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에도…공공병원 설립예산 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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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에도…공공병원 설립예산 0원?
  • 안은선 기자
  • 승인 2020.10.29 1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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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시민사회단체, 2021년 복지부 예산안 분석 기자설명회 개최
공공‧취약계층 의료 관련 예산 박하고…의료산업 예산은 꼼수로
국민 생명 지키는 공공병원 예산 증액 요구 1인시위 등 전개도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노동시민단체가 오늘(29일)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기자설명회를 열고, 2021년 보건의료 예산 분석 및 확충 요구안을 발표했다.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노동시민단체가 오늘(29일)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기자설명회를 열고, 2021년 보건의료 예산 분석 및 확충 요구안을 발표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전 세계에서 일평균 5천 명이 코로나19로 사망하고 있고, 확진자 수는 연일 높아지고 있다. 어느 한 곳도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하지 못하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초기 방역에 성공해 확진자 수 두 자리수를 유지하고 있지만, 대구발 신천지 사태, 이태원 클럽 집단 감염 등 방심하는 틈마다 감염자 수는 무섭게 치솟았다. 전문가들이 내놓는 코로나19 종식 시기 역시 매번 늦춰지고 있다.

10%에 불과한 병상을 가진 공공의료기관들이 인력, 장비, 병상 모든 것이 태부족한 상태로 80%의 확진자 치료를 감당해 내면서, 기존의 민간 중심의 의료체계만으로는 점점 주기가 짧아지는 인수공통 감염병 유행을 막아 낼 수 없고, 그렇기 때문에 최소한의 방어선이 될 ‘공공병원’ 설립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높아졌다.

하지만 심의를 앞두고 발표된 2021년 보건복지부 예산안은 이와는 정반대로, 참담하다. 보건복지분야 총 예산 90조1,536억 원 중 공공병원 설립 예산은 ‘0원’이다. 

특히 정부는 대전의료원과 서부산의료원에 대해 예비타당성 조사(이하 예타조사)를 이유로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다. 시민사회단체는 “보건의료 위기상황에서 조차도 오히려 의료산업화에 방점이 있다”며 “겉으로 내놓은 정치적 수사와는 달리 공공의료강화에는 철저히 무관심 한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시민사회단체가 이러한 예산편성에 항의하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민석 위원장은 “예산편성은 이미 끝났다”며 변명으로 일관했다. 

이에 공공의료강화를위한노동시민단체는 오늘(29일) 오전 11시부터 참여연대 아름드리 홀에서 기자설명회를 열고 정부의 보건의료 예산을 분석하고 확충 요구안을 발표했다.

공공‧취약계층 의료에 예산 투입 소극적
인력‧시설 미비 등 고질적 문제 해결 우선

먼저 참여연대 사회경제2팀 이경민 팀장이 2021년 보건의료 예산 분석 결과를 밝혔다. 이 팀장에 따르면 보건복지 분야 총 예산은 전년 대비 9.2%인 7조6,267억 원 증가한 90조1,536억으로, 보건분야 예산은 14조219억 원으로 8.2% 증가했으나, 이는 보건복지부 총 예산과 사회복지 분야보다 증가율이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보건복지부 소관 예산 증가율은 지난해보다 더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경민 팀장

이 팀장에 따르면 전반적인 예산 구성의 문제점은 ▲공공병원 확충 예산 전무 ▲감염병 전문병원으로 지정된 3곳의 공사비만 예산 편성 ▲의료 취약 지역이나 분만실, 응급의학과 전문의 등 필수 의료 서비스 확충에 관한 예산편성에 소극적 ▲사업의 정당성과 목적이 모호한 보건산업 R&D 예산 유지 ▲건강보험 국고지원액 20% 미지급 등이다.

이 팀장은 “지역거점 공공성 강화 사업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인 2018년 633억원, 2019년 1,134억 원, 2020년 1,651억 원이었다가 내년도엔 314억 줄어든 1,337억 원을 편성했다”며 “이는 국정과제인 공공의료기관 확충 및 지역사회 중심 의료체계 강화와 지역 간 의료서비스 격차 해소와는 상반된 행보”라고 지적했다.

또 그는 “감염병 전문병원 구축의 경우도 부산을 제외한 조선대병원과 순천향대병원은 민간병원으로 감염병 전문병원이 수익성이 없기 때문에 운영이 원활할 지 우려된다”면서 “지역의료격차 해소를 위한 취약지 등의 전문의료인력 양성 예산의 경우 지난해의 절반 수준이 책정됐고, 중증외상전문진료체계 구축 사업은 전년대비 2.8%로 소폭 증액됐으나, 거의 매년 외과계 전문의, 간호사 등 인력부족 등으로 약 100억원 가까이 불용액이 발생하는 등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응급의료전공의 수련보조수당의 삭감, 공공전문진료센터 사업 예산 삭감, 외국인 근로자 등 의료지원액 삭감, 응급환자 미수금 대지급 삭감 등을 언급하며 “의료인력 부족이라는 고질적이고 근본적인 원인 때문에 사업 진행의 어려움이 있다는 점이 매년 확인된다”면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공공병원이라는 인프라 자체가 부족해, 사업의 지속성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팀장은 건강보험에 예상수입액의 일반회계 14%, 국민건강증진기금의 6%를 국고로 지원해야함에도 법의 허점을 이용해 평균 14.3%만 지급하는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예상수입액이 아닌, 전전년도 평가액, 사후정산 방식 등 법률을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업 정당성‧목적 불분명한 R&D 사업 투자는 교묘히

이어 이 팀장은 보건산업 관련 R&D 예산이 각 500억 이하로 책정됐지만, 이는 사업 예산이 500억 이상일 경우 예타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국가재정법을 교묘히 피해가기 위함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보건산업 육성 예산 내용을 보면 각 사업마다 예산이 높진 않으나, 결과나 그 목적이 모호한 사업이 다수 포진해 있는 것을 발견했다”면서 그 예로 ▲돌봄로봇 중개연구 및 서비스모델 개발 ▲포스트게놈 신산업육성을 위한 다부처 유전체 사업 ▲보건의료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사업 ▲글로벌 화장품 육성 인프라 구축 사업 ▲해외환자 유치 지원 사업 등이다.

