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 대한 사죄는 평화의 준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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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 대한 사죄는 평화의 준거”
  • 이상미 기자
  • 승인 2016.04.29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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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베평화재단 정식 발족…베트남 피에타상 공개·추모 퍼포먼스와 헌화 행렬 이어져

아기를 안고 눈을 감은 여인을 조각한 작품 ‘베트남 피에타'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소녀상'. 두 조형물이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 앞에 나란히 섰다. 소녀상이 전쟁 피해자로서 한국의 아픔을 담았다면, 베트남 피에타는 전쟁 가해자인 한국을 기억하는 속죄의 상징물인 셈이다.

베트남과 한국 간 평화를 위해 각계각층의 인원으로 구성된 한베평화재단추진위원회가 지난 27일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단의 정식 출범을 알렸다. 

앞서 본 재단은 지난해 9월 14일, 노화욱 추진위원장과 강우일 주교, 이정우 전 경북대 교수, 서중석 성균관대 명예교수, 정지영 감독, 명진스님 등 각계각층 인사 68명으로 구성된 재단추진위원회를 결성한 바 있다. 

▲한베평화재단 발족 기자회견

이날 기자회견 현장에는 노화욱 추진위원장을 비롯해 베트남평화의료연대 송필경 단장, 정지영·김조광수 영화감독,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이자 인권활동가 이용수 할머니, 베트남 전쟁을 기억하는 의정부 청소년 모임인 ‘베트남 프렌즈’ 학생회원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96년 경 피스보트를 타고 베트남을 갔을 때, 전쟁으로 발목만 남은 피해자 두 분을 만나 이야기를 나눈 적 있다"면서 "처음에 만났을 때는 무척 화를 냈지만, 잘못했다고 사죄하는 말을 건네면서 금세 친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죄를 졌으면 사과를 해야 한다. 우리는 베트남에 사과해야 하고, 일본 또한 위안부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베트남과 한국 간 평화의 원년 삼자"

노화욱 추진위원장은 “베트남 전쟁으로 인해 9천여 명의 베트남 민간인 학살 희생자가 생겼으며, 한국 측에서도 5천여 명의 사상자와 1만 명의 부상자, 2만명의 고엽제 후유증 환자들이 고통에 신음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노 추진위원장은 “베트남 전쟁 민간인 학살 50년을 맞는 이때, 베트남전 종전 기념일인 4월 30일을 즈음해 올 해를 평화의 원년으로 삼고, 동아시아 평화의 염원을 담아 한베평화재단의 첫 걸음을 내딛고자 한다”고 밝혔다. 

베트남 사회적 기업 아맙의 구수정 본부장은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과 성폭력 등 과거사 문제는 언제든 퍼질 수 있는 휴화산처럼 양국 관계에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구 본부장은 “한국에는 범죄행위를 미화하고 은폐하는 일본 극우세력과 달리 역사적 과오를 성찰하고 진실을 밝히려 노력하는 시민사회가 있다”면서 “베트남 전쟁 당시 우리의 잘못을 반성하는 것은 한국사회의 양심을 바로 세우는 일이며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서 성숙한 책임을 다하는 일”이라며 한국 정부가 베트남 전쟁에 대해 책임감 있는 자세로 사죄할 것을 촉구했다. 

"전장서 멀리 떨어진 곳부터 평화의 논의 시작해야"

성명발표 후 베트남과 한국의 청년이 함께 쓴 편지 낭독이 진행됐다. 먼저 베트남의 한국 유학생인 응우옌 응옥 뚜옌씨가 편지에서 “한국과 베트남이 더 나은 관계를 만들기 위해, 베트남 전쟁의 기억을 정확하고 올바르게 기억하고 싶다”면서 “베트남과 한국의 청년이 전쟁의 기억을 딛고 ‘평화’를 이야기할 수 있기 바란다”고 밝혔다. 

한국 청년인 다큐멘터리 감독 이길보라씨는 “나 자신은 군대도 가지 않은 대한민국의 어린 여성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평화는 바로 여기서 시작돼야 한다”며 “전쟁이 발발했을 때 가장 먼저 죽는 사람들, 전장으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진 이곳에서 전쟁과 평화의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편지 낭독 후에는 전쟁에서 이름없이 죽어간 베트남 아이들을 기리는 추모 퍼포먼스와 베트남 피에타 상에 대한 헌화행렬이 이어졌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장에서는 가로 세로 70cm, 높이 150cm의 베트남 피에타의 원형 틀이 공개됐다. 이 조각상은 위안부 피해자 소녀상을 조각한 김서경·김운성 부부작가의 작품이다. 1966년 12월 베트남 꽝아이성 빈호마 마을의 한국군 폭격 시, 당시 6개월 된 아기로 유일하게 생존한 '도안응이아'의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얻어 제작됐다. 

한베평화재단은 베트남에서 열리는 ‘한국군 민간인 학살 50주년 위령제’를 맞아, 한국과 베트남 양국에 베트남 피에타 상을 설치할 예정이다. 더불어 이 작품의 제작과 설치기금 확보를 위한 시민 모금 캠페인을 벌일 계획이다. 

▲베트남 사회적 기업 아맙의 구수정 본부장이 한국정부의 사죄를 촉구하고 있다
▲한국 유학생인 응우옌 응옥 뚜옌씨가 편지를 낭독하고 있다.
▲헌화행렬에 참가한 학생들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류시춘 시인 등이 헌화행렬에 동참했다
▲곡 '마지막 자장가'를 부르는 가수 홍순관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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