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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 철폐…결집된 풀뿌리의 힘으로![2019 원수폭금지세계대회 ②] 2020년 NPT 재검토회의에 ‘피폭자 국제서명’ 제출‧NPT 발효 목표
안은선 기자 | 승인 2019.08.14 16:46

한국 보건의료인 대표단은 지난 8일부터 11일까지 전일본민주의료기관연합회(회장 후지스에 마모루 이하 민의련)의 초청으로 ‘2019년 원수폭금지세계대회’에 참가했다. 양국의 긴장관계 속에서 평화와 전쟁반대를 부르짖는 목소리는 더욱 간절했다.

이번 대회 기간 내내, 한국 보건의료인 대표단과 만난 ‘일본인’들은 모두 미안함을 표했다. 74년 전 강제징용으로 일본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에 끌려 와 유골조차 고향에 가지 못하고 원폭으로 사망한 조선인 희생자와 살아남았지만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는 원폭 2세들에게도, 진심으로 미안함을 전했다. 또 이번 아베 정권의 경제보복은 잘못됐으며 일본 정부가 사과하는 것이 무엇보다 먼저라고 강하게 말했다.

아베정권의 경제보복이 한국과 일본, 시민들 사이에 청산되지 않았지만 무관심 했던 과거사에 다시금 관심을 갖게 하고 해결을 위해 마음을 나누는 게 된 것만은 분명해 보였다.

한편, 한국 보건의료인 대표단은 첫째 날 원폭피해 생존자 증언을 시작으로 둘째 날 조선인 원폭 희생자 위령제, 나가사키 원폭자료관 및 평화공원 견학, 셋째 날 미군 주둔지인 사세보 항 견학, 오카마사하루 평화자료관 방문 등의 일정을 소화했다.

한국 대표단으로는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청년학생위원회 정석순 위원장, 채민석 사무국장, 심영주 위원, 이효직 사무차장을 비롯해 꿀잠치과진료소 김문섭 소장, 차재원·박종민 단원, 원광대학교 치과대학 강재현·정기철 학생,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김우창 씨,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이주미·전경림·박미란 회원, 이동근 간사, 김상현 학생회원,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김신애·이보라 회원 등 17명이 참가했다.

-편집자

2019 원수폭금지세계대회 나가사키 총회 폐회식

한국 대표단은 지난 9일 오전 ‘조선인 원폭 희생자 위령제’에 참석한 후, 나가사키 시민회관에서 열린 ‘2019 원수폭금지세계대회 나가사키 총회 폐회식’에 참석했다. 이날 폐회식에는 일본 전역을 비롯해 전세계에서 5천여 명이 참가했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는 일본정부에 핵무기금지조약에 서명‧비준을 요구하고, 피폭 75주년을 맞아 2020년 5월 뉴욕에서 열리는 핵확산금지조약(이하 NPT) 재검토회의를 목표로 시민사회가 중심이 된 ‘아래로부터의 역사적 운동’을 펼쳐나가자고 결의했다.

참가자들은 NPT 재검토회의가 열리는 2020년을 ‘핵무기 철폐를 위한 역사적 전환점’으로 만들자며 『나가사키에서의 외침』을 결의안으로 채택하고 전력을 다해 역사적 행동에 나설 것을 천명했다.

그 내용으로는 ▲피폭 실상을 배우고 알리고 다음세대에 전달할 것 ▲2020년까지 NPT 재검토회의에 제출할 수 있도록 ‘피폭자 국제서명’을 운동을 각 지역 구석까지 확산시켜 나갈 것 ▲지자체가 핵무기금지조약의 서명‧비준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일본 정부에 제출할 수 있도록 요구할 것 ▲일본 정부에 미일핵밀약 파기와 비핵삼원칙 엄수‧법제화 요구할 것 등이다.

아울러 이들은 “일본 정부가 피폭국에 걸맞는 역할을 하도록 압박해야 한다”면서 아베 정권의 평화헌법 9조를 ‘전쟁법’으로 개악하려는 시도를 저지하고, 미군 헤노코 신기지 건설 철회 및 후텐마 기지 즉시 반환을 촉구하는 ‘All Okinawa' 운동에 적극 연대하며 군비확산과 미일군사동맹 강화에 반대할 것을 강조했다.

