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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구강정책, 첫발부터 다시[복지부동 보건복지부 구강생활건강과] 장애인구강보건 정책 편 ③ 장애구강 정책, 치과영역 중증장애인 정의부터 다시
문혁 기자 | 승인 2019.06.07 16:28

오는 7월 1일부터 장애인에게 1급부터 6급까지 등급을 매기던 장애등급제가 폐지된다. 

그간 장애계는 장애등급제를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에 비유하며 폐지를 요구해왔다. 사람을 1급에서 6급까지 줄 세워 무자르듯 구분한 장애등급제와 사람을 붙잡아 자신의 침대에 눕힌 뒤 침대의 크기에 맞춰 팔다리를 자르거나 늘려 죽였다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일화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도 작년 12월 24일 장애등급제 폐지를 공포한 보도자료에서 "의학적 상태에 따라 1급부터 6급까지 세분화된 등급을 부여하고, 이를 각종 서비스의 절대적 기준으로 활용해 왔기 때문에 개인의 서비스 필요도와 서비스의 목적이 불일치하는 문제가 있었다"고 수긍했다.

또한 보건복지부는 개인의 환경과 특성에 맞는 욕구를 반영할 수 있는 종합적인 판정체계를 도입해 장애 등급이나 경증에 상관없이 복지 영역별 장애인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장애인 중심의 맞춤형 지원체계를 도입할 것을 표명했다.

이러한 장애등급제 폐지는 그간 장애등급제를 기준으로 장애유형과 등급을 단순히 인용해 행정적으로 활용한 치과영역 중증장애인 기준을 새롭게 정리하는 작업이 필요로 함을 시사한다. 

치과영역 중증장애인 기준과 인원 <보건복지부 2018 장애인 현황 재구성>

현재의 치과영역 중증장애인 기준은 장애인구강진료센터(이하 장애구강센터)에서 구강진료 서비스를 제공할 때 진료의 난이도가 높은 장애인 환자를 구별하고, 건강보험 비급여 항목에 대한 장애인의 지원 및 장애구강센터의 의료서비 제공현황 파악을 위해 쓰여왔다. 

이에 대해 장애구강센터 종사자는 “나도 치과 진료를 받는 것에 극도의 공포감을 느끼는 편으로, 어떻게 보면 치과영역 중증장애인에 해당하는 사람”이라면서 “같은 장애유형과 등급의 사람이라도 개별 특성이 다 달라 전신 마취가 필요한 사람과 일반 개원가에서 치료가 가능한 환자도 있는 만큼 좀 더 세분화된 분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현재의 기준은 시‧청각장애인이나 치매환자 등 의사소통의 어려움으로 진료가 곤란하거나 전신마취를 필요로 하는 사람 모두를 포괄하고 있지 못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면서 “장애구강센터에서 진료를 받아야 할 사람들이 진료를 못 받을 뿐만 아니라, 진료를 받더라도 비용 등의 혜택에 있어서도 치과영역중증장애인과 경증장애인 간 일부분 역차별이 생기기도 한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유니트 체어에 앉혀, 진료를 보는 순간이야 말로 저 환자가 치과영역 중증장애인인지, 아닌지를 정확히 판단할 수 있다”면서 “일본처럼 환자 증상과 상황을 토대로 기준을 설정하고, 치과의사가 직접 진료를 보고 난이도를 확정 지을 수 있도록 하는 융통성도 발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고로 일본의 경우 치과적 중증장애인의 구분을 ▲뇌성마비 등으로 신체의 불수의운동이나 근육긴장이 강하여 몸의 안정을 얻을 수 없는 상태 ▲지적 발달장애로 개구유지가 어려운 상태로 치료의 목적을 이해하지 못하고 치료에 협조를 얻을 수 없는 상태 ▲중증천식환자에서 자가치료의 중단이 필요한 상태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것 같은 증상, 행동이나 의사소통의 어려움이 자주 관찰되어 치과진료 시 가족 등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상태 등 구체적인 증상으로 나눠 진료의 편의를 돕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치과치료가 곤란한 경우’를 기준으로 포함시켜, 진료시 어려움을 겪는 환자를 만날 경우 가중수가 적용 여부를 의료서비스 제공자 직접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게 제도를 정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애인 구강 정책…치과영역 중증장애인 기준부터 다시

