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공공의료 확충 의지 의심스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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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공공의료 확충 의지 의심스러워”
  • 이인문 기자
  • 승인 2020.09.15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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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보건의료노조 나순자 위원장

코로나19 감염병 사태가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재확산되고 있다. 최근 들어 코로나19 일일 확진자수가 100명대로 낮아지기는 했지만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른 상태이다. 이에 본지에서는 보건의료노조 나순자 위원장을 만나 대구경북지역 의료현장에서의 경험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해온 우리나라 보건의료 현장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 짚어보았다. 나순자 위원장에 대한 인터뷰는 본지 김형성 논설위원이 맡아 진행했다.

- 편집자 주

지난 7월 29일 청와대 앞에서 열린 '공공의료 강화 및 코로나19 전담병원 지방의료원 지원 촉구' 기자회견에서 보건의료노조 나순자 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지난 7월 29일 청와대 앞에서 열린 '공공의료 강화 및 코로나19 전담병원 지방의료원 지원 촉구' 기자회견에서 보건의료노조 나순자 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김형성(이하 김): 바쁘신 와중에도 시간을 내주어 감사드린다. 우선 끝나지 않은 코로나19 사태부터 말씀 부탁드린다. 대구경북을 비롯한 전국적인 의료진들의 헌신적인 희생이 회자되기도 했지만 정작 구체적인 어려움과 보건의료노동환경에 대한 지적은 미흡한 편인데 코로나 기간 동안 드러난 문제점과 의료진의 헌신에 대해 말씀 부탁드린다.

나순자(이하 나): 당시 대구경북지역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얼마나 심각했나면 환자들이 폭증하면서 병상이 부족해지니까 지방의료원에 입원해있던 환자들을 모두 소개하라는 지침이 내려왔다. 그래서 지방의료원과 공공병원 등 총 67개 병원에서 일주일만에 모든 환자들을 퇴원시켰는데 절대 있어서는 안될 일이었다.

보통 지방의료원 등 공공병원에는 취약계층 환자들이 많은데 너무나 폭력적으로 이들을 병원에서 쫒아낸 것이다. 갈데도 없는 사람들을 비싼 민간병원으로 가라고 다 쫒아냈는데 현재까지 이들에 대한 통계조사가 하나도 없는 상태이다. 이들이 그 후 얼마나 치료를 잘 받았는지, 또는 사망률이 급속하게 높아지지는 않았는지 아무도 모른다. 보건의료노조에서는 당시 이들에 대한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복지부에 주장했지만 복지부에서는 여전히 복지부동하고 있다.

두번째 문제점은 평상시 지방의료원 등에서 감염병 대응과 관련된 현장교육이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훈련받은 사람도 현장에는 단 1명도 존재하지 않았다. 다만 국립중앙의료원에서는 마스크와 보호장구 등의 비축과 함께 사전에 교육과 인력이 준비돼 있었다. 이곳에서 지방에 파견나가 동선역학조사 교육을 진행하는 등 역할을 했다. 그나마 국립중앙의료원이 국가중앙병원으로서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는데, 나머지는 사태 발생 후 1주일내에 자체 매뉴얼을 만들고 동선 등을 구분해 이동식 음압병상을 만드는 등 뒤늦게 대응을 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가 감염병 대응 준비에 정말 허술했구나 하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실제로 대구경북지역에서 코로나19 사태가 터졌을 때는 마스크와 보호장구 등이 부족했고 사전교육도 전혀 돼 있지 않는 등 말 그대로 '맨땅에 헤딩'하는 격이었다. 그래서 의료인들이 '헌신'했다는 말이 나온 것이다. 준비가 전혀 돼 있지 않은 상황 속에서 1주일, 열흘만에 자체 매뉴얼을 만들어가면서 환자들을 돌보기 시작한 것이니까…

그렇게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인들의 헌신을 통해 코로나19 감염병에 대응하기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지역에서 이들에 대한 이미지가 그렇게 좋지 않았다. 가족이나 자신에게 전염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두려움도 있었고, 아이들을 유치원이나 학교에 보내면서는 주변의 눈치를 보기도 했다. '헌신'하고 있음에도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많이들 힘들어했다.

