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경은 충청도 산골에서 태어나 자랐다. 아버지에게 받은 DNA덕분에 자연스레 산을 찾게 되었고 산이 품고 있는 꽃이 눈에 들어왔다. 꽃, 그 자체보다 꽃들이 살고 있는 곳을 담고 싶어 카메라를 들었다. 카메라로 바라보는 세상은 지극히 겸손하다. 더 낮고 작고 자연스런 시선을 찾고 있다. 앞으로 매달 2회 우리나라 산천에서 만나볼 수 있는 꽃 이야기들을 본지에 풀어낼 계획이다.
- 편집자 주

‘별’을 닮았다. 반짝이는 하얀 별! 푸르름이 9할인 유월의 숲속에서 녹음 사이로 일렁이는 햇살을 고스란히 끌어안아 빛을 내뿜고 있었다. 한 뼘도 되지 않는 자그마한 몸뚱이에서 퍼져 나오는 빛살은 한껏 눈부셨다.

바위틈에 다소곳이 앉아 말없이 웃고만 있는 이 꽃을 보고는 탄성에 가까운 외마디 소리를 삼키는 것밖에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 ‘참기생꽃’을 만나본 사람이면 누구나 그러하리라 감히 단언한다.

우리나라에는 지리, 가야, 설악에도 산다는데 태백산과 함박산밖에는 있는 곳을 모르니 매번 그곳으로 순례를 떠난다. 높은 곳을 좋아하니 만나보려면 땀 흘리는 수고를 마다할 수가 없다. 기꺼이 뜨거워가는 여름의 문턱을 넘어 산등성이를 밟는다.

이번에는 참기생꽃을 보고 싶어 하는 꽃후배들을 데리고 다녀왔다. 그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이 처음 만날 때의 나와 너무 닮아있어 참기생꽃을 만난 기쁨과 함께 뿌듯함도 그득했다.

가느다란 꽃대에 매달린 하얀 얼굴에는 일곱 개의 꽃받침잎과 일곱 개의 꽃잎, 노란 꽃밥이 묻어있는 일곱 개의 수술과 한 개의 암술이 있다. ‘참’자가 붙은 것은 따로이 기생꽃도 있기 때문이다. 여러모로 크기가 작은 ‘기생꽃’은 우리들이 접근하기 힘든 강원도 고산 습지에 있다는 소문만 들었다.

그저 분바른 기생의 뽀얀 얼굴만 떠올리며 이름을 붙였을까. 저 맑고 처연한 아름다움 그 뒤에는 그럴싸한 전설이나 가슴시린 사랑이야기가 따라다닐 법도 한데 말이다.

아련한 그 뒷태가 찬란하게 넘어가는 이른 오후 햇살에 꽃그림자를 드리웠다. 두고 돌아서는 발길이 차마 떨어지지 않는다. 아쉬움만큼 애절함을 품고 있는 듯 하얀 꽃잎 속에는 뭔지 모를 애절함도 그득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