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허가 줄기세포 치료제를 환자에게 투여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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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허가 줄기세포 치료제를 환자에게 투여한다고?
  • 안은선 기자
  • 승인 2023.12.11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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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식 허가 절차 생략된 ‘첨단재생의료법 개정안’ 12월 임시국회서 다뤄질 예정
시민사회, “안전‧효과 검증 없는 유전자 치료제 허가…제2 인보사 사태 부를 것”

12월 임시국회가 오늘(11일)부터 시작됐다. 이번 국회에서는 이미 누더기가 된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첨단재생의료법)」을 또 개정한다고 해,  시민사회의 우려를 사고 있다.

지난 2019년 제정된 ‘첨단재생의료법’은 세포‧유전자 치료(제)와 관련해 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하는 임상 3상이 빠졌는데,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안전성 우려는 있지만 경제성장을 위해 통과시켜야 한다’고 발언, 이를 바탕으로 정부와 거대 양당 국회의원들이 밀어붙여 통과됐다. 국민의 건강과 안전보다 산업논리를 우선한 것.

이번에 나온 개정안에는 3상 면제 정도에 그치지 않고, 정식 허가절차 자체를 전혀 거치지 않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일반적으로 증식‧배양 세포를 활용한 제품은 의약품 허가절차를, 그 이하의 최소 조작을 통한 시술은 신의료기술평가를 거쳐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될 때만 환자에게 투여할 수 있는데, 문제의 개정안은 이러한 절차를 전부 무력화 시키는 것이다.

이 법이 통과될 경우, 관련 이해 당사자들로 구성된 ‘심의위원회’가 허용만 하면 안전성과 유효성 검증도 안 된 의약품과 치료법을 환자에게 아무런 제한 없이 적용할 수 있다는 것.

이에 환자단체와 노동‧보건의료시민사회는 “가짜 약 인보사는 원래 중앙약사심의위원회 다수의 반대로 탈락했지만, 식약처가 이례적으로 두 달 만에 회의를 재소집해 재생의료 관련 ‘당사자들’만 위원으로 추가해 결과를 뒤집었다”며 “규제 기관의 정식 검증절차가 이런 이해 당사자들만의 허술한 심의로 대체된다면 제2, 제3의 인보사 사태가 터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한국의 줄기세포 치료제 문제는 심각하다. 과거 정부와 업계가 세계 최초로 허가된 줄기세포 치료제라고 홍보한 ‘하티셀그램-AMI'는 동료 평가를 받지 않고 충분치 못한 연구로 허가됐다고 저명 학술지 ’네이처‘가 공개 저격했다. 그런데도 한국의 병‧의원들은 급성심근경색에만 허가된 적응증을 넘어 ’만병통치약‘이라며 환자에게 투여해 왔다. 

환자‧시민사회단체는 “세포‧유전자치료도 매우 위험한데, 상대적으로 저위험이라고 하는 줄기세포 ‘시술’조차도 검증되지 않은 경우 심각한 감염과 실명, 죽음을 야기할 수 있다고 미국 FDA는 경고하고 있다”면서 “이미 한국에서 미검증 줄기세포를 투여받고 사망한 이들이 있고, 일본까지 원정가서 검증되지 않은 줄기세포 치료를 받고 사망하거나 부작용을 겪은 사례도 많이 알려져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은 “소위 재생의료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환자들의 절박함을 이용한 돈벌이 수단이 돼 왔다”며 “정부는 이를 규제‧감독하지 않는다면, 무분별한 치료로 돈벌이가 가능해지면 제대로 된 연구개발을 하려는 동기는 사라질 것이고, 제대로된 기술 발전을 가로 막을 것”이라고 일침했다.

아울러 이들은 “지금도 모 업체는 자신들이 개발한 치료제가 한국 식약처의 부실한 허가 검증도 통과 못해 주가가 하락하자 업체 대표들과 주주들이 국회의원을 통해 식약처에 승인을 압박하고, 그것도 실패하자 이제는 ‘첨단재생의료법’을 개정해 미허가 의약품도 돈을 받고 ‘치료’라며 투여할 수 있게 해 달라고 로비를 벌이고 있다”면서 “한국 의료체계와 환자 안전이 이런 투기판의 희생양이 돼선 곤란하다”고 비판했다.

특히 이들은 “돈에만 혈안인 기업들이 활개 칠 수 있는 건 시민의 안전과 이익도 쉽게 팔아 넘기는 정부와 국회 때문”이라며 “위험천만한 ‘첨단재생의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과 민주당 전혜숙 의원, 이를 ‘바이오헬스 신산업 혁신’이라는 윤석열 정부가 공범”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끝으로 이들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 심사에서 이 개정안이 통과될 위험이 많아 보인다”며 “그러나 시민들이 분명히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정부와 국회는 명심하고, 이 법이 통과되는 일을 지켜보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래는 성명서 전문이다.

[공동성명]

줄기세포 미허가 치료 허용, 제2·제3 인보사 사태 양산할 ‘첨단재생의료법’ 개정 반대한다.
- 안전·효과 검증 없는 세포·유전자 치료제 환자 투여 위험천만하다.
- 주가 폭등 노리는 바이오 업체들 투기판에 환자 안전을 내팽개치려는가?
-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환자 이용 돈벌이 장려는 비윤리적

12월 임시국회가 오늘 시작됐다.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실로 위험한 내용의 의료 민영화·규제 완화인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첨단재생의료법’) 개정안이 곧 보건복지위에서 다뤄질 예정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첨단재생의료법’은 2019년 제정됐다. 당시 식약처장이 ‘안전성 우려는 있지만 경제 성장을 위해 통과시켜야 한다’며 정부가 밀어붙였고 거대 양당 국회의원들도 안전보다 산업 논리를 우선해 이 법이 탄생했다. 당시 쟁점은 이 법이 임상 2상만을 거치고 3상을 하지 않은 세포·유전자 치료제를 허용한다는 내용이었다. 환자들을 실험 대상으로 만드는 비윤리적인 규제 완화라는 반대에도 불구하고 법이 통과됐다.