한국 치과대학 최초로 장애인치과학을 도입하고 대한장애인치과학회의 창립을 주도한 바 있는 더스마일치과 이긍호 원장은 “치과영역 중증장애인의 기준을 새로 정립해야 그에 맞는 지역‧권역‧중앙별 장애인 치과의료 제공 기관의 정비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긍호 원장은 “국‧내외의 사례를 짚어보면 결국 장애인 중 치과영역 중증장애인은 6~8%에 불과하다”면서 “교과서적으로 말하면, 80%의 장애인은 일반 개원의에서 치료 할 수 있는 것인데 현재 우리나라는 그 기준도 모호하고, 기반이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 원장은 “장애인이 치과 진료를 이용하고 경험하는 것 자체가 비장애인에 비해 현저히 적고 치과치료도 예방이나 수복치료보다 발치 치료가 많다”면서 “1~2차 의료기관에서 구강검진‧진료 및 예방 서비스를 맡고 장애구강센터가 치과영역 중증장애인의 치료를 담당하는 식의 장애인 구강진료체계의 개편을 모색해야 한다”고 전했다.

자폐장애인 자녀를 둔 성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이귀남 활동가는 장애인의 원활한 치과치료는 치과를 자주 찾고 익숙하게 만드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이 활동가는 “서울시에 장애인 치과가 생겨서 자주 가는 편이지만, 어렸을 적 치과 체험을 자주 못해 성년이 지금까지 스케일링도 못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발달장애인의 학습은 체득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결국 얼마만큼의 경험을 하는 지가 중요하다”면서 “주변의 다른 발달장애인은 좋은 치과의사를 만나 어렸을 때부터 치과를 놀이터처럼 생각하게 되니 진료도 잘 받게 됐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의료서비스는 건강, 생명과 직결된 중요한 문제 아닌가? 치과를 찾을때마다 눈치를 보고 진료를 포기하는 게 된다는 것 자체가 큰 문제이자 차별”이라면서 “장애인이 어렸을 때부터 치과를 자주 찾고 치과 치료 장비나 기기에 익숙하게 만들 수 있도록 정부가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애인 환자 진찰료 가산 수가 20년전 그대로

"장애인 진료 기피 현상 없앨 현실적 수가로!" 

장애구강센터 종사자는 "현재 장애인 구강분야에 있어 가장 큰 문제는 일반 개원가의 장애인 진료 기피 현상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로 귀결된다"면서 "장애인의 구강건강 예방과 조기 치료를 맡아야 할 1차 의료기관이 장애인 진료를 기피함으로써, 심각한 구강질환의 유발을 낳고, 장애인의 치과 경험을 제한시켜 장애인구강 의료서비스 제공자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이긍호 원장은 정부가 일반 개원가를 끌어들일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 원장은 “1차 의료기관의 장애인 진료 기피 현상은 외국도 마찬가지여서 장애인 진료를 보는 이들에게 전문성과 혜택을 줘야 한다”면서 “예전에는 소아치과도 기피대상이었으나, 가산점수가 붙으며 이야기가 달라진 것 처럼 진료비 가산이나 세금 감면 등의 방안 등 일반 개원가를 끌어들일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현재 장애인 환자에 대한 진찰료 가산제도는 1995년 4월 1일 시행된 이후 2012년 10월 1일 단 한차례 보건복지부 고시로 대상 유형이 확대 개정됐을 뿐, 수가 금액은 20년째 그대로다.

<출처: 서울대학교치과병원 「권역장애인구강진료센터 중간평가 및 장애인구강진료 접근성 개선방안 도출연구」>

또한, 뇌병변·지적·정신·자폐성 장애인에 대해 치과처치, 수술료 중 보통처치, 치아진정처치 등 15가지 항목을 시행한 경우 100% 가산을 적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장애구강센터 종사자들은 장애 환자의 진료시 시간과 인력, 장비 등의 소요에 비해 수가가 너무 ‘비현실적’임을 지적하며, 수가의 개선을 이뤄야 함을 피력한다.

