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부족으로 의료사고까지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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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부족으로 의료사고까지 발생"
  • 이인문 기자
  • 승인 2023.06.21 16: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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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노조, 200개 의료기관 종사 48,049명의 보건의료노동자 실태조사 결과 '발표'
보건의료노조는 지난 8일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2023년 산별총파업 투쟁 승리 결의대회'를 열고 "간호사대 환자수 1:5로 환자안전 보장" 등을 촉구했다.(사진제공= 보건의료노조)
보건의료노조는 지난 8일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2023년 산별총파업 투쟁 승리 결의대회'를 열고 "간호사대 환자수 1:5로 환자안전 보장" 등을 촉구했다.(사진제공= 보건의료노조)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위원장 나순자 이하 보건의료노조)가 지난 1~2월 200개 의료기관에 종사하는 48,049명의 보건의료노동자가 참가한 ‘2023년 보건의료노동자 실태조사’ 응답을 분석한 결과 보건의료인력 부족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생활 만족도를 보면 인력 수준에 대한 불만족 응답이 73.3%였고 만족한다는 긍정 비율은 26.7%에 불과했다. 업무량과 노동강도에 대한 응답 또한 만족 40.2%, 불만족 59.8%로 불만족이 더 높았다. 간호사의 경우 인력 수준에 대한 만족 응답은 22.8%, 업무량과 노동강도에 대한 만족 응답은 35.7%로 전체보다 낮았다.

최근 3개월 동안 이직을 고려한 경험을 묻는 질문에 보건의료노동자의 1/3 가량이 이직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66.0%가 최근 3개월간 이직을 고려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간호사의 경우 최근 3개월 동안 이직을 고려한 적이 있다는 응답은 74.1%에 달했다.

최근 3개월간 이직을 고려한 1순위 이유로는 열악한 근무조건과 노동강도가 38.5%로 가장 많았고 낮은 임금수준(32.5%), 직장문화 및 인간관계(6.0%), 임신·출산·육아·가족돌봄(4.1%)이 뒤를 이었다.

근무조건도 열악했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50.5%가 1주에 1번 이상 식사를 거른다고 응답했다. 식사를 거르는 횟수는 1주에 1회(11.3%), 2회(11.7%), 3회(11.7%), 4회(6.2%), 5회(9.6%)로 약 10%는 주5일 근무하는 기간 동안 1차례도 밥을 먹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밥먹는 시간과 이동시간 및 휴게시간까지 포함한 평균 식사시간을 묻는 질문에 20분 미만(31.6%), 20분~30분 미만(33.2%) 등 전체 응답자의 2/3에 해당하는 64.8%가 30분 미만이라고 응답했다. 40분 이상~50분 미만(7.3%), 50분 이상(17.3%) 등 식사시간에 비교적 여유있게 식사·휴식하는 경우는 24.6%에 그쳤다.

업무량도 과중했다. “내가 담당하는 업무가 아닌 다른 업무도 처리하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54.7%로 과반이 넘었고 “업무량이 근무시간 내에 수행할 수 없을 정도로 과도하다”고 응답한 비율도 38.5%에 이르렀다. 응답자의 42.6%는 “내가 담당하는 업무 범위가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응답했다. 

3교대 근무자에게 근무조별 인력이 적정한지 묻는 질문에 긍정응답 비율은 43.1%였고 부정응답 비율은 56.9%였다. 결원 발생 시 인력충원에 대해서는 부정응답이 66.5%로 긍정응답 33.5%보다 2배 가량 많았다.

휴가와 휴식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다는 부정응답은 59.3%로 긍정응답 40.7%보다 더 높았다. 응답자의 절반에 해당하는 49.7%는 연차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연장근무에 대해 모두 보상받는다는 응답은 35.5%에 불과했고 전혀 보상받지 못하거나(27.2%)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는(34.8%) 응답이 62.0%나 됐다.

보건의료노동자들은 특히 심각한 직무소진(번아웃)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70.4%가 “나는 육체적으로 지쳐 있다”고 응답했고 64.4%는 “나는 정신적으로 지쳐 있다”고 응답했다.

“왜 일하냐고 스스로에게 물으면 월급을 받기 위해서라는 답이 나온다”는 항목에 79.6%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나는 자주 일을 그만두고 싶다고 느낀다”는 응답이 54.6%였고 “나는 내일 출근하기 싫다”는 응답은 64.5%였다.

“나는 현재 하는 업무에 대해 어떤 의미나 열정도 못 느낀다”는 응답도 40.0%에 이르렀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돌보는 보건의료노동자의 직무소진(번아웃)이 얼마나 심각한 상태인지를 말해 준다. 

