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야기… 물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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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야기… 물봉선
  • 유은경
  • 승인 2023.09.07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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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이야기- 백 네 번째

유은경은 충청도 산골에서 태어나 자랐다. 아버지에게 받은 DNA덕분에 자연스레 산을 찾게 되었고 산이 품고 있는 꽃이 눈에 들어왔다. 꽃, 그 자체보다 꽃들이 살고 있는 곳을 담고 싶어 카메라를 들었다. 카메라로 바라보는 세상은 지극히 겸손하다. 더 낮고 작고 자연스런 시선을 찾고 있다. 앞으로 매달 2회 우리나라 산천에서 만나볼 수 있는 꽃 이야기들을 본지에 풀어낼 계획이다.

- 편집자 주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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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김새는 잘 알지 못하나 이름만으로도 친근한 꽃이 있다. ‘물봉선’이 그 중 하나 아닐까?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으면 무심히 발길을 옮기던 산객들도 한번쯤 멈추고 무슨 꽃이냐 묻는다. 물봉선이라 답하면 한결같이 돌아오는 답이 “아, 이게 그 물봉선입니까?” 또는 “물봉선이군요”이다. 그 말은 이미 물봉선을 반쯤은 알고 있다는 뜻이겠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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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톱에 물들이는 봉선화, 우리 이름 봉숭아에 담긴 추억을 갖고 있어 더 반가운 이름이다. 8~9월에 핀다고 쓰여 있지만 더 이른 여름부터 싸늘해지는 10월까지 볼 수 있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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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좋아해서 물봉선이다. 산자락 물가에는 어김없이 피어 있다. 분홍이 대세이나 조금 더 높은 산에 들면 하양과 노랑도 만날 수 있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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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 따라 꽃빛이 진하고 자그마한 ‘가야물봉선’과 꼬리처럼 생긴 꿀주머니, 거(距)가 말리지 않고 아래로 처진 ‘처진물봉선’, 색감이 오묘한 ‘미색물봉선’ 등이 있다. 하양과 노랑도 변이가 아니라 당당히 이름을 갖고 있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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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모양뿐만 아니라 열매를 건드리면 껍질이 순식간에 또르르 말리며 씨앗을 멀리 날려 보내는 습성도 봉숭아와 꼭 닮았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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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봉선화 집안이지만 고향은 다르다. 물봉선은 우리 땅을 비롯한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가 원산이고 봉숭아는 인도와 동남아가 원산으로 오래 전에 들어온 귀화식물이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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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숭아, 봉선화에 대해서는 이름이나 출신, 일제강점기에 얽힌 이야기들까지 다양하지만 정작 우리 토종인 물봉선에 대해서는 말이 짧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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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통한 아가볼 같기도 하고 분홍빛 수줍은 새악시처럼 곱기도 한 물봉선. 재잘대며 속삭이는 물봉선들의 소란스러운 이른 가을노래가 유난히 아름다운 것은 지난 여름의 지쳤던 기억을 빨리 떨쳐버리고 싶은 까닭이지 않을까?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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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혹독했던 여름을 묵묵히 견딘 꽃들이 풍족히 내린 비 때문인지 우리보다 더 넉넉하게 새로운 계절을 맞이하고 있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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