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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군의 베트남 양민학살 인정하라”[르포] 한국군의 베트남 양민학살 생존자 응우옌티탄과의 만남
이상미 기자 | 승인 2017.03.21 17:34
▲퐁니‧퐁넛마을 학살의 생존자 응우옌티탄

“캄투(증오). 한국 사람들을 생각하면 증오로 가득했어요.”

1968년 2월 12일. 당시 여덟 살 소녀였던 응우옌티탄은 한국군의 베트남 양민학살이 벌어졌던 퐁니‧퐁넛마을 학살의 한 가운데 있었다. 입에 한국군이 쏜 총을 맞는 남동생은 쉼 없이 피를 토했고 엉덩이에 큰 부상을 입은 오빠는 사경을 헤맸다.

오빠와 가까스로 옆 마을에 피신한 그는 또 다른 마을로 호송돼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이후 응우옌티탄이 고향마을에 돌아오기까지 10년의 세월이 걸렸다. 돌아온 뒤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그에게 학살의 기억은 여전히 선명하다. 군화 발과 총칼로 얼룩진 한국군에 대한 두려움은 그의 머릿속에 뚜렷이 새겨졌다. 

응우옌티탄은 지난 5일, 자신을 찾아온 베트남평화의료연대(이하 평연) 18기 진료단 앞에서 몸에 남은 상처를 내보였다. 움푹 파인 흉터였다. 상처의 통증은 여전히 계속된다고 했다. 

“한국의 베트남전 참전 군인들은 당시 여덟 살에 불과했던 제가 거짓말을 한다고 했죠. 하지만 그건 분명 학살이었어요. 엄청난 상처가 내 몸에 있죠. 아직도 아프고 괴로운 심정입니다.”

‘사과’보다 ‘인정’에 한 맺혔다

얼마 전 응우옌티탄은 또 다른 학살 생존자인 응우옌떤런과 베트남 평화운동 단체인 한베평화재단의 초청으로 한국을 찾았다. 사과와 위안을 기대했던 그가, 한국에서 마주한 것은 과오를 외면하는 한국인의 태도였다. 한국의 베트남 참전 군인들은 학살 당시 그가 여덟 살이었다는 이유로 그의 증언이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한국에 찾아갔을 때 한 가지 바람이 있었어요. 참전군인들이 생존자인 나에게 사과하는 것이었죠. 베트남전에서 복무했던 한국인 스님이 나에게 무릎 꿇고 사과하긴 했지만, 다른 많은 참전 군인들은 학살 자체를 외면했어요.”

민간 차원의 부정도 있지만, 이제껏 한국 정부가 베트남 학살에 대한 공식 사과를 하지 않은 것도 문제다. 조만간 선거 후 바뀔 한국의 새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자, 응우옌티탄은 “한국군의 베트남 양민학살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한국에서 응우옌티탄은 베트남 학살에 대해 사죄하고 연대의 뜻을 밝힌 한국인들을 만나기도 했다. 그들과 친구가 되는 과정에서, 탄은 학살에 대한 기억을 조금씩 치유해갈 수 있었다.

“처음에는 내가 어떻게 한국 사람과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싶었죠. 한국 사람들을 생각하면 증오로 가득했으니까요. 특히 한국남자들을 만나는 게 무서웠어요. 지금은 의사나 학생, 선생님 등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한국 사람들 중에 좋은 사람이 많이 있다는 걸 알아요. 건강검진을 해주는 등 성심성의껏 대해줬죠. 그들을 잊을 수 없을 겁니다.”

가족들 묘 만드는 것이 사명

최근 응우옌티탄에게는 즐거운 일이 있었다. 죽은 가족들의 묘를 정비한 것이다. 어머니의 시신을 학살 30년 후 사진 속에서 확인했던 그다. 어머니를 알아보지 못해 한이 맺혔던 마음은, 이제 어머니와 남동생 등 학살당한 가족들의 제사를 통해 위로받고 있다. 

그런 그에게, 죽은 가족들의 무덤을 정비하는 것은 오랜 바람이었다. 응우옌티탄의 가족을 위한 무덤 건립금이 걷힌 가운데, 지난 설날 무렵 무덤 정비가 끝났다. 이때 평연도 무덤 건립을 위한 기금을 보탰다. 

“이제 제 인생의 의미는 어머니와 남동생, 이모를 위해 제사를 지내는 거예요. 살아남은 오빠도 가족들 제사에 참여하고 있어요. 부상 정도가 심각해 몸을 움직이기 힘겨워하지만 나와 함께 해주려고 많이 노력해요.”

앞으로 그는 남은 생애 동안 죽은 이들의 넋을 기리면서 자신의 상처 또한 보듬어가겠다는 마음이다.

응우옌티탄과 평연 18기 진료단과의 대화 시간이 끝난 후, 진료단원들은 한 명 한 명 그와 포옹하며 위로와 사죄의 말을 건넸다. 베트남에 사죄하는 한국인의 방문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용서와 화합을 위한 값진 발걸음은 계속되고 있다.

▲베트남 사회적 기업 '아맙'의 권현우 공정여행팀장이 통역을 맡았다.
▲평연 김용주 회원이 응우옌티탄과 진료단원들을 위한 노래를 불렀다. 
▲대화를 마친 후 평연 진료단원들과 일일히 포옹하며 대화를 나눴던 응우옌티탄.

이상미 기자  izalam@gunch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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