이날 결의에서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한일관계의 회복과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를 구축해야 한다”면서 “일본 정부가 정경분리 원칙을 근거로 침략과 식민지배를 반성하고 이성적으로 행동할 때 개선할 수 있기 때문에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동아시아 지역에 걸쳐 평화를 추구하는 시민연대를 더욱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 외에도 ▲원전 재가동 반대 ▲재생 에너지 등을 비롯한 환경운동과의 연대 강화 ▲빈곤, 격차 확대 반대 ▲군사비를 삭감해 생활‧복지‧교육 운동에 투자 ▲젠더 간 평등, LGBT 권리 확대 ▲모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에 반대 등을 선언했다.

일본 공산당 코이케 아키라 서기국장

또 이날 대회에서는 특별결의안인 『나가사키에서 전세계 모든 정부에 보내는 편지』를 채택하고 ▲각 국 정부에 핵군축을 위한 노력할 것 ▲핵무기금지조약에 서명하고 비준을 신속히 시행하고 발효시킬 것 ▲핵무기의 비인도성과 반인간성을 알리고 2020년 NPT 재검토회의에서 시민사회를 지지할 것 등을 호소했다.

지지 발언에 나선 일본 공산당 코이케 아키라 서기국장은 "오늘 나가사키 평화공원에서 열린 평화식전에서 아베 수상은 NPT의 N도 언급하지 않았다. 나가사키 시장도, 전세계가 NPT에 서명해야하고 하는 마당에 부끄러운 일이다"라며 "NPT는 전세계 50개 국이 인준하는 등 세계가 핵무기 철폐를 위한 걸음을 착실히 내딛는 와중에 유일한 피폭국인 일본정부가 등을 돌린 것은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고 규탄했다.

이어 그는 "아베수상은 대체 어느나라 수상이냐!"고 분통을 터뜨리면서 "피폭국에 있어서는 안되는 정치를 하루 빨리 바꿔내 하루라로 빨리 NPT에 서명하는 국가가 돼야 한다. 일본이 변하면 세계가 변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그는 정치인이 되기 전 의사로서 도쿄의 병원에서 피폭자 의료에 대한 경험을 언급하면서 "원폭은 몸과 마음, 그리고 인생 자체에 깊은 상처를 남기는 것인 만큼 핵무기와 인류는 절대 공조할 수 없다"며 "핵무기 폐기를 소망하는 피폭자와 우리 모두의 마음을 젊은 세대와 함께 힘을 다 알려나가자"고 피력했다.

올바른 역사인식 가진 한일 시민 연대 필요
평화주의자는 가장 현실주의자가 돼야 한다

이어 해외 대표자 스피치 순서에서는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이보라 정책위원장이 연대발언에 나서 이목을 끌었다.

이 위원장은 한일 갈등 관계의 원인을 일본의 식민지배와 전쟁 책임 등에 대한 미진한 과거사 청산과 그것이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 한국에서는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유행하고, 박근혜 정권을 퇴진시켰던 그 촛불집회가 이제는 매주 토요일 일본대사관 앞에서 아베정권 규탄 촛불집회로 열리고 있다”면서 “이러한 갈등의 원인은 일본의 식민지배와 전쟁 책임 등 과거사가 청산되지 못한 상태에서 한국 민주주의가 발전하고 남북관계, 북미관계가 변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이어 그는 “1965년 미국의 이익을 위해 한일기본조약이 체결되는 과정에서 일본의 식량‧자원의 수탈, 강제징용, 위안부 동원, 독립운동가에 대한 고문‧살인 등 인권 유린, 피폭자 문제는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며 “전후 일본에서는 기시 노부스케가 총리가 됐고, 한국에서는 만주국 장교 박정희가 대통령이 됐다는 사실로 그 이유가 쉽게 설명되는데, 일본은 이 세력들이 아직도 집권하고 있고 한국은 촛불항쟁으로 정권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기득권층으로서 민중을 착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위원장은 지난 5월 서울에서 열린 ‘비핵‧평화를 위한 한일국제포럼’을 언급하면서 한일 시민사회단체의 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북미관계의 진전과 더불어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 시대가 다가오는데, 지난 역사의 굴곡을 넘어 통일 한반도는 모든 인간이 자유롭고 평등하게 살 수 있는 안전한 비핵‧평화의 나라가 되도록 하는 것이 한반도의 의무”라면서 “악화되고 있는 한일 관계가 정의에 기초해 다시 구축되지 위해서는 올바른 역사의식을 가진 한일 민중의 굳건한 연대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해외대표자 스피치에서 연대발언 중인 인의협 이보라 사무처장

