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 의사인력 국가가 직접 관리해야"
상태바
"필수 의사인력 국가가 직접 관리해야"
  • 이인문 기자
  • 승인 2020.07.24 16: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보건의료노조, 사용자단체협의회(준)와 함께 '의사인력 확충 방안 마련 국회토론회' 개최
공공의료지원센터 임준 센터장 "국립공공의대 설립 통해 독자적인 양성체계 구축해야"
'포스트 코로나19 의사인력 확충 방안 마련 국회토론회'가 지난 22일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개최됐다.
'포스트 코로나19 의사인력 확충 방안 마련 국회토론회'가 지난 22일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개최됐다.

"국립의대를 포함한 기존 의대의 정원 확대 등을 통한 인력 양성으로는 수도권 쏠림 등으로 인한 지역별 격차를 해소하기 어렵다."

의사 인력의 대도시 집중 현상을 방지하고 배출된 의사들이 지역이나 필수의료 인력으로 남게 하기 위해서는 의사 인력의 양성과 관리에 대한 국가의 핵심 역할을 복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위원장 나순자 이하 보건의료노조)과 보건의료산업사용자단체협의회(준),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서동용 의원, 정의당 배진교 의원이 지난 22일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공동으로 주최한 '포스트 코로나19 의사인력 확충 방안 마련 국회토론회'에서 국립중앙의료원 공공보건의료지원센터 임준 센터장은 '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의 방향과 역할'이라는 주제의 발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이날 두번째 발제자로 나선 임준 센터장은 "의대 또는 의전원 정원을 보면 대도시 지역이 월등히 많다고 보기 어려움에도 의대를 졸업해 의사로 배출된 이후 지역별 분포를 보면 대도시 집중 현상이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난다"며 "현재 의대에서 교과과정 개편 등을 통해 지역사회에서 일하도록 유도하고 있으나 효과는 미미한 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필수 보건의료를 담당하는 전문의 인력의 지역간 격차가 큰 상황에서 단순히 지역의 보건의료인력 확충 차원에서 의사를 양성할 것이 아니라 지역의 필수 보건의료를 담당하면서 지역보건의료사업을 선도하고 전체적인 공공보건의료 역량을 제고할 핵심 보건의료인력의 양성이 요구된다"면서 "의사집단과 대학의 강력한 카르텔을 깨고 국가가 담당해야 할 핵심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대학체제에서 의사 인력을 양성하는 틀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필요한 의사 인력을 국가가 직접 선발‧양성‧배출‧관리하는 의사 인력 양성의 파이프라인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임 센터장은 "응급, 외상, 중환자, 심뇌혈관질환, 고위험산모, 신생아, 감염병 등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관한 양질의 필수의료를 전 국민에게 평등하게 보장하기 위해서는 지역에서 필수의료서비스 제공에 관한 기획과 조정, 연계 기능을 총괄하고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보건의료 전문인력의 양성이 필요하다"며 "기존의 의대 체계로는 대부분의 의사인력이 공공적 필요가 높은 분야와 지역에서 활동하지 않고 시장의 수요가 많은 분야와 대도시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국립공공의대를 통해 독자적인 양성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준 센터장(왼쪽)과 병협 조승연 위원장
임준 센터장(왼쪽)과 병협 조승연 위원장

또한 그는 국립공공의대 설립 목적으로 ▲공공보건의료의 필요에 부응하는 최고 수준의 의학교육 및 직업 경로 제시 ▲의료의 공공성 강화 및 공공보건의료를 선도해나갈 국가의 핵심 의료전문가 양성: 국가 안전보장을 위한 핵심 자산, 공공의료사관학교로 인식 필요 ▲필수의료의 지역 공백을 메울 의료인력 양성 등을 제시하고, 지원자격으로는 ▲4년제 대학 졸업자 또는 그 이상의 학력이 인정되는자 ▲지역사회 공공의료에 관심이 있고 이에 헌신하고자 하는 자 ▲공중보건 및 국가정책수립 과정에 관심이 있고 이에 헌신하고자 하는 자 등으로 제한해 졸업 후에도 법에 따라 10년의 의무복무 기간을 부여하는 등 국가 차원에서 관리해나가야 한다고 피력했다.

