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낮은 곳을 지향하며 그곳에 머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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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낮은 곳을 지향하며 그곳에 머물기를”
  • 김의동
  • 승인 2024.01.02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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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사]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김의동 공동대표
김의동 공동대표
김의동 공동대표

2024란 숫자를 마주하고 보니 ‘어느덧 21세기도 거의 4분의 1이 지나가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새로운 밀레니엄을 맞이하던 그 시기엔 Y2K를 걱정하고 정당의 이름에도 새천년이 등장하는 등 무언가 대단히 새로운 시대가 도래하게 될 것만 같았습니다.

하지만 많은 것들이 변화하고 발전하기도 한 반면 우리의 삶과 생각은 많은 부분에서 바뀌지 않았고 아쉽고 슬프게도 예전보다 더 퇴보한 것들도 없지 않습니다. 그리고 매일 반복되는 일상의 무던함은 4반세기의 세월마저 그리 길지 않게 느껴지게 만들기도 합니다.

작년 한 해 여러분은 무엇을 계획하고 무엇을 이루었으며 무엇을 실패했습니까? 혹은 아무것도 계획하지 않고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을 수도 있겠지요.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성취와 변화를 이루어내는 것도, 단순히 자신의 자리를 묵묵히 지키고 버텨내는 것도 모두 나름대로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유행어처럼 우리가 각자 처지도 다르고 할 수 있는 일도 다르지만, 모든 사람이 차별받거나 소외당하지 않고 노동하는 사람들이 대접받고 살 수 있는 건강한 사회를 향해 한 걸음이라도 다가가려는 꺾이지 않는 우리의 마음이 중요한 것 아닐까요?

올해 건치는 회원들의 이러한 마음을 모아 우리 사회를 좀 더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 어떤 일들을 해야 할까요?

전 세계 최고의 속도로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 중인 우리나라에서 사회적인 돌봄시스템의 마련에 대한 요구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고 구강건강 돌봄과 치과 방문진료에 대한 요구도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과거에 많은 사안과 활동에서 그랬듯이 건치는 정책을 연구하고 여론을 형성하고, 직접 몸으로 뛰면서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 할 수 있는 일들을 할 것입니다.

작년 초 건치에서 강연해준 김용익 교수의 말처럼 이제 돌봄노동의 사회화·공공화는 복지제도, 사회안전망의 의미뿐만 아니라 주요한 일자리의 하나로 기능하면서 물자소비나 관련산업의 확대 등을 통해 경제에도 선순환을 가져올 수 있으며 돌봄에 얽매인 여성들에게 새로운 사회경제적 활동의 기회를 제공할 것입니다. 

또한 노인임플란트 보장확대나 아동청소년치과주치의제, 장애인치과주치의제 등의 확대를 비롯한 건강보험 보장성의 확대, 코로나19 시기를 통해 온 국민이 중요성을 절감했음에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공공의료와 필수의료 인력의 확충을 위해 올 한해도 건치는 변함없이 건치의 자리를 지킬 것입니다.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에서 계속되고 있는 전쟁과 학살을 종식시키기 위한 활동, 기후정의를 실현하고 노동자의 생존권과 건강권을 수호하기 위한 활동, 사회진보를 위한 다양한 계층과의 연대활동, 치과계 내에서 영향력을 높이고 회원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대중활동 등 해야 할 일들은 산적해 있지만 그 속에서 우리의 힘으로 잘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선택과 집중의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입니다. 

노자의 『도덕경』에는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는 ‘상선약수(上善若水)’라는 말이 나옵니다.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않고, 막히면 돌아가며 모든 사람들이 싫어하는 낮은 곳으로 향하고 낮은 곳에 머무는 물처럼 우리도 유연한 자세로 항상 낮은 곳을 지향하면서 낮은 곳에 머물기를 소망해봅니다. 

사랑하는 건치 회원, 모두들 건강하시고 올해도 즐겁게 함께 해주시기를 기대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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