부가 육성할 이유는 전혀 없다. 국민부담만 가중시키고 보건의료의 공공성을 저해하는 이같은 정부의 규제개악은 당장 폐기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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