코로나19 이후 위기상황에 대해 어떤 대비책이 필요하고 개선과제가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대한 응답 1순위는 ‘적정인력 확보’였다. 적정인력 확보가 필요하다는 응답은 93.5%였다.

간호사 1명이 환자 40명 보는 곳도 있어
간호사 사직률 가장 높은 곳은 35%나 돼

‘2023년 산별총파업 투쟁 승리 결의대회'에 참가한 보건의료노조 조합원들이 '보건의료인력 확충', '공공의료강화' 등의 팻말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사진제공= 보건의료노조)
‘2023년 산별총파업 투쟁 승리 결의대회'에 참가한 보건의료노조 조합원들이 '보건의료인력 확충', '공공의료강화' 등의 팻말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사진제공= 보건의료노조)

보건의료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현실은 보건의료노조가 지난 3월 31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사례조사에서도 확인됐다.

간호사 1명이 담당하고 있는 환자수가 가장 많은 경우를 보면 야간 병동 1:40, 재활의학과 1:25, 정형외과 1:21, 일반병동 1:20, 소화기내과 1:18, 혈액종양내과 1:16, 폐암센터 1:15, 호흡기내과병동 1:14, 산부인과 1:10, 중환자실 1:4 등이었다. 간호사 1명이 담당하는 환자수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도 많은 현실을 말해 준다.

높은 사직률도 이같은 인력부족 현실을 뒷받침한다. 지난 2022년 한 해 동안 간호사 사직인원과 간호사 사직률을 보면 31개 의료기관 중 가장 사직인원이 많은 곳은 228명이었고 204명, 173명, 161명, 155명 등이 뒤를 이었다.

지난해 한 해 동안 간호사 사직률이 가장 높은 곳은 35.64%(202명 중 72명)이었고 35.1%(188명 중 66명), 29.94%(187명 중 56명), 27.77%(623명 중 173명), 27.6%(275명 중 76명) 등이 뒤를 이었다.

아울러 지난해 한 해 동안 간호사를 가장 많이 채용한 곳은 377명이었고 343명, 301명, 268명, 245명 등이 뒤를 이었다. 한 의료기관에서 1년 사이에 200명이 넘는 간호사가 사직하거나 간호사의 35%가 1년 사이에 그만두는 상황은 간호사들의 사직 현상이 매우 심각한 상황임을 말해 주고 있다.

31개 의료기관의 인력부족 사례를 보면 ▲과다한 업무량과 높은 노동강도 ▲식사시간·휴게시간 사용제한 ▲휴가사용 제한 ▲갑작스런 근무표 변경 ▲줄을 잇는 사직 ▲워라벨 파괴 ▲피로누적 ▲업무 스트레스 ▲건강파괴 ▲안전사고 발생 등 보건의료노동자들이 얼마나 열악한 노동조건에 놓여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보건의료인력 부족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31개 의료기관의 사례를 보면 보건의료인력 부족은 ▲각종 의료사고 발생 ▲응급대처 불가 ▲의료서비스 질 저하 ▲충분한 설명부족 ▲직접 간호시간 부족 ▲길어지는 환자대기 시간 등 환자들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보건의료노조는 지난 20일 ‘2023년 보건의료노동자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돌보는 보건의료노동자들의 인력현실은 사실상의 인력대란 상황이다. 만성적인 보건의료인력 부족과 심각한 번아웃, 줄을 잇는 사직 등으로 의료현장은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며, 만성적인 보건의료인력 부족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충분한 인력 확충 ▲직종별 적정인력 기준 마련 ▲간호사 1명당 환자 5명 기준으로 간호등급제 개편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인력배치기준 상향 ▲의사인력 확충 및 불법의료 근절 ▲직종간 업무범위 명확화 등의 보건의료인력 확충을 요구했다.

한편 보건의료노조는 지난 1~2월 ‘2023년 보건의료노동자 실태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조사 내용은 임금, 노동조건, 인력, 의사인력, 조직운영, 노동안전보건 등으로 실태조사에는 보건의료노조 조합원이 조직돼 있는 국립대병원, 사립대병원, 지방의료원, 민간중소병원, 특수목적공공병원, 정신·재활·요양기관 등 200개 의료기관에 종사하는 48,049명의 보건의료노동자들이 참여했다.

또한 보건의료노조의 지난 3월 ‘산별총파업 요구 관련 현장 사례조사’ 내용은 인력, 의사인력, 간호간병통합서비스병동 운영, MRI·초음파 건강보험 축소 등으로 국립대병원, 사립대병원, 지방의료원, 적십자병원, 민간중소병원, 특수목적공공병원 등 31개 의료기관의 사례가 조사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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