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과 연대하는 스페셜리스트로 거듭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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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과 연대하는 스페셜리스트로 거듭나길”
  • 이상미 기자
  • 승인 2015.09.18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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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건치 인천지부 기획③] 인천건치의 현황 진단 및 미래

본지는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인천지부(이하 인천건치) 기획 시리즈 3편으로, 인천건치의 현재와 미래를 진단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한 조직이 20년 이상 운영된 데에는 그만큼의 원동력이 있었을 터.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조직일수록 그간 달려온 길을 살펴보고 조직의 현황과 미래를 가늠할 필요가 있다.

그간 인천건치는 공장 지역에서 일하는 이주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이주 노동자 건강센터 희망세상’, 인천주민의 구강건강 향상을 위해 힘써온 ‘수돗물 불소농도 조정사업’, 치과와 지역 아동센터가 결연을 하고 아이들의 구강 건강을 돌보는 ‘틔움과 키움’ 네트워크 사업 등을 거쳐 오늘날의 모습으로 성장했다.

인천건치는 현재의 한계와 미래 비전에 대한 고민을 동시에 안고 있다. 진행 중인 사업의 현상유지로 생기는 매너리즘, 신규회원 재생산 문제는 인천건치 내부에서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부분이다.

건강한 조직은 스스로 성찰할 줄 안다. 그런 점에서 인천건치에는 성장에 안주하지 않고 조직 상황을 진단하는 건강함이 있다. 앞으로 인천건치는 지역 기반으로 보건의료 활동을 지속하는 과정에서 미래를 위한 변화를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풀어갈 것이다.

▲ 간담회에 참석한 인천건치 회원 일동

인천건치의 현재 및 미래를 진단하는 대화 자리에는 인천건치 김광진 회장과 건치 박성표 공동대표를 비롯해 고영훈, 이현중, 장인호, 공형찬, 고승석, 주재환, 박상태, 정갑천 회원이 참석해 인천건치의 현재 모습을 이뤄온 강점과 고민, 더불어 미래의 인천건치에 대한 모습을 그려봤다.

 

내실이 탄탄해진 사업들

“우리는 지금 열심히 잘하고 있다. 지역기반으로 활동해온 여러 성과 덕에 지금까지 해온 사업들이 잘 잡혀 있다. 회원들의 일과 생활 간 균형을 위해 사업 규모를 줄이고 소모임을 활성화하는 과정에서 후배들이 참여할 여지를 높이는 등 여러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김광진 회장

 

인천건치의 현재 사업 상황에 대해 묻자 돌아온 김광진 회장의 답이다. 현재의 인천건치는 사업규모를 확장하기보다는 기존의 사업을 재정비하는 유지 단계에 있다. 인천건치 태동기부터 회원 한 명이 다른 시민단체 활동에도 참여하는, 이른바 1인 2단체 운동도 결실을 보아 인천 지역 사회단체 각지에서 인천건치 회원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이현중 회원의 표현을 빌리자면 “선배들의 직함이 많아 명함을 몇 개씩 마련해야 할” 정도. 장인호 사무국장은 인천사회복지보건연대 대표를 역임했다가 평화와참여로가는인천연대와 통합해 새로 결성된 인천평화복지연대 공동대표를 맡는 등 인천 지역사회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초기의 인천건치 태동기를 이끌었던 김유성 회원은 인천지역에서 큰 역할을 하는 정론지 ‘시사인천’의 발행인으로 활약 중이다. 또한, 정갑천 회원은 내일을 여는 교실 운영위원장, 평양 겨레하나치과병원사업단 운영위원장, 시사인천 이사, 인천사람과 문화 운영이사, 건강과 나눔 운영이사 등 직함의 면면이 다양하다.

이와 관련해 “시민단체부터 정당에 이르기까지 인천건치와 연결되지 않는 단체가 거의 없다”는 건치 박성표 공동대표의 발언은 1인 2단체 운동 과정에서 인천건치가 확보한 조직력과 영향력이 현장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단적으로 설명해준다.

