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 부족해 의사들의 근무환경도 열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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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 부족해 의사들의 근무환경도 열악”
  • 이인문 기자
  • 승인 2023.06.22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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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노조, 의료기관의 의사인력 부족 실태 및 사례 ‘발표’
파행진료·부실진료·불법의료·환자피해… 방치할 수 없는 수준
보건의료노조는 지난 8일  ‘2023년 산별총파업 투쟁 승리 결의대회'를 열고 ▲의사인력 확충, 불법의료 근절 ▲공공의료 확충, 의료민영화 전면 중단 등을 요구했다.(사진제공= 보건의료노조)
보건의료노조는 지난 8일 ‘2023년 산별총파업 투쟁 승리 결의대회'를 열고 ▲의사인력 확충, 불법의료 근절 ▲공공의료 확충, 의료민영화 전면 중단 등을 요구했다.(사진제공= 보건의료노조)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위원장 나순자 이하 보건의료노조)가 지난 1~2월 200개 의료기관에 종사하는 48,049명의 보건의료노동자가 참가한 ‘2023년 보건의료노동자 실태조사’ 응답을 분석한 결과, 의료기관에 종사하는 보건의료노동자들은 의사인력 부족이 매우 심각하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48,049명의 보건의료노동자가 참가한 이 설문조사에서 의사인력 부족에 대한 질문에 부족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매우 부족 25.4%, 다소 부족 53.2% 등 총 78.6%였고, 의사인력이 부족하지 않다는 응답은 21.4%에 불과했다. 이 결과는 의료현장에서 근무하는 보건의료노동자들이 의사인력부족 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느끼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의사인력 부족으로 발생하는 의료기관 운영상의 문제점을 묻는 질문에는 진료대기시간이 길어진다는 응답이 73.5%로 가장 높았고 의사업무 과중 65.8%, 대면 진료시간이 짧음 63.2%, 진료에 대한 의사설명 부족 61.3%, 인건비를 의사에게 과도하게 사용 55.7%, 야간 당직 부족 및 응급상황 대처 어려움 54.2%, 일부 진료과 운영 차질 48.5%, 여러 명의 환자 동시진료47.3% 등이 뒤를 이었다.

의사인력 부족으로 발생하는 업무상 문제점으로는 의사 대신 항의와 불만을 듣는다는 응답이 57.1%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담당의와 연락이 안 됨 53.1%, 업무 과중 39.7%, 대리 시술·드레싱 35.9%, 대리 처방 35.9%, 갑질 감내 35%, 의료사고의 위험을 자주 느낌 26.5%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간호사의 경우 다른 직종에 비해 의사인력 부족으로 인한 업무상의 문제점을 더 크게 느끼고 있었다. 간호사들의 응답을 보면 의사 대신 항의와 불만을 들음 68.1%, 담당의와 연락이 안 됨 63.3%, 대리 시술·드레싱 44.9%, 대리 처방 43.5%, 갑질 감내 41.1%, 의료사고 위험을 자주 느낌 30.6% 등이었다. 

의사인력이 부족한 현상은 보건의료노조가 지난 3월 31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사례조사에서도 확인됐다. 

조사에 참여한 31개 의료기관 중 의사인력의 정원과 현원 차이가 가장 큰 곳은 58명이었고 그 다음이 34명, 27명, 19명, 13명 등의 순이었다. 수련의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는 의료기관도 순서대로 보면 35명, 33명, 25명, 7명 등의 순이었다.

의사인력 부족으로 인한 파행진료도 심각했다. 의사인력 부족 및 의사 사직 등으로 의료기관에서는 진료과 폐쇄, 진료 축소, 병동 축소, 응급실 제한 운영, 장기간 진료대기 및 예약대기, 검사 불가, 처방 불가, 진료 및 치료 지연, 환자 방치, 부실진료, 처방오류 발생, 의료사고 발생, 진료과가 다른 의사가 타 진료과 당직근무, 당직 공백, 타 지역으로 환자 전원. 의사 업무를 진료지원인력이 불법으로 대리하는 등 파행진료가 일상화되고 있었다. 

대리처방 74.07%, 대리 처치·시술 59.25%, 대리 조제 및 복약지도 70.37%
대리 동의서 서명 70.37%, 대리수술 18.51%… 의료현장의 불법의료 '심각'

(사진제공= 보건의료노조)
(사진제공= 보건의료노조)

5대 무면허 불법의료 실태도 심각했다. 31개 의료기관 중 불법의료실태 여부에 응답한 27개 의료기관 현황을 보면 ▲대리처방 20곳(74.07%) ▲대리 처치·시술 16곳(59.25%) ▲대리 수술 5곳(18.51%) ▲대리 동의서 서명 19곳(70.37%) ▲대리 조제 및 복약지도 19곳(70.37%) 등 여전히 불법의료행위가 만연하고 있었다. 