"우리나라 의사 수는 OECD의 2/3 수준으로 격차 해소하는데 72년 소요"

"단순히 의사 수만 늘리는 것이 아니라 공공의사 수를 늘려야"

첫 발제자로 나선 서울대 의료관리학교실 김윤 교수는 '의사인력 정책의 방향'이라는 발제를 통해 "현재 우리나라의 의사 수는 OECD의 2/3 수준으로 현재 추세를 유지할 경우 OECD와의 격차를 완전히 해소하는데 72년이 소요될 것"이라며 "지역별 의사인력 불균등 분포를 해소하면서 필수 의료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최소 4천5백∼최대 8천7백 명의 의사인력 충원이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더불어 그는 필수의료인력 확충을 통한 지역화 방안에 대해 "시도별 부족 인력만큼 '지역의료인력정원'을 증원해 목표 인력배치수준을 달성하고, 대학 교육 비용 및 수련 비용 등을 지원해 수련 후 일정 기간 해당 지역 의료인력부족분야에서 근무토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김창엽 교수를 좌장으로 해 진행된 이날 토론회는 김윤 교수와 임준 센터장의 발제에 이어 대한병원협회(이하 병협) 노사협력특별위원회 조승연 위원장과 대한의사협회 성종호 정책이사, 보건의료노조 정재수 정책실장,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정형준 부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조원준 보건복지전문위원, 복지부 김헌주 보건의료정책관 등이 참여하는 지정토론의 순으로 진행됐다.

병협 조승연 위원장은 "의사와 간호사의 확충 문제는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지난 14년 동안 의사 정원이 동결돼 왔는데 이제는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 정형준 부위원장은 "단순히 의사를 늘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공공의료 영역에서 일하는 공공의사를 늘려야 한다"면서 “총수에서 의사가 부족한데, 더 중요한 것은 배치의 문제이다. 시장주도 중심의 공급이었던 것을 어떻게 공공주도의 공급으로 변화시킬 것인지, 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 역시 제대로 된 공공의료기관 공급과 연계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회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보건의료노조 나순자 위원장.
국회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보건의료노조 나순자 위원장.

한편 보건의료노조는 지난 23일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의과대학 정원 확충과 공공의대 설립 추진 방안을 확정·발표한 것에 대해 같은 날 성명을 발표해 "공공의대와 연계된 국립중앙의료원 기능 강화 및 공공의료기관 대규모 투자계획이 빠져 있다"며 "이날 확정한 방안이 지역필수의료 제공을 위한 인력의 양성에 초점이 맞춰져 공공보건의료에 종사할 핵심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계획이어야 함에도 계획은 모호하기만 하다"고 비판했다.

다음은 이날 보건의료노조가 발표한 성명서 전문이다.

정부-더불어민주당, 당정협의 통한 의대정원 확대 방안 발표
지역·필수 공공의료 의사인력 확충 시발점 되야

공공의대 연계된 국립중앙의료원 기능 강화 및 공공의료기관 대규모 투자계획 빠져
특정 산업분야 의과학자 양성계획 포함…지역·필수 공공의료 인력 양성 취지 벗어나
당장 시급한 의사인력 부족으로 인한 불법의료, PA문제 해결 위한 대책도 마련되어야

○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오늘(23일) 의과대학 정원 확충과 공공 의대 설립 추진 방안을 확정했다. 2022학년도부터 10년간 의과대학 정원을 4천명 늘리고 이 가운데 3천명은 지방의 중증 필수 의료분야에 의무적으로 종사하는 지역 의사로 선발한다. 이른바 지역의사제도의 시행이다.

발표된 계획은 지역 내 의사인력 부족 및 불균형 해소를 위해 현재 3,058명인 의대정원을 10년동안 한시적으로 3,458명으로 확대하여, 2022학년부터 연 400명씩 총 4,000명을 추가 양성하겠다는 것으로, 이렇게 매년 늘어난 400명 가운데 300명은 지방에서 중증 필수 의료분야 종사 양성 인재로 의무적으로 근무하게끔 하는 방안이다. 이와 함께 당정은 의대가 없는 지역에는 의대 신설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으며 의대 정원 확대와 별도로 폐교된 서남대 의대 정원 49명을 활용해 공공 의대를 설립하기 위한 입법도 추진한다고 밝혔다.

○ 주지하다시피, 한국의 의사 수는 OECD 국가들 중 가장 적은 나라에 속한다. 2019년 보건사회연구원에서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인구 1천명 당 OECD국가 평균은 3.3명이지만, 한국은 한의사를 포함해도 2.3명에 불과하다. 이마저 지역별 편차가 극심해, 서울(3.0명)을 제외하면 경기(1.6명)나 인천(1.7명) 같은 수도권도 부족한 상황이다. 의대 졸업자 수도 현저하게 적어 의사인력 부족이 가져오는 문제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의대 정원은 십수년째 제자리 걸음이었다. 졸업자 수 또한 2010년부터 인구 십만명당 8명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반면 OECD 국가들은 의사 수의 증가와 함께 의대 졸업자 수도 증가하여 2016년을 기준으로 인구 십만명당 11.9명에 이른다.

한편, 그 숫자의 부족도 부족이지만, 지역간, 종별, 진료과목별 등 불균형도 심각하다. 이러한 문제는 건강불평등의 문제로 이어져, 수도권과 지방간 치료가능사망률 격차의 발생, 중소병원 의료질 하락 등의 원인이 되어져 왔다.