▲ 정갑천 회원

 “의료계를 넘어 사회현상에 관심을 두고 사회문제를 바꿔가는 여러 행보들을 지속적으로 모색하는 과정에서 시민단체와의 협업 과정이 구조적으로 잘 갖춰져 있다”는 게 현재의 인천건치에 대한 정갑천 회원의 설명이다.

또한 지역사회에서 중장기적으로 활동하면서 참의료실천단, 인천시약사회, 인천평화생협, 인천시약사회 등 지속적으로 함께 하는 외부 단체들이 생겼다. 개원의가 100%인 인천 지역 치과의사들의 특성상 한 지역에서 꾸준히 활동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동반자 관계를 맺게 된 것이다.

외부 활동을 열심히 하는 인천건치 회원들이지만, 치과의사로서 자신들의 정체성이 건치에 있다는 점은 잊지 않는다는 점도 오늘날의 인천건치를 있게 한 힘이다.

인천건치 회장과 건치 공동대표 등을 맡았던 고승석 회원은 “건치 외에 여러 활동을 하지만 기본은 ‘건치’다. 치과의사로서 건치의 구성원이라는 생각이 기본 바탕에 있다. 다른 시민단체 활동을 열심히 하는 과정에서 건치활동을 소홀히 할 수는 있지만 그러지 않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매주 화요일 모임을 통해 건치 구성원끼리 많은 이야기를 한다”는 말과 함께 소통의 끈을 단단히 하는 인천건치 회원들의 모습을 강조했다.

선배라고 일선에서 물러서지 않고 서로 맡은 일을 솔선수범하는 모습 또한 인천건치의 저력이다. 이현중 회원은 “인천건치 선배들은 뒤로 빠지지 않는다. 일할 때 이미 선봉에 서 있다. 후배인 우리보다 더 많은 일을 한다”며 선배들의 솔선수범하는 자세에 대해 말했다.

 

장수하는 단체로서의 고민

“회원들의 공통 관심사가 조금씩 달라져 있다. 젊은 회원들은 개원 자체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회의에 띄엄띄엄 참여하면서 흐름을 따라가는 데 맥을 못 잡게 된다. 진행 중인 사업 내용을 별로도 설명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 그 부분에서 젊은 회원들이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

조인규 실장

인천건치의 현재 고민과 관련해 인천건치를 오랫동안 꾸려온 조인규 실장은 이런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신입회원 확보 및 기존 젊은 회원들의 참여 저조에 대한 고민은 시민사회 활동을 하는 거의 모든 조직에서 겪는 문제다. 이는 오늘날 인천건치의 고민이기도 하다. 인천건치의 현황에 대한 대화가 오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신입회원 유치 및 기존 젊은 회원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 주재환 사업국장

현재의 고민에 대해 묻자 “예전보다 술 먹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점?”이라며 농담을 하던 분위기는 대화를 이어가는 과정에서 사뭇 진지해졌다. 치과대학이 없는 인천 지역의 특성상 인천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신규회원을 유치하기는 어려운 상황. 또한 기존에 가입했던 젊은 회원들의 참여 또한 저조하다 보니 활발하게 참여하는 회원들의 연령대가 점차 높아지는 문제도 있다.

고영훈 회원은 “건치가 고령화된 것에 기인한 측면이 있겠지만, 매너리즘에 빠진 부분이 많다. 그게 사상에서는 진보적이지만 일상에서는 보수적인 모습으로 드러나는 것 같다”며 내부 조직문화에 대해 날카롭게 지적했다.

인천건치에서는 소모임 활성화, 회의 내용 개선 등 신입회원 유치 및 기존의 젊은 회원들의 참여를 높이고자 노력 중이다. 이 부분은 인천건치의 젊은 피(!) 주재환 사업국장이 그간 회원 유치 및 젊은 회원들의 참여 활성화를 위해 노력했던 부분에 대해 설명했다.