아울러 이날 해외 대표단 스피치에서 베트남 평화위원회 Bui Lien Huong 사무국차장은 “베트남전에 사용된 고엽제 피해자와 그 2‧3세들이 겪는 고통은 현재 진행형으로 전쟁으로 인한 아픔에 크게 공감한다”면서 “젊은 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지역분쟁의 위험과 각종 주권침해에 대항하기 위해 평화운동 캠페인을 한층 강화하고 연대하며, 대국에 의한 주권침해와 사람의 안전을 위협하는 모든 정책에 반대하는 운동을 추진해 나가며, 핵무기 없는 세계를 위해 연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스페인 Delas 평화연구센터 협력연구원인 대학원생 Chloe Meulewaete 씨는 전세계의 군사비지출 증가, 군산복합체에 자금을 지원하는 금융세력을 규탄하면서 무력과 폭력으로부터 해방되기 위해서는 시민사회 간 연대와 정부에 군사비 축소를 촉구하는 ‘행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Chloe Meulewaete 씨는 “평화주의자는 현실주의자”라고 강조하면서 “그렇기 때문에 원폭은 인간이 발명한 가장 비열하고 비인도적인 무기라는 알리고 폐기하도록 행동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버지의 유골조차 찾을 수 없었다…
‘핵무기’ 그 이름조차 용납할 수 없다”

이날 폐회식에서는 생존 피폭자의 연령이 82세를 넘긴 것에 착안, 이들의 삶과 피폭증언, 반핵 운동 등을 ‘들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점이 강조됐다.

피폭자 증언에 나선 한국원폭피해자협회 이규영 이사

피폭자 증언 시간에는 한국원폭피해자협회 이규영 이사가 나와 자신과 자신의 가족에게 일어난 피폭경험을 전하고, 전쟁의 책임이 있는 미국과 일본 정부에 사과와 배상을 촉구했다.

그의 아버지는 히로시마에 원폭이 투하될 당시 39살로 출근길에 나섰다, 74년 전 1945년 8월 6일 행방불명됐다. 이규영 이사는 “아버지의 유골조차 찾지 못한 불효한 자식의 마음을 어디에 비교할 수 있겠느냐”고 운을 뗐다.

1941년 히로시마에서 태어난 이규영 이사는, 피폭 그리고 해방 후 1945년 11월 어머니와 여동생과 함께 한국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처음엔 집 떠난 가족이 돌아왔다고 환영해 주던 고향 사람들도 작은 땅에 먹을 것도 부족해지니 그의 표현대로 ‘우환동포’로 변색됐다고 한다. 그는 “어머니는 아버지가 죽고 어린 두 남매를 데리고 고향으로 돌아올 때 마음이 허탈했을지 헤아릴 수 없다. 어머니는 고생만 하다 돌아가셨다”면서 “원폭 피해자들은 조국은 해방됐지만 원폭 후유증에서 아직도 해방되지 못했다”고 눈물을 흘렸다.

이어 그는 “핵무기는 이 지구상에 존재해선 안되며, 그 이름조차도 용납할 수 없다. 핵무기가 존재하는 한 평화는 없다”면서 “핵무기를 고철로 만들 때까지 핵무기의 제조‧사용을 반대하고 피해자들에 대한 미국의 책임인정과 사죄 배상을 요구할 것이다. 일본정부에게도 마찬가지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이사는 “희생자의 영혼이 아직 구천을 떠돌고 있다. 나는 아버지의 유골조차 찾지 못한 불효한 자식의 마지막 바람”이라며 “일본‧미국‧한국 정부는 제대로 된 사과를 하고 책임지고 희생된 영혼들이 안식처를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폐회식 좌장을 맞은 민의련 후지스에 마모루 회장은 “증언을 들은 사람들은 이를 전달하고 기록하고 후세에 물려줘야 할 의무를 갖게 된다”며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를 최후의 피폭지로 만들고 핵무기 철폐를 위해 연대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폐회식 마지막에 한국 보건의료인 대표단이 무대에 올라 함께 노래를 불렀다.
2019 원수폭금지세계대회 나가사키 폐회 총회에서 참가자들이 일제히 "핵무기를 없애자"고 적힌 피켓을 들고 결의를 다졌다.
2019 원수폭금지세계대회 나가사키 총회 폐회식에 참석한 한국 보건의료인 대표단
2019 원수폭금지세계대회 나가사키 총회 폐회식에 참석한 한국 보건의료인 대표단

안은선 기자  gleam0604@gunch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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