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정보 약탈 ‘악법’…폐기만이 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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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정보 약탈 ‘악법’…폐기만이 답
  • 안은선 기자
  • 승인 2023.09.14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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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법사위, 보험업법 개정안 오는 18일 재논의키로…의료정보 오남용‧현행법 충돌 지적
무상의료운동본부‧환자단체 “민간보험사 입장만 대변하는 금융위 주장은 ‘견강부회’”비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표방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결론 내지 못하고 오는 18일 전체 회의에서 재논의하기로 했다. 해당 개정안이 개인 의료정보 오남용뿐만 아니라 현행법과의 충돌 등 법적 적합성도 문제가 됐다.

이날 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의료법 제21조2항, 약사법 제30조3항의 경우 의료 관련 정보 열람 및 제공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데, 이 개정안에서 현행법에도 ‘불구하고’라는 문구만으로 광범위한 예외를 만들어 관련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지적키도 했다.

이에 금융위원회 김소영 부위원장은 “이미 기존에 유사 입법례가 있는 상황으로 정책건강복지법에도 ‘의료법21조에도 불구하고’ 보호의무자 열람 사본 발급이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정책건강복지법’에서 말하는 ‘불구하고’의 내용은 환자 가족 등 보호자에 해당하는 사람만이 ‘불가피 할 경우’ 환자의 의료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예외적인 내용이다. ‘보험업법 개정안’에서 제공하는 수천만명의 의료정보의 경우와는 전혀 다르다.

의료민영화저지와무상의료실현을위한운동본부(이하 본부)와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한국루게릭연맹회, 한국폐섬유화환우회, 한국다발골수종환우회는 오늘(14일) 공동으로 성명을 내고 ‘보험업법 개정안’ 폐기를 촉구했다.

이들은 “여러 시민사회‧노동단체, 환자단체의 강력한 반대에도 오직 민간보험사들의 이윤을 위한 법안이 상정된 것에 분노한다”면서 “이날 회의에서 금융위는 사리에 맞지 않는 주장과 동문서답하며 민간보험사의 입장만 대변했다. 이 법안을 통과시킨다면 그 책임을 분명히 져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금융위가 ‘의료정보의 오남용, 유출 우려’에 대해 “목적 외 사용, 보관, 비밀 노출 금지 조항이 있어 이럴 경우 엄중히 처벌한다”고 발언한데 대해, 본부와 환자단체들은 “개정안의 목적외 사용 보관 금지, 비밀누설 금지조항은 ‘중개기관’에만 해당하는 것으로, 중요한 데이터베이스화 가능한 전산정보를 최종적으로 민간보험사가 가져간다는 데 있다”며 “민간보험사는 이를 이용해 보험 가입 거절, 보험료 인상, 보험금 지급 거절에 사용할 것이 자명한데, 금융위는 중개기관만 운운하며 슬쩍 넘어갔다”고 꼬집었다.

또 이들은 “중개기관의 경우도 ‘데이터3법’ 때문에 가명처리해서 목적 외 활용하는 걸 막기는 어렵다”면서 “중개기관으로 유력한 ‘보험개발원’은 민간보험사들의 출자로 설립된 연합체로 보험사 가격담합을 해 왔고, 지난 2017년엔 자체 보유 1억5천만 건의 개인정보를 가명화해 현대자동차 고객정보와 두차례 결합키도 했다”고 지적하면서 개인정보 유출과 유통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울러 이들은 “보험사들은 환자들의 의료정보를 손쉽게 축적, 가공해 이윤 창출 목적을 분명히 하고 있고 이를 ‘청구 간소화’라는 수사로 가리고 있을 뿐”이라며 “금융위 신진창 금융산업국장은 전자적 의료정보 전송 방식에 대해 ‘보험회사가 수용 가능한 안으로 통과되지 않을 경우 시스템 구축이 안된다’고 답했는데, 이는 이 법안이 민간보험사들의 요구 충족을 위한 법안임을 자백한 셈”이라고 일갈했다.

끝으로 이들은 “기업 이익을 최우선시하는 기재부 산하 금융위가 이 악법을 옹호하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국민 다수를 대변해야할 민의의 전당이라는 국회가 이 법안의 진정한 목적을 모른 체 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며 “18일에 재논의 할 게 아니라 당장 폐기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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