결국 보건의료노조에서 지역에 플랭카드를 걸고 나서부터 지역주민들의 인식이 바뀌기 시작했는데, 환자와 주민들이 간식도 챙겨주고 또 고마워하니까 힘든 와중에도 주위에서 인정을 해주기 시작하니까 그제야 더 힘도 내고 또 행복해했다.

김: 메르스 사태를 경험했는데는 전혀 준비가 안 돼 있었단 말인가?

나: 메르스 사태는 전국적으로 벌어진 것이 아니라 삼성 병원 등 일부 병원에서만 환자들이 발생했던 일이었다. 공공병원도 전담병원으로 몇 개만 있었고 환자들도 전체를 소개하지는 않았다. 그때는 환자들도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 조금씩 발생했다. 그런데 이번에 대구경북지역에서는 환자들이 급속하게 폭증해 이런 문제들이 발생한 것이다.

공공병원의 부족은 차치하고서라도 그나마 있는 병원에서도 시설과 장비, 교육 등 준비가 전혀 안돼 있었다. 앞으로 반복될 감염병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면 지방의료원 등 공공병원에 투자해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코로나 등 감염병 환자들과 취약계층 일반 환자들을 함께 진료할 수 있도록 동선 구분 등 시설에 대한 투자를 더 많이 해야 한다고 계속해서 주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복지부에서는 귓등으로도 안 듣고 있다.

김: 큰 병원들, 소위 Big 5 병원들은 어느 정도 역할을 했다고 보는가?

나: 처음 대구에서는 코로나19 환자들에 대한 특성을 잘 몰라서 젊은 사람들, 경증 환자들까지 다 입원시켜 정작 중환자들이 입원을 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들을 받아달라고 민간병원에 요청했는데 처음에는 일반 환자들이 안 올까봐 받아주지 않았다. 보건의료노조에서도 평소에는 큰 이익을 보면서 재난시기에 역할을 해야 하지 않느냐고 성명서를 내기도 했는데, 시기가 길어지면서 일반 환자들이 감소하기 시작하자 나중에는 손실을 보상받기 위해서라도 중증 환자들을 받아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면서 환자들을 받기 시작했다. 국가 음압병상을 운영하고 있던 민간상급종합병원에서는 처음부터 꾸준히 중증환자들을 받기는 했다.

김: 정부에서 민간병원에 강제할 수는 없는 일인가?

나: 재난시기에는 모두 동원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복지부다. 법대로 민간병원을 동원할 수 있는데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복지부에서는 민간병원에 부탁을 한다는 입장을 취했는데 그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법에 근거해 강제성을 발휘했어야 한다.

김: 소위 Big 5 병원들이 이럴 때 국민들에게 무엇을 해주었는지 생각해봤으면 한다. 평소에 그렇게 역할들을 많이 하고 있다고 자랑하고 있는데 코로나19 사태에서 한 역할들이 무엇이었는지 자문해보았으면 좋겠다.

나: 규모에 비해 그에 걸맞는 역할은 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정부의 한국형 뉴딜 정책에 공공의료 확충 빠져 있어"

"간호사들의 경우 1년 이내 퇴직 비율 42%로 굉장히 높아"

나순자 위원장
나순자 위원장

김: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공공병원의 확충과 필요성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는 것 같다. 코로나19가 또다시 재확산되고는 있지만 ‘K-방역’이라는 말처럼 방역을 잘 하고 있다는 우리나라에서도 공공의료가 취약한 지금 상태로는 대구같은 경우가 몇 곳에서 더 발생했다면 치료대응 과정에서 패닉이 왔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공공의료의 확층이라는 측면에서 변화되고 있는 부분이 있는가?