장애구강센터 종사자는 “초‧재진 진찰료 가산 9.03점은 장애인환자의 특성을 감안해 산정된 것이 아니라 단순히 1995년 기준 본인부담금 500원에 맞춰 역산한 점수를 가산한 것”이라며 “장애인 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이들에 대한 적절한 수준의 보상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15가지 항목역시 전체 진료 항목 중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으며, 소아환자 처치 기준을 적용한 것이지 장애인 진료를 고려한 것이 아니다”라며, “2배의 가중 수가 역시 오랜 진료시간과 의사소통이나 행동조절의 어려움으로 인해 의료진이 겪는 육체적, 정신적 피로를 제대로 반영한다고 보기에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서울대학교치과병원이 수행한 「권역장애인구강진료센터 중간평가 및 장애인구강진료 접근성 개선방안 도출연구」에 따르면, 장애인 환자를 치료시 치과의사 및 보조시술자가 체감하는 진료난이도는 비장애인 진료에 비해 ▲평균 3.94배 ▲육체적 피로도 4.10배 ▲정신적 피로도 3.88배 정도 더 힘든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 서울대학교치과병원 「권역장애인구강진료센터 중간평가 및 장애인구강진료 접근성 개선방안 도출연구」>


또한 지난 2017년 국정감사 당시 최도자 의원이 장애구강센터 전신마취 대기기간을 지적하며 내놓은 중증장애인(마취필요)과 비장애인 간 진료인력/시간 비교에 따르면 전신 마취 치과영역 중증장애인 진료 시간은 최소 4시간에서 최대 7시간으로 진료 인력은 총 8명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비장애인의 치과 진료시 최소 45분에서 최대 1시간 35분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며, 3명의 진료인력이 드는 것과 비교할때 최소 3~4배 이상의 시간과 인력이 투입되는 것으로 이에 맞는 수가의 개선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장애구강센터 종사자는 “전신마취 치료를 하는 4시간 동안 발치, 치석제거, 수복치료, 크라운 등 여러 가지 진료를 한 번에 다해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몰려온다”면서 “그러나 전신 마취시 치료하는 모든 항목이 보험 수가로 인정되지 않는 부분은 수정되야 한다”고 지적했다.

<출처: 보건복지부>

또다른 관계자는 "장애인은 치과질환이 발생되더라도 치료가 어렵고 진료비 부담도 커, 결국 예방이 중요하다“면서 ”TBI나 예방진료, 치주치료에 대한 보험항목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치과영역 중증장애인 중에 스스로 구강건강을 지키지 못하는 이들이 있는데 이들을 위한 치석제거는 분기별로 진행해 관리하도록 보험급여를 확대하면 좋겠다”면서 “스케일링도 못하는 이들을 위해 영구치 치면세마도 산정 기준에 넣어야 한다”고 전했다.

'장애인치과주치의제' 첫발이 중요하다

서울특별시장애인치과병원에서 근무 중인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구강정책연구회 황지영 연구원은 ‘장애인치과주치의제’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 보건복지부가 노력해야함을 강조했다. 

황 연구원은 “사실 장애인주치의제에서 정부나 치과계의 인식 부족으로 치과영역은 빠져있었으나, 장애인들의 요구에 의해 포함된 것”이라면서 “‘장애인주치의제’는 치과영역에서의 일차의료 역할 확립과 적절한 보상체계 마련 등을 포괄하는 만큼 지금부터라도 정부가 주의를 기울여 첫발을 잘 내딛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긍정적인 측면은 보건복지부 구강정책과가 '장애인치과주치의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장애인 구강정책 분야의 틀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는 점이다. 

보건복지부 구강정책과 장재원 과장은 지난 17일 열린 ‘장애인구강진료센터 발전방향 모색을 위한 간담회’에서 “올해 하반기부터 장애인치과주치의제를 도입해 장애인 구강건강 교육 및 예방관리 중심의 1차 의료기관의 기반을 만들고, 관련 보험 수가 개발에 나설 방침이다”라고 밝혔다.

또 다른 주목할 점은 지난 4월 5일 '장애인구강실태조사'를 3년마다 실시할 것을 강제한 「구강보건법 일부 개정안」이 통과됨에 따라 장애인 구강 분야의 현황 파악과 분석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장애인구강실태 조사가 기획 중에 있음을 밝혔다. 장재원 과장은 “내년 장애인구강실태조사 관련 예산을 2억 원 가량 배정해 초기 기획 및 디자인을 정비하고자 한다”면서 “장애구강분야의 기초 작업을 진행하는 데 장애구강센터 관계자들의 도움과 협조를 부탁한다”고 전했다.

문혁 기자  mhljb1@gunch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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