“봉사진료 참가자와 만나 회원을 늘리려고 하는 등 여러 시도를 했다. 실질적으로 잘 되지 않았다. 사실 요즘 불경기지 않나. 신규회원이 유입되지 않다 보니 사업에서 일하는 회원들의 연령이 회장보다 많아지는 역전 현상이 일어나 있다. 선배들이 어느 정도 감수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문제가 될 것이다. 덧붙여 이런 것에 대해 고민하는 점은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다.”

주재환 사업국장

인천건치에서 열성적으로 활동하는 젊은 회원 중 한 명인 이현중 회원은 회원 유입과 관련해 다른 관점의 의견을 제시했다. 현 상황에서는 신규회원이 들어오기 어려운 구조이며, 건치 내부에서 젊은층과 치과계의 현실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지금껏 인천건치 초기의 신규회원들이 어떻게 유입됐을까? 바로 기존 멤버들과 선후배 사이였던 사람들이다. 요즘 새로 들어온 회원이 이미 기존 멤버 간 끈끈한 관계가 있기에 친밀한 관계를 맺고자 할 때 진입장벽이 높을 수밖에 없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누군가를 데려오기 어렵다. 또한, 새로 들어온 후배들은 치과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한다. 세상에 대해 고민하느라 우리 안에서 치과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는 않는가. 그 친구들 처지에서는 현실적으로 필요한 것은 말하지 않으면서 대의만 논하는 상황이 생긴다.”

이현중 회원

 

인천건치, 지역 스페셜리스트로 방향 전환해야

현재 상황을 바탕으로 10년 후의 인천건치가 어떤 모습일지 묻는 말에 회원들은 각자의 의견을 털어놨다. 유지 내지는 약간 쇠퇴하지 않을까 하는 견해가 주를 이뤘다. 고영훈 회원은 “큰 조직변화가 없다면 큰 변화 또한 없을 것”이라며 “건치 내에서도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양극화가 진행될 것”이라는 의견을 내비쳤다.

▲ 이현중 회원

“70, 80대만 남은 일본 좌익 단체처럼 변하지 않을까 싶다. 젊은 회원들이 말했다시피 세대적인 요구가 바뀌었다. 이런 부분에 대응하려면 가족을 대하듯 조직을 위한 관심을 둬야 할 상황이다. 그렇지 않으면 바뀔 수 없다. 앞으로 들어올 후배들을 위해서도 변화가 없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정갑천 회원의 견해도 있었다.

지역활동에 특화된 스페셜리스트로서 인천건치의 모습을 재정의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앞으로의 인천건치가 거듭나야 할 모습에 대해, 이현중 회원은 인천건치 회원들의 역량을 분배해 활용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1인 2단체 운동의 성과로 인천 지역사회에 뿌리내리는 과정에서 일의 범위가 너무 넓어진 현 상황에 대한 해결책이기도 했다. 이를 위해서는 안정기임에도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함을 강조했다.

 

“사회 정의상 옳다고 생각하는 모든 일에 달려가는 ‘포털’이 될 것인가, 100의 역량이 있다면 이것을 적절하게 분배하는 ‘스페셜리스트’가 될 것인가. 이제는 가진 역량을 어떻게 나눠 쓸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제가 보는 안정기 및 정체기는 군살이 붙은 상황인데, 이 군살을 빼려면 초창기처럼 다시 힘든 노력을 해야 한다.”

이현중 회원

 

“처음에는 인천 치과의사 중 운동권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모임을 활성화시켰다. 일종의 공통분모가 있었던 셈이다. 운동권 경험이 없는 후배들 입장에서는 건치라는 조직이 명분을 주장하면서 당장의 현실적 어려움은 챙겨주지 않는다고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물론 새로운 세대들도 봉사활동 등의 분야에서는 감성적으로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건치 활동이 앞으로 계속될 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역 거점으로 활동하면서 건치 활동을 중점적으로 할 스페셜리스트들이 남지 않을까 싶다.”

김광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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