나: 그나마 다행이었던 점은 코로나19 사태가 대구에서만 크게 발생했다는 점이다. 만약 대구말고도 2∼3곳에서 더 발생했다면 우리나라도 미국이나 유럽에서 벌어진 상황과 유사했을 것이다. 환자가 발생하면 경증환자와 중증환자를 구분해 경증환자는 생활치료센터로 보내고 중증환자는 입원을 시켜야 하는데 대구에서는 초기에 그런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지 못했고, 병상 확보도 하지 못했다.

그나마 대구에서 운이 좋았던 것은 당시 대구동산병원이 다른 곳에 병원을 지으면서 환자 이송이 가능해 병원을 통째로 비우면서 중증환자들의 입원이 가능했던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는데 대구에서 공공병원은 대구의료원과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 보훈병원 등이 전담병원으로 있었지만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의 경우 재활병원으로 감염내과 의사도 없이 정형외과 의사가 환자들을 돌보는 등 시설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생활치료센터 정도의 역할밖에 할 수 없었다. 보훈병원도 마찬가지였고…

당시 대구에서는 환자들을 돌볼 수 있는 시설이나 인력이 마련돼 있지 않았는데 메르스 사태이후 중앙감염병전문병원과 권역별감염병전문병원 등의 설립을 법으로 규정하고 있었지만 지금껏 안 하고 있다가 이제야 하겠다고 말은 하고 있는데 내년도 예산안 등을 보면 현 정부가 정말로 공공의료 확충에 대한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기만 하다.

감염병 환자 폭증시 지방의료원 등 공공병원들이 취약계층 환자 등 필수 의료를 하면서 감염증 환자도 볼 수 있게 시설(동선)을 구분해야 하고 또 치료체계도 개선해야만 한다.

김: 정부가 내놓은 한국형 뉴딜에 공공의료확충이 빠져 있다는 비판이 있다. 오히려 디지털 뉴딜로서 스마트의료에 투자하겠다며 비대면디지털 기술을 의료에 도입하는 스마트 병원과 스마트 건강관리를 내세우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나: 정부가 이처럼 긴박한 시기에도 기업들의 돈벌이를 위해 보건의료정책에서도 상업적 정책만 펼쳐나가는 것에 굉장히 실망했다. 코로나19 감염병 확산 시대에 보건의료인력과 공공의료가 부족하다는 점이 확연하게 드러났는데도 정부에서 지금까지 발표한 정책에서는 공공의료를 늘리겠다는 것을 어디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스마트 병원과 스마트 건강관리 등은 모두 돈 있는 사람들을 위한 정책이고, 또한 기업들이 돈벌이 하기 위한 산업정책인 것이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돌보는 보건의료정책이라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김: 국민들 중에서는 실제 간호사들이 방호복을 입고 간호하는 것이 힘드니 비대면으로 진료를 하면 오히려 더 안전하지 않느냐고 할 수도 있지 않은가?

나: 방호복을 입어야 하는 경우는 실제 감염병전담병원에서나 있을 일이다. 스마트 병원과 스마트 건강관리가 지금 상황에서 실제 우선 순위에 해당하는가 하는 문제가 있을 수 있고, 또 비용대비 효율이라는 측면에서도 그렇게 바람직한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김: 간호사들의 경우 나이가 들면서 경력이 단절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경력 단절이 근무 환경의 문제인지, 급여의 문제도 있을 것 같고 업무가 힘들다는 점도 있을 것 같은데 왜 이러한 경력 단절의 문제가 생긴다고 생각하는가?