그런데 지금 국회에서 다루는 개정안은 비할 바 없이 더 위험하다. 3상 면제 정도에 그치지 않고 윤석열 정부와 일부 복지위 국회의원들은 이제 정식 허가절차 자체를 전혀 거치지 않은 줄기세포 치료제 등을 환자에게 돈을 받고 팔게 하려 하고 있다. 바이오 업계와 투기꾼들과 병·의원 돈벌이를 위해서다. 
 
일반적으로 증식·배양한 세포를 활용한 제품은 의약품 허가절차를, 그 이하의 최소 조작을 통한 시술은 신의료기술평가를 거쳐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될 때만 환자에게 투여할 수 있다. 지금 다뤄지는 개정안은 의약품, 시술 할 것 없이 이런 절차를 전부 무력화시키는 것이다.

이 법이 통과되면 주로 관련 이해 당사자들로 구성된 ‘심의위원회’가 허용하기만 하면 환자에게 치료를 할 수 있게 된다. 인보사 사태를 돌이켜 봐야 한다. 가짜 약 인보사는 원래 중앙약사심의위원회에서 다수가 반대해 탈락했지만, 식약처가 이례적으로 두 달 만에 회의를 재소집해 ‘재생의료’ 관련 당사자들만 위원으로 추가해 결과를 뒤집었다. 규제 기관의 정식 검증절차가 이런 이해 당사자들만의 허술한 심의로 대체된다면 제2, 제3의 인보사가 터져 나올 것은 불 보듯 뻔하다.

한국의 줄기세포 사기와 거품은 지금도 이미 심각하다. 예컨대 정부와 업계가 세계 최초로 허가된 줄기세포 치료제라고 홍보한 ‘하티셀그램-AMI’는 동료 평가를 받지 않은 충분치 못한 연구로 허가됐다고 저명한 학술지 <네이처>가 공개 저격했을 정도인데, 그마저도 병·의원들은 급성심근경색에만 허가된 적응증을 넘어 ‘만병통치약’으로 둔갑시켜 환자에게 투여해 왔다. 치료제뿐 아니라 ‘시술’도 남용돼 수많은 피해자를 낳고 있다. 정부는 허가·검증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의료 현장에서 벌어지는 불법과 사기도 규제·감독하지 못하고 있다.

세포·유전자 치료는 매우 위험할 수 있다. 줄기세포의 경우 상대적으로 저위험이라고 하는 ‘시술’조차도 검증되지 않은 경우 심각한 감염과 실명이나 죽음을 야기할 수 있다고 미국 FDA는 경고한다. 이미 한국에서 미검증 줄기세포를 투여 받고 사망한 이들이 있고, 국내에서 일본까지 가서 검증되지 않은 원정 치료를 받고 사망하거나 심각한 부작용을 겪은 이들의 사례도 많이 알려져 있다. 다행히 부작용이 없는 이들도 많지만 효과도 없는 치료제를 엄청난 돈을 내고 시술받았던 환자들도 피해자이긴 마찬가지다. 소위 ‘재생의료’는 이처럼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환자들의 절박함을 이용해 돈벌이를 하는 수단이 돼 왔다. 정부는 이런 현실을 규제·감독하기는커녕 규제를 더 완화해 상업화를 부추기는 데 관심을 둬 왔다. 그리고 윤석열 정부와 일부 의원들은 이 ‘첨단재생의료법’ 개정안으로 그 마침표를 찍으려는 듯하다. 아예 미허가 치료를 합법화하려 하고 있다.

이런 규제 완화는 의료기술 발전을 촉진하기는커녕 오히려 제대로 된 기술 발전을 가로막을 것이다. 무분별한 치료가 가능해지고 그것이 이미 돈벌이가 된다면 제대로 된 연구개발을 하려는 동기는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기술은 없으면서 돈벌이를 하거나 주가 폭등을 노리는 기업들에만 이익일 것이다.
 
지금도 모 업체는 자신들이 개발한 치료제가 한국 식약처의 부실한 허가 검증도 넘지를 못해 주가 하락을 겪자, 업체 대표들과 주주들이 국회의원을 통해 식약처에 승인을 압박하고 그것도 실패하니 이제 ‘첨단재생의료법’을 개정해 미허가 의약품도 돈을 받고 ‘치료’라며 투여할 수 있게 해 달라고 국회에 로비를 벌이고 있다. 한국의 의료체계와 환자의 안전이 이런 투기판의 희생양이 되어선 곤란하지 않겠는가.

이 위험천만한 ‘첨단재생의료법’ 개정안을 앞장 서 발의한 국회의원은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과 민주당 전혜숙 의원이다. 또 윤석열 정부가 이것이 ‘바이오헬스 신산업 혁신’이라며 적극 힘을 싣고 있다. 돈에만 혈안인 기업들이 활개를 칠 수 있는 건 대다수 시민들의 안전과 이익도 쉽게 팔아 넘기는 이런 정부와 국회 때문이다. 

이달 복지위 법안 심사에서 개정안이 통과될 위험이 적지 않아 보인다. 이 나라의 의료 상업화와 규제 완화가 얼마나 극단적으로 치닫고 있고 환자 안전은 돈벌이에 밀려 뒷전인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현실이다. 그러나 시민들이 분명히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정부와 국회는 명심하라. 우리는 이 법이 통과되는 일을 지켜보지 않을 것이다.


2023. 1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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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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