○ 우리 보건의료노조(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위원장 나순자)는 그동안 필수보건의료인력 확충 문제의 심각성이 확인되었고 특히 의사인력 부족이 불법의료 등 심각한 문제를 양산하고 있는 만큼,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의료대학 설립의 필요성을 꾸준히 강조해 온 바 있다. 그런 까닭에 우리 노조는 오늘 발표된 <의과대학 정원 확충과 공공 의대 설립 추진 방안>은 부족한 의사 확충의 시발점이 되었다는 점에서 늦었지만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 그러나 이와 함께 우려 또한 큰 것이 사실이다. 오늘 추진 방안을 확정짓는 당정협의회에서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의료 인력과 병상의 부족, 지역별 의료 격차 등 보건의료 체계 전반에 대한 한계점도 드러났다"며 지역의사제도의 필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그러데 오늘 발표된 계획은 ‘지역의사제’를 수용해 교육을 할 교육기관을 국공립의대 및 공공보건의료대학으로 한정하지 않아 그 취지가 무색해 보인다. 의대정원 확대에만 지나치게 초점이 맞춘 이번 방안이 지방 사립대의 의대정원 확대로 이어져 사립대병원의 부족한 인력충원을 위한 편법으로 활용되어 지역 필수 공공보건의료인력의 확대에 도움을 주지 못할 우려가 큰 탓이다.

백번 양보하여 규모가 적은 지방의대의 의대교육의 질 담보를 위해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하면, 공공의료기관에 대한 10년간의 의무복무를 명시하여 이를 보완할 필요가 있음에도 이러한 조치는 담고 있지 않다.

○ 또한 지역의사제를 완성할 수 있게 하는 강력한 정책수단으로 공공보건의료대학의 설립이 매우 중요한데, 당장 서남의대 정원 49명으로는 그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공공의대와 연계되어야 하는 국립중앙의료원의 기능 강화 및 그 실습병원으로 되어야 하는 지방의료원 등 공공의료기관에 대한 대규모 투자계획이 동시에 추진되어야 하나 이런 내용들도 찾아보기 어렵다. 오늘의 당정협의 결과는 그래서 그 성과를 거두기 어렵겠다는 걱정이 앞서는 이유이다.

○ 한편, 정작 오늘 확정한 방안이 지역필수의료 제공을 위한 인력의 양성에 초점이 맞춰져 공공보건의료에 종사할 핵심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계획이어야 함에도 계획은 모호하기만 하다. 특히 미래 성장 동력을 창출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는 ‘의사과학자’ 양성은 바이오메디컬분야 산업에 종사할 목적의 의사양성계획으로, 지역 필수의료인력 양성이라는 본래 취지와는 한참 벗어난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의과학자 양성을 특정 의학전문대학원에 우선 배정되어 있어, 이들 의전원과 연계된 바이오헬스 산업계의 로비의 연관성조차 의심되는 대목이다.

○ 마지막으로, 의사인력 부족은 필연적으로 의료법 위반을 조장해 환자안전을 위협한다. 의사인력 부족 문제가 의사인력의 불균형 및 양극화, 의료기관내 무의촌 문제, PA문제 및 불법의료 문제 등으로 확대되어 의료기관내 여러 문제를 양산해 왔기 때문이다. 대체의 종합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서조차 진료보조인력(PA, Physician Assistant)의 ‘불법의료’ 없이는 의료기관이 돌아가지 않는 상황이며, 지방의 경우는 특히 더욱 심각한 수준이다.

그런데 오늘 발표된 추진방안이 계획대로 이뤄진다고 해도 2022년부터 의대 정원이 늘어나, 2028년에서야 그 의사들이 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때문에 현재의 불법의료 문제, PA 문제 해결은 당장이라도 별도의 대책이 시급하다.

○ 의사인력 부족 문제는 단순한 수 부족 문제를 넘어서, 지역·필수 보건의료인력의 부족 문제의 주요 원인이면서 지역간 건강불평등의 원인이기도 하다. 또한 공공의료기관의 진료의 질 저하의 원인이기도 하며 현장에서 만연한 불법의료의 문제와도 직결된다. 정부와 여당이 당정협의를 통해 기왕 의사인력 확충의 문제에 대책을 내놓았다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바른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정책의 선한 의지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정책이 시행되는 과정에서 그 선한 의지가 관철될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우리 보건의료노조는 오늘 당정협의를 통해 확정된 의사인력 확충의 계획이 보다 보완되어져 필수적인 지역 공공보건인력의 확충에 보다 집중되어지고, 공공의료 강화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핵심적 대책으로 보다 작동될 수 있어야 함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2020. 7.23.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