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부동(和而不同) 동이불화(同而不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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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부동(和而不同) 동이불화(同而不和)
  • 송필경
  • 승인 2021.03.3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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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송필경 논설위원

올바른 가르침을 설파하기 위해 이 마을 저 마을 떠돌던 사람이 있었다. 어느 마을을 지나는데 마침 한 무리의 아이들이 떠들며 놀고 있었다. 그가 가까이 오자 한 아이가 질문을 했다.

"당신은 스스로 현명하다고 하는데 이 질문에 답해 보세요. 해는 아침에 가장 크게 보이고 낮에는 가장 뜨거운데, 해가 언제 땅과 가장 가깝지요?"

현명한 사람이 답을 하지 못하고 우물쭈물 거리자 동네 아이들은 까르르 웃으며, 그것도 모르면서 어찌 남을 가르치려 하느냐며 놀렸다.

그 떠돌던 사람은 공자다. 이 이야기는 내가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는 공자에 대한 현대 우화로 알고 있다.

요즈음은 이 정도 과학 문제는 중학생만 되어도 쉽게 답할 수 있다. 자연과학에 대한 지식은 공자 당시 2,500여 년 전보다 어마어마하게 발전했다. 지구 어느 지방에서 어느 날 몇 시 몇 분 몇 초에 개기 일식이 일어난다는 것을 정확히 예측하는 자연과학 지식은 정말 놀라울 정도다.

그러나 공자가 이 마을 저 마을 떠돌며 그토록 호소한 인간다움에 대한 윤리 의식의 수준은 과연 과학 지식의 축적에 걸맞게 발전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자신 있게 대답할 사람이 있을까?

(사진제공= 송필경)
(사진제공= 송필경)

어떤 윤리적인 측면들은 오히려 퇴보한 게 아닐까? 

공자의 논어를 대학시절 처음 읽었을 때에는 고리타분한 고급 잔소리쯤으로 이해했다. 그 뒤 사회의식이 생기고 나서 ‘화이부동和而不同, 동이불화同而不和’란 공자 말씀을 접하고는 무릎을 딱 치면서 공자에 대한 이해가 코페르니쿠스적인 전환을 했다.

‘동이불화’의 소인배는 윤리적 원칙과 의를 팽개치고 오직 이익만을 위해 남과 어울리기는 잘 하지만 진정한 화합(和合)을 이루지 못한다.

‘화이부동’의 군자는 남과 어울릴 때 이익을 쫓지 않고 윤리적 원칙과 의(義)를 지키며 화목하되 다른 사람의 속물근성에 따라가지 않는다.

인간 마음 깊숙이 자리 잡은 속물적 욕망 때문에 일어나는 사회적 갈등을 공자의 시선보다 더 예리하게 심리적으로 관찰한 예는 달리 없으리라. 

우리 사회는 무리 짓는 것을 좋아하는 모양이다. 동문회, 향우회, 전우회 같은 특정 인연을 기반으로 한 모임이 많다. 산악회, 기우회, 조기 축구회 같은 취미를 즐기는 동호회 모임도 있다. 자유총연맹 같은 관변 단체도 숱하게 있다. 의사 협회와 변호사 협회, 상공회의소 같은 이익 집단도 있다.

인연이나 취미나 이익으로 무리 짓는 집단은 거의 예외 없이 '동이불화'의 모습을 보인다. 

'동이불화'하면 먼저 정당을 꼽을 수 있다. 국회에서 파렴치 부패 범죄를 저지른 동료 의원에 체포 동의안을 부결시킨 사례가 많다. 여든 야든 서로 상대방 정부의 특권을 잔인하게 공격하면서도, 자신들의 의원 세비를 올린다거나 불합리한 특권을 강화하는 이익의 문제에는 여야를 막론하고 일치단결한다. 정치 윤리는 내팽개치면서 말이다.

현재 우리나라 국회의원의 행실은 모리배 같은 소인배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정치 집단뿐만 아니다. 동창회와 향우회 같은 특정 인연을 기반으로 한 모임, 산악회와 기우회, 조기축구회 따위의 무슨 동호회 같은 취미활동 모임에서도 '동이불화'는 버젓하다. 

심지어 지성의 전당이라 할 대학에서도 총장 선거 때가 되면 교수들이 장삼이사와 다를 바 없는 파벌을 만들어 소인배 행동을 거침없이 나타낸다.

곧 다가올 서울‧부산 시장 선거, 내년 대선을 겨냥한 각 정당별 경선후보 선거전, 그리고 내년의 대선…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이익에 따라 이합집산하는 정치의 계절이 닥쳤다.

내가 속하고 있는 집단만이라도 이익을 쫓는 '동이불화'가 아니라, 가치를 쫓는 '화이부동'이 돼야 할 텐데… 나부터라도 '화이부동'하는 자세를 꼭 지녀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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