나: 신규 간호사들의 경우 1년 이내에 퇴직하는 비율이 42%로 굉장히 높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굉장히 두렵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환자들의 생명과 직결되는 일을 하다보니까…

학교에서 배운 것만 가지고서는 간호사 역할을 하기 어렵다. 도제 방식으로 6개월 정도 교육을 받아야 환자들을 혼자 볼 수 있는데 우리나라 병원에서는 그렇게 여유 있는 교육을 시켜주지 않는다. 워낙 인력이 부족하다보니 보통 2개월 정도, 노조가 있는 병원의 경우 노조에서는 보통 3개월 교육을 요구하고 있다. 그렇게 해도 막상 자기 혼자 환자를 보게 되면 너무 두려운 것이다.

실제 미국에서는 잘 할 때까지 현장 교육을 6개월이든, 1년이든 옆에 프리셉터가 있어서 충분히 할 수 있을 때까지 교육을 시켜주는데 우리는 인력에 대한 투자를 그렇게까지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교육자들도 자기 환자들을 보면서 신입 교육까지 시켜야만 하기 때문에 실제로 여유를 가지고 교육을 하기 힘든 측면도 있다.

또 하나는 간호 인력이 너무 부족하다는 것인데 미국에서는 법으로 간호사 1인당 환자를 4명 보게 돼 있다. 중환자실 같은 경우는 1:1이고 이게 캘리포니아같은 곳에서는 법으로 규정돼 있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 간호사가 많은 Big 5 병원같은 곳에서도 간호사 1인당 낮에는 10~12명, 밤에는 20명 가까이 봐야 한다. 그만큼 노동 강도가 세서 간호사들이 버티기가 힘이 든다. 거기에 3교대 문제까지 있고…

'태움’이라는 문제도 인력이 부족해서 생겨나는 문제이다. 실제로 내 환자들을 돌보면서 신규 간호사 교육까지 함께 시킨다면 얼마나 힘이 들겠는가? 앞으로 신규 간호사 교육을 제도화해야 하는 측면도 있고, 또 인력을 미국처럼 충분히 채용해야 하는 측면도 있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수도권 집중 현상으로 더 확대 못하고 있어"

"보건의료인력정책 보건의료인력지원법 규정대로 전문기관에서 다뤄야"

김형성 논설위원
김형성 논설위원

김: 코로나19 사태가 오래 지속되면서 상병수당에 대한 인식도 많이 달라진 것 같다. 이와함께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문제도 있는데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현재 어디까지 와 있고, 또 문제들은 없은지 궁금하다.

나: 상병수당은 건정심에서 매년 사업계획을 수립할 때마다 위원으로써 항상 요구해온 문제였다. 그럴 때마나 민주노총 사람이니까 하는 말 정도로 받아들이곤 했는데 이번에는 받아들이고 있는 무게감이 많이 달라진 느낌이다. 실제 구로콜센터나 이런 곳에서 하루 최저임금을 받으며 일하고 있는 사람들은 아프면 쉬라고 하지만, 그럴 경우 하루 일당을 받지 못하면서 소득 손실이 생겨나니까 아픈 걸 숨기고 출근해 결국 감염병을 확산시키게 된다.

복지부에서도 이런 문제를 인식해 상병수당 도입을 어느 정도 수준에서 도입할지 고민 중인데 문제는 내년도 실시도 아니고, 내년에 준비해서 내후년에 도입하겠다고 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건강보험법을 통해 건보재정으로 실시하라고 규정하고 있는 만큼 보건의료노조에서는 좀 더 빠른 시기에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면적으로 도입될 수 있도록 노력 중에 있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경우 조금 자랑하자면 보건의료노조에서 지난 2009년부터 ‘보호자 없는 병원’으로 처음 이슈화해 지난 2015년부터 건강보험 적용이 제도화돼 시행되고 있다. 암으로 입원할 경우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신청한 병원에서는 보장성이 95%나 돼 5%만 본인부담하면 된다. 입원을 해도 간병비가 안들어 너무들 좋아하고 만족도도 높다. 이런 상황이 되면 국민들이 건강보험료를 인상해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문제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원을 빨리 확대하라고 요구하고 있는데도 간호 인력이 부족해 더 이상 확대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수도권 병원에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원을 신청하게 되면 간호 인력을 더 충원해야 하는데, 이럴 경우 지방 중소병원의 간호 인력들이 수도권으로 빠져나가게 돼 병협 차원에서 수도권 병원에 신청을 하지 말라고 양해를 구한 것 같다.

