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이른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 보험업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이에 시민사회‧노동‧환자단체는 국회가 국민 대다수의 우려를 대놓고 무시한 처사라고 지적하며, 윤석열 정부와 여당, 그리고 국회 다수의석을 차지하고도 민영보험사편에 서서 이 악법을 통과시킨 민주당에 분노했다.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한국루게릭연맹회·한국폐섬유화환우회·한국다발골수종환우회‧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 등 범시민사회단체는 오늘(22일) 공동성명을 내고 해당 개정안을 즉각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지난 1월 한국소비자연맹이 실시한 의료데이터 수집 활용에 대한 인식조사 결과, 국민들은 ▲민감정보유출 47.2% ▲사용목적을 알 수 없음 28.4% ▲상업적 목적으로 활용가능 12.6% ▲보험 가입 제한 등 불이익 가능성 11.8% 순으로 의료데이터를 민감 개인정보로 인식하고 이를 활용하는 것에 우려를 표했다.
아울러 민감정보 유출에 대한 두려움을 반증하듯 응답자의 71.2%(복수응답)는 의료데이터를 ‘정부 부처‧공공기관’이 보관해야 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범시민사회는 “1위에서 4위까지 모두 정확히 우리가 개인의료정보 전자전송법의 폐해로 지적했던 점들”이라며 “주민등록번호는 전 세계 공유 정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개인정보 유출 사례가 너무 많지만 정부가 이런 유출을 막기 위한 특단의 조치를 취한 적도 없는데, 민간 보험사들이 자발적으로 개인정보 유출을 막기 위한 비용을 투자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꼬집었다.
또 이들은 “청구 간소화가 개정안의 목적이라고 하지만, 민간보험사들이 공공연히 밝혔듯 수집‧축적한 데이터를 가공해 상업적으로 이익을 내는데 사용한다면, 그 방법은 무궁무진할 것이고 환자들은 개인의료데이터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결코 알 수도 통제할 수도 없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범시민사회는 “이윤이 최고 가치인 민간보험사들이 3천억 원에 달하는 소액 미지급금을 지급하고서라도 전자전송을 염원한 이유는, 개인정보가 유출‧악용‧오용되더라도 처벌은 솜방망이고 처벌 하한도 없기 때문”이라며 “환자 정보를 모두 장악하게 되면 지금도 수많은 암환자 등 중증질환자들에게 행해지는 보험가입 제한, 고액진료비 지급 거절 등이 더 효과적이고 악랄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규탄했다.
특히 이들은 해당 개정안을 시작으로 국민건강보험이 ‘약화’될 것을 우려했다. 범시민사회는 “민간보험사들의 궁극적 목표는 건강보험을 대체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 지금까지 실손보험, 건강관리서비스, 수천만명의 환자데이터 확보를 위해 분투한 것”이라며 “그렇게되면 이미 재벌인 보험사들은 10%도 안되는 보장률로 엄청난 이윤을 확보하는 한편, 국민들은 이미 폭증추세에 있는 의료비 폭등으로 병원 갈 엄두도 내지 못할 것”이라고 개탄했다.
끝으로 이들은 오는 25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만큼은 보험업법 개정안 철회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범시민사회는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여야 정무위원, 법사위원 등 주동자들은 민영화 주범들로 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하거나 법안을 폐기해야한다”고 촉구했다.
아래는 성명서 전문이다.
[공동 성명]
민영보험사들이 법안의 본질을 숨기기 위해 이름 붙인 소위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우리 시민사회·노동단체들과 환자단체들이 시종일관 이 법안에 대한 위험성을 지적했음에도 우이독경 식으로 무시한 윤석열 정부와 여당, 국회에 무한한 분노를 표한다. 국회 다수 의석을 점하고 있으면서도 민영보험사의 편에 서서 이 악법을 통과시켜 준 민주당도 큰 책임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다. 주민등록번호는 전 세계가 공유 정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개인정보 유출의 사례들은 너무나도 많다. 그러나 정부가 이런 유출을 막기 위한 특단의 조치를 취한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래서 개인의료정보 전자전송이 가능해지면 보험사들은 데이터 수집·축적 비용도 줄이면서 손쉽게 개인의료정보를 취득할 수 있고, 이들 보험사들이 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자발적으로 투자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정부가 이를 강제할 가능성도 거의 없다. 따라서 개인의료정보가 털릴 위험은 상존한다. 개인의료데이터의 사용 목적도 국민들이 알 수 없는 영역이다. 이미 유출 가능성이 있다면 정보의 사용은 애초의 목적을 벗어나 사용되는 것이다. 또한 청구 간소화가 목적이라 하지만 이것은 이 악법의 빙산의 일각만 보는 것이다. 실제로 민영보험사들은 전자적으로 가공된 정보가 많이 축적이 될 거고, 그걸 자기네들이 이용하면 앞으로 많은 이익을 낼 수 있다고 언론 등에 대고 말했다. 어떻게 이익을 낼까? 그 방법이 무궁무진할 거라는 사실만은 확실하고, 이것을 환자 개인들은 결코 알 수도 없고 통제할 수도 없을 것이라는 점도 확실하다. 보험사들은 상업적 목적으로 사용할 결심을 하고 있고, 이는 그들이 이 법을 그토록 갈구했던 핵심 이유 중 하나다. 이윤이 최고 가치인 민영보험사들이 3천억 원에 달한다는 소액 미지급금을 지급하고서라도(이조차도 지급한다는 보장이 없다) 전자전송을 염원해 온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보험 가입 제한 등 불이익 가능성은 이미 수많은 암환자 등 중증질환들이 경험하고 있다. 보험사의 고액 진료비 지급 거절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앞으로 지급 거절은 환자의 정보를 모두 장악하고 있는 보험사에 의해 더 효과적이고 악랄하게 이뤄질 것이다. 가입 제한도 이미 특정 질환자, 고령자 등에게 가해지고 있는데, 앞으로는 유전, 가족력, 유병 경력자, 특정 직업 종사자, 특정 지역 거주자 등에 대한 더욱 더 꼼꼼하고 정밀한 가입 제한이 이뤄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국민건강보험이 약화될 것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민영보험사들의 궁극적 목표는 건강보험을 대체하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그들은 실손보험, 건강관리서비스, 수천만 명의 환자데이터 확보 등을 위해 분투해 왔고 또 이뤄냈다. 그들 뜻대로 쉽게 되지만은 않겠지만 국민건강보험이 위기에 처할 수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 민영보험사들의 궁극적 목표가 이뤄지면 이미 재벌인 보험사들은 10퍼센트도 안 되는 보장률로 엄청난 이윤을 확보할 것이고, 그 대가로 우리는 이미 폭증 추세에 있는 의료비 폭등 등으로 아파도 병원에 갈 엄두도 내지 못하게 되거나, 엄청나게 비싼 민영보험에 가입해야 치료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실손보험을 ‘제2의 건강보험’이라며 건강보험의 경쟁자로 위상을 높여주고 있는 정부가 이를 막아 줄 것이라 기대할 수 없다. 따라서 이번에 국회 법사위가 통과시킨 소위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이라는 악법은 민영보험사들의 국민건강보험 대체라는 궁극적 목표, 즉 의료 민영화를 위한 커다란 한 걸음 떼게 해주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여야 정무위원, 법사위원 등 주동자들은 의료 민영화 주범들로 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여기서 벗어나는 방법은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거나, 법안을 다시 폐기하는 것뿐이다. 25일(월) 본회의에서 처리할 전망이라는 언론 보도들이 있다. 그러나 국회 본회의에서는 이 악법 처리를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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