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가 의사 업무 대행… 불법의료 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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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가 의사 업무 대행… 불법의료 만연"
  • 이인문 기자
  • 승인 2020.08.07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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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노조, 지난 6일 기자간담회 개최… 상급종합병원 불법의료 실태 고발
보건의료노조가 지난 6일 긴급 기자간담회를 개최해 의사인력 부족으로 인해 파생되고 있는 보건의료현장의 불법의료 실태를 고발했다.
보건의료노조가 지난 6일 긴급 기자간담회를 개최해 의사인력 부족으로 인해 파생되고 있는 보건의료현장의 불법의료 실태를 고발했다.

“환자안전과 불법의료 근절을 위해서는 의사인력을 확충해야 한다.”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가 오늘(7일) 정부의 의사인력확충 계획에 반대하며 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위원장 나순자 이하 보건의료노조)이 지난 6일 긴급 기자간담회를 개최해 의사인력 부족으로 인해 파생되고 있는 보건의료현장의 불법의료 실태를 고발했다.

보건의료노조 생명홀에서 열린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보건의료노조 오선영 정책국장은 "의사인력부족으로 발생하는 의료기관 현장의 문제는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수준"이라면서 "수술과 시술, 처치, 처방, 진료기록지 작성, 주치의 당직 등 의사 업무를 이른바 PA(진료보조인력 Physician Assistant)라고 불리는 간호사 등에게 대행케 하는 것은 명백한 의료법 위반이자, 환자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전국적으로 총 1만 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는 PA는 대형병원 중에서도 특히 전공의 수급이 불안정한 과목인 외과와 내과, 비뇨기과, 산부인과, 흉부외과 등에 압도적으로 많은 상황"이라며 "최근 보건의료노조에서 진행한 실태조사 결과  8개 대학병원 PA가 기관당 평균 89.63명, 100병상당 평균 8.25명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2020년 보건의료노조 심층조사 대상 8개 대학병원 PA(진료보조인력) 조사 결과
2020년 보건의료노조 심층조사 대상 8개 대학병원 PA(진료보조인력) 조사 결과

아울러 오 국장은 "의사 수 부족으로 인해 의사업무를 대리하는 무면허 의료행위와 불법의료행위는 기실 대한민국의 모든 병원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로 의료현장에서는 특별한 비밀이 아닌,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이라면서 "정부 당국도 이러한 현실을 알고 있으며 다만 의사인력 부족으로 인해 이러한 행위를 방관하지 않고서는 의료 현장이 돌아가지 않는 상태임을 잘 아는 탓에 애써 외면하고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최근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보고자 ‘의사와 간호사간 업무분장 협의체’가 구성돼 운영된 바 있으나 현실적인 문제를 이유로 PA를 통한 '불법의료' 문제가 논의 대상에서 제외되기도 했다"며 "의사와 간호사 등의 업무범위를 명확히 구분한다 해도 결정적으로 의사 업무를 수행할 의사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개별 의료기관 내에서 획기적인 대안을 찾기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보건의료노조 한미정 사무처장(맨 왼쪽)이 사회를 맡아 진행한 이날 기자간담회는 증언자들의 신변을 보호하기 위해 가면을 쓴 채로 진행됐다.
보건의료노조 한미정 사무처장(맨 왼쪽)이 사회를 맡아 진행한 이날 기자간담회는 증언자들의 신변을 보호하기 위해 가면을 쓴 채로 진행됐다.

보건의료노조 한미정 사무처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기자간담회는 ▲의사업무 대행 PA 실태와 불법의료 실태증언(상급종합병원 A 간호사) ▲의사업무 대행 간호사 불법의료 실태증언(상급종합병원 B 간호사) ▲공공의료기관의 의사인력 부족 실태증언(지방의료원 C 간호사) ▲보건의료현장 불법의료 실태와 보건의료노조의 입장 발제(보건의료노조 오선영 정책국장)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임상 경험 5년차 정도의 간호사가 PA가 돼 의사 업무 대행"

"의사 부족 핑계로 간호사에게 대리처방 내리라고 강요"

불벌의료 실태 증언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가면을 쓴 상태에서 익명으로 진행된 이날 간담회에서 A 간호사는 "지난 2009년 산부인과와 소아청소년과, 외과 등 비인기 진료과에서 전공의가 부족해 PA를 19명 채용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 2016년에는 전공의특별법이 시행되면서부터 36명, 그리고 2017년 50명으로 증원한 이후 현재까지 계속해 증원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별도의 교육체계도 없이 해당 임상과 경험 5년차 정도의 간호사가 PA가 되어 의사 업무를 대행하는 현실이 답답할 따름”이라고 개탄했다.

B 간호사는 PA뿐아니라 간호사 역시 의사 업무를 대행하고 있는 현실을 증언했다. 그는 "의사만 접근할 수 있는 처방 프로그램에 전공의와 교수가 부족하다는 핑계로 간호사에게 의사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가르쳐주며 대리 처방을 내리라고 강요한다"며 “각종 검사와 시술, 수술을 할 경우 환자 및 보호자에게 충분한 설명을 하고 주치의가 서명을 하는 등 동의서를 받아야 하는데 병원에서는 의사 인력이 부족하니 간호사가 대충 설명하고 동의를 받으라고 아무렇지 않게 말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불법의료 실태를 증언하고 있는 B 간호사. 맨 왼쪽은 A 간호사.
불법의료 실태를 증언하고 있는 B 간호사. 맨 왼쪽은 A 간호사.

C 간호사는 공공의료기관의 의사인력 부족 실태에 대해 “지방의료원은 지역내 책임의료기관의 역할을 하기 위해 심뇌혈관계나 호흡기계 등의 의사가 있어야 하는데 배출되는 의사 수가 현저히 적어 아무리 많은 급여를 준다고 하더라도 해당 의사를 구하지 못하는 실정으로 현재 근무하고 있는 의료원에서는 소아과 의사가 없어 6개월 이상 과를 폐쇄하고 있는 상태”라면서 “지방의료원이 공공병원으로서의 역할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공공의과대학 설립을 통해 의사인력을 확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보건의료노조 나순자 위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불법의료 근절뿐아니라 코로나19 등의 감염병 대응과 필수의료 제공을 위한 의료인력 확보를 위해서라도 의사 인력 확충은 시급한 과제라면서 정부의 의사인력확충 계획에 파업으로 맞서고 있는 대전협과 대한의사협회의 태도를 비판했다.

그는 "의협에서는 지역가산제를 도입을 주장하고 있고 전공의들은 처우개선을 말하고 있지만 의사부족으로 인해 발생하는 업무공백을 간호사나 간호조무사, 의료기사 등에게 떠넘기는 관행은 반드시 근절해야 한다"며  "부족한 의료인력을 확충하기 위한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나 위원장은 "최근 정부와 여당의 ‘의대정원 확대 및 지역의사제도 추진’ 합의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의사인력을 확충하는 시발점이 됐다는 점에서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행보"라면서도 "지역별, 종별, 진료과목별 인력 불균형의 심각성을 해결하기에 이번 결정은 아쉬움이 남는다"며 ▲서남대 정원 49명만 활용하기로 한 공공의과대학 규모 전폭 확대 ▲국립중앙의료원과 지방의료원 기능 강화 및 지역의사제 교육기관 한정▲공공의료기관 의무복무기간 확대 등을 촉구했다.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는 나순자 위원장.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는 나순자 위원장.

보건의료노조는 이날 기자 간담회를 시작으로 불법의료 근절과 의사인력 확충을 위해 오는 10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11일부터는 산하 11개 지역본부별 전국 동시 공동행동을 펼쳐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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