더 큰 문제는 지방의 경우 노인 환자들이 더 많아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원이 수도권보다 더 많아야 하는데 간호 인력을 채용하지 못해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시행 확대를 위해서는 정부가 계획을 세워 간호사 이직을 줄이기 위한 노동조건 개선과 수도권 집중 완화, 간호 인력 확충 등 역할을 해야만 한다.

김: 지난해 국회에서 통과된 보건의료인력지원법은 현재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나: 작년에 법이 7년만에 통과했다. 이번에 전공의들도 인터뷰 과정에서 정부가 전공의특별법에 따라 5년마다 인력수급계획을 세우라고 규정돼 있음에도 단 1번도 계획을 세운 적이 없었다고 지적하는 것을 봤다. 보건의료인력지원법에서도 5년마다 실태조사를 해서 종합계획을 세워 대책을 마련하라고 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작년 4월 법 통과 이후에도 현재까지 코로나 핑계를 대면서 아무 일도 안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에 복지부와 면담하면서 전공의와 의사, 그리고 간호사 등 전체 보건의료인력의 구성이 어떠한 상태인지 각 지역별 및 전국적으로 종합분석해 각 직역별로 얼마나 부족한지, 그래서 얼마나 더 늘려야 하는지 등을 전문기관인 보건의료인력원(가칭)을 통해 국민들에게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치과에서도 전문치의제와 관련해 애초에는 소수정예로 하자고 했는데 결국 합의가 깨지면서 흐지부지돼 거의 모든 치과의사들에게 다 개방하는 것으로 바뀐 적이 있다. 그때마다 건치에서는 ‘왜 복지부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느냐’고 비판했는데 복지부는 왜 그런다고 생각하는가?

나: 복지부에서 현재 인력문제를 담당하고 있는 곳은 의료인력정책과이다. 거기에 인원이 5∼6명이 되나? 그 몇 사람이 보건의료인력 전체의 정책과 관련된 업무를 모두 하고 있는데 이건 아니라고 본다. 그래서 보건의료인력과 관련된 정책들을 전문적이고 과학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작년에 법을 만들었던 것인데, 지금까지도 복지부에서는 아무런 일도 안 하고 있는 것이다.

김: 결론은 비슷한 것 같다. 복지부내 담당부서는 책임지고 있는 업무의 분량이나 규모에 비해서 너무 작고, 또 담당자들은 여러 가지 너무 많은 일들을 하고 있는 데다가 업무에 익숙해질만하면 부서를 옮기게 되고…

나: 맞다. 그래서 의료기관평가인증원처럼 전문기관인 보건의료인력원(가칭)을 설립해 여기서 보건의료인력정책과 관련된 일들을 진행케 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제조업 종사자들은 사양산업이라 그 숫자가 줄어들 수밖에 없지만 보건의료인력은 고령화 사회로의 진입에 따라 점차 늘어날 수밖에 없다. 얼마나 더 인력증원을 해나가야 할지 전문적인 연구를 통한 정책수립이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복지부도 이에 수긍은 하고 있는데 더 이상 진척되는 일이 없으니 답답하기만 하다. 하루속히 보건의료인력원이 설립될 수 있도록 더 노력해보겠다.

김: 최근 의사파업이 마무리되긴 했지만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을 둘러싸고 논쟁이 불붙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인가?

나: 우리나라의 의사 수는 OECD 국가 중 가장 적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인구 1천명 당 OECD 국가 평균은 3.3명이지만, 우리는 한의사를 포함해도 2.3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에 반해 지난 10년 동안 병상 수는 8천 병상 이상 늘어났다. 그리고 우리나라 국민 1인당 병원진료 횟수도 OECD 국가 평균보다 훨씬 많다. 그럼에도 지난 10년 간 의대 정원은 단 1명도 증원되지 않았다.