이 팀장은  “돌봄로봇 사업의 경우, 전년대비 7억원 증가한 29억 원이 책정됐으나 지난 2년간 추진된 것은 돌봄로봇네트워크 포럼을 운영한 것에 그쳤다”며 “현재 노인돌봄정책과 지원수준이 미미해 지원이 절박한 상황이란 점에서 돌봄인프라 확충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 팀장은 “보건의료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사업은 30.5%증액된 35억 원이 책정됐으나, 법적근거 없이 사업이 시행되고 있고 민간기관에서 개인의 건강정보 등 민감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내포돼 있다”며 “추진에 앞서 윤리적 사회적 합의를 위한 노력이 수반되지 않아 이로 인한 개인정보 침해문제가 심각해질 것으로 판단된다”고 우려했다.

이외에도 그는 “글로벌 화장품 육성도 47.5% 증액된 83억 원이 편성됐는데 민간화장품 업체 지원 예산 산출 근거가 명확치 않고, 예산 사용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등 검토가 필요하다”며 “해외환자 유치의 경우도 피부미용, 성형 등 수익성 모델에 치우쳐 있고 2019년 108억 원의 불용액이 발생하고 이후에도 마찬가지인 상태로 사업유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공공병상 최소한 4만개 늘려야 감염병 방어 가능
시민사회단체, 11월 3일부터 예산증액 촉구 시위

전진한 정책국장
전진한 정책국장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전진한 정책국장은 ‘코로나19 대비를 위한 공공의료 확충과 예산 편성의 필요성’을 주제로 발표에 나서 “수익성을 우선하는 민간병원으로는 감염병 사태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어렵다는 점이 입증되고 있는 등, 코로나19 시대에 시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킬 수 있는 확실한 수단은 공공병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의 병상 수는, OECD 평균 2.5배에 달하지만 이 중 공공병상은 10%에 불과해, 지난 8월 수도권에서 200명의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 경기도의료원 6개 병원 중 300병상 이상 병원이 없어 확진자 200명으로 병상포화 문제를 겪었다”며 “전국에도 300병상 이상 지방의료원은 7군데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전 국장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의료기관 3,937곳 중 공공의료기관 수는 224곳으로 전체 5.7%이고, 공공병상 비중은 전체 10.2%로, 인구 천 명 당 1.3개 수준이다. OECD 평균은 3.0개다.

그러면서 그는 감염병 사태를 방어하기 위한 최소한의 공공병상 수를 인구 천 명 당 2,0개, 총 4만여 개 늘려야 한다고 보고, 확충 예상 비용으로 총 13조 원이 들 것으로 추산했다.

전 국장은 “당장 OECD 평균까지 끌어올릴 순 없어도 제대로 된 1차보건의료체계를 확립하고 있으면서 최소한의 공공병상을 운영하고 있는 스페인과 이탈리아 수준인 인구 천 명 당 2.0개 수준으로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국립중앙의료원 연구결과에 따르면 1개의 300병상 급성기병원을 짓는데 1,226억 원이 들고, 기존병원을 증축하는 데는 병상 당 약 3억 원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늘려야 하는 4만여 개 병상 중 2만5천 병상은 신설하고 5천 병상을 증축하고, 1만병상은 민간병원을 인수‧리모델링 할 경우, 총 13조 원이 필요하며 5년 계획으로 추진한다면 매년 2.6조 원 정도가 최소한의 공공병상 인프라 확충 예산으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전 국장은 “2021년 정부 총 예산은 2020년 본예산 대비 43조5억 원 늘어난 555조8천억 원으로, 연 2조6천억 원은 많지 않은 액수이며, 2021년 보건복지부 총 예산인 90조2천억원과 비교해도 2.9%의 비중밖에는 되지 않는 금액”이라며 “2021년 의료산업 육성 예산이 전년대비 1,227억원 증액된 6,857억 원으로 의료산업에 쏟아 붓는 예산만으로도 공공병상을 약2천2백여 개 늘릴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는 “문재인 정부는 ‘공공보건의료발전 종합대책’ 발표하며 70여개 지역책임의료기관을 지정하거나, 공공병원을 신축해 필수의료를 제공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라”고 촉구하면서 “예타조사를 이유로 공공병원 예산편성을 하지 않은 것은 핑계에 불과하고 국가재정법상 정부의 의지만 있다면 가능한 사업”이라고 규탄했다.

이어 그는 “아직 예산심의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2021년도 정부예산안은 국회에서 증액이 가능하다”고 지적하며 “국회는 지역별 선심‧쪽지 예산이 아니라 진정 시민의 생명을 지키는 예산 증액안을 내놓을 책무가 있다”고 경고했다.

이를 위해 시민사회단체들은 내달 3일부터 청와대 분수 앞에서 공공병원 확충 예산 증액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내달 6일까지를 ‘공공의료활동주간’으로 삼고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1인 시위를 진행한단 방침이다.

한편, 이날 기자설명회에 참석한 울산건강연대 김현주 집행위원장과 대전시립병원설립추진시민운동본부 원용철 상임대표는 울산과 대전시의 공공병원 설립 현황 및 문제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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