의사인력 부족으로 인해 의료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불법의료사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PA인력(진료보조인력)이 의사가 전담해야 할 업무를 광범위하게 대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31개 조사 대상 의료기관의 PA인력 현황을 보면 가장 많은 곳이 228명이었고 105명, 88명, 76명, 72명, 64명, 62명, 59명, 53명 등이 뒤를 이었다. 한 의료기관에 228명의 PA인력이 의사업무를 대리하고 있는 상황은 PA인력이 얼마나 광범위 하게 확산되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의사인력 부족과 의사들의 요청으로 PA 간호사수는 현재 계속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PA인력이 수행하고 있는 업무를 보면 검사, 처치, 시술, 수술, 봉합, 항암제 방광내 주입, 동맥혈 채취, 소아정맥주사, 항호르몬제 주사, 자가약 확인 및 처방, 특수약물 투여, 입·퇴원 처방, 입원환자 처방, 항암제·항생제·수혈·진통제·마약 처방, 정규 처방(약물, 검사, 수술, 시술, 병리 처방 등), 각종 동의서 작성·설명, 직접 회진, 환자·보호자 면담, 각종 경과기록지 작성(입·퇴원 기록, 경과 기록, 수술 전후 기록, 수술기록지, 타과 협진, 산정특례 등록, 회송의뢰서, 진단서, 소견서, 전과기록 등), ABGA(동맥혈 가스 검사) 시행 및 기록, 수술환자 PCA(통증조절장치) 제작, A-line(동맥관) 키트 제작 등 의사가 수행해야 할 거의 모든 업무를 대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간호사 면허증만 갖고 의사업무를 대리하고 있는 PA인력이 겪고 있는 고충도 심각했다. 의사면허도 없이 전문적인 의사업무를 수행해야 하고 불법의료행위에 따른 불안감과 법적 책임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

의사인력 부족으로 환자들이 입는 피해사례도 구체적으로 조사됐다. 사례를 보면 의료기관에서는 의사인력 부족으로 진료대기시간 연장, 적절한 치료 불가, 환자파악 불가, 처방 오류, 환자상태 악화, 의료사고 발생 등 심각한 환자피해 사례가 발생하고 있었다. 

또한 의사인력 부족은 의료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고 환자만족도를 떨어뜨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인력 부족은 충분한 설명 부족, 대면진료 부족, 짧고 형식적인 회진, 부실진료, 소통 부족과 알 권리 침해 등 양질의 의료서비스 제공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었다. 

보건의료노조는 “최근 응급실 뺑뺑이 사고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데 의료기관 사례조사 결과를 보면 의사인력 부족으로 인해 환자가 가까운 의료기관에서 제때에 치료받지 못하고 타 병원으로 전원을 갈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며 “의사인력 부족으로 응급실 뺑뺑이 사고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의료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사 구인난 때문에 의사인력을 확충하는 과정의 고충도 컸다. 사례조사 결과 의사인력을 구하기 어려워 울며 겨자먹기로 실력없는 의사, 나이 많은 고령 의사, 인성 논란이 있는 의사, 환자 군과 맞지 않는 타 진료과 의사 등을 채용하는 사례도 많았다. 

아울러 부족한 의사를 구하기 위해 고액연봉 제시, 파격적인 인센티브 제공, 각종 검사나 비급여 처방에 인센티브 지급, 주유비 지급, 진료실적을 기준으로 진료성과급 지급, 주차공간 지급, 30평대 아파트나 원룸 등 숙소 제공, 전세자금 이자 지원, 학회나 학술대회 및 연수교육 시 여비 지급, 법인카드 제공, 국외연수 제공, 빠른 승진기회 제공 등 다양한 지원도 제공되고 있었다. 

이번 조사에서는 의료인력 부족 때문에 의사들의 근무 여건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지도 조사됐다. 의사인력 부족 때문에 의사들은 담당환자수 증가, 업무량 과중, 장시간 근무, 당직근무, 수면부족, 피로누적 등 최악의 노동조건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의사들의 근무여건 중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과제가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의사인력 확충, 수련의 정원확대, 적정 수준의 환자배분, 업무부담 완화, 적정 근무시간 준수, 적정 휴게시간 보장, 휴일보장, 식사시간 보장, 당직근무체계 개선,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등 이 많았다.  

하지만 의사인력이 부족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대책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보건의료노조와 보건복지부는 지난 2021년 9월 적정 의사인력 배치, 의사인력의 진료환경과 근무여건 개선, 공공의사인력 양성, 지역의사제 도입, 의사인력 확충, 불법의료행위 근절, 진료지원인력의 업무범위 명확화 등에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현재 의사인력 확충에 반대하는 의사단체에 발목이 잡혀 의사인력 확충을 위한 실효성있는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보건복지부는 필수진료과 의사 부족으로 인한 사망사고와 응급실 뺑뺑이 사망사고를 계기로 의사인력 확충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폭발하고 있는데도 여전히 의사단체의 눈치만 보고 있다”며 ▲의대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을 통한 의사인력 확충 ▲대리수술, 대리처방, 대리 시술·처치, 대리 동의서 서명, 대리조제와 복약지도 등 5대 무면허 불법의료 근절 ▲직종간 업무범위 명확화 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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