특히 지난 10년 동안 병원에서 전공의들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PA 간호사들이 늘어나 현재 1만 명 가까이 되는데 이것만 보아도 지금 당장 전공의들이 1만 명 정도 더 필요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인 것이다. 그럼에도 의사 수가 부족하지 않다는 의협 등의 주장은 이해할 수가 없다.

물론 정부안대로 의대 정원를 늘린다고 해도 수도권 집중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만 할 것이다. 지금처럼 민간사립대 중심의 의대 정원 확대와 민간‧영리 중심의 추진방식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만큼 이를 중단하고 지역별로 공공의대를 설립하고 이를 통해 지역별 필수의료 및 공공의료 의사를 양성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또한 이렇게 배출된 이들이 수준 높은 교육을 통해 양성될 수 있도록 공공수련의료기관들을 질적으로 강화해야 하며, 지역책임의료기관으로서의 기능과 역할을 다할 수 있는 양질의 공공의료기관을 중진료권마다 설립해 배출된 지역의사들이 실제로 일할 수 있는 공간도 확보해야만 한다. 지역의사제에 대한 보완도 필요한데 의무복무 기간이 짧아 실효성을 거두기 어려운 점을 감안해 의무복무 기간을 확대하는 등 새롭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지난 7월 22일 개최된 '포스트 코로나19 의사인력 확충 방안 마련 국회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보건의료노조 나순자 위원장.
지난 7월 22일 개최된 '포스트 코로나19 의사인력 확충 방안 마련 국회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보건의료노조 나순자 위원장.

김: 마지막으로 코로나19라는 감염병 시대 보건의료노조의 역할에 대해 말해 달라.

나: 보건의료노조는 오래전부터 무상의료운동본부 등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와 의료공공성 강화 등 국민의 건강권 향상을 위한 활동을 해온 바 있다. 조금 자랑해보자면 ‘보호자 없는 병원’을 처음으로 제기해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제도화한 것, 그리고 지난해 제주영리병원의 설립 허가가 이루어졌을 때 물론 여러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한 것이긴 하지만 주도적인 활동을 통해 이를 철회시킨 것 등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다.

물론 노조인 만큼 우리 보건의료노조도 조합원들의 노동조건개선 및 임금향상 등을 통해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 보건의료노동자들은 직장에서 언제나 아픈 환자들과 함께 있기에 이들 환자들이 병원에 왔을 때 실제로 존중을 받으면서 행복하게 치료받을 수 있게끔 만드는 것 역시 우리 노조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보건의료노조는 이러한 활동에 더 열심히 나서고자 한다.

김: 오랜 시간 인터뷰에 응해주신 것 감사드린다. 지금까지는 보건의료영역에서, 특히 이명박근혜 정부부터는 의료민영화와 신자유주의 정책이 거세서 이를 막아내는 역할에 주력해왔다면 앞으로 코로나 팬더믹 시대 이후에는 단순히 반대하고 막아내는 일들이 아니라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내고 회복시키는 일들 속에서 더 많은 역할들을 할 수 있는 보건의료노조가 되길 바란다.

나: 건치와 함께(웃음)… 올초에 건정심 활동을 하면서 아동치과주치의제가 시행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보건의료노조에서도 전국민 주치의제 도입을 누누이 강조해왔지만 지금껏 시행되지 않고 있었는데 건치와 치과계의 노력으로 아동치과주치의제가 시행되는 것을 보면서 무척 반가웠고, 이게 웬일인가 싶었다. 앞으로 치과주치의제도가 더욱 확대되고 이를 기반으로 삼아 우리 노조에서도 주장하고 있는 전국민 주치의제도 하루속히 도입될 수 있기를 바란다. 언제나 함께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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