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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갈 수 있는 치과는 없다[소곤소곤 산업구강보건] 김광수 산업구강보건원 전 이사장
김광수 | 승인 2017.03.22 11:36

한국의 산업구강보건 분야에서 활동해온 한국산업구강보건원(이사장 이흥수 이하 산구원)과 본지가 공동기획으로 진행 중인 ‘소곤소곤 산업구강보건’.  이번 연재에서는 김광수 산구원 전 이사장이 노동자 소득과 치과의료의 접근성 문제에 대해 살핀다. 

-편집자-

올 해는 산업구강보건원이 창립된 지 20년이 되는 해이다. 산구원의 전신인 산업구강보건협회부터 따진다면 창립 27주년이 되는 해이다. 건치는 창립 초부터 산업구강보건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왔다. 그 내용은 무엇인가? 바로 노동자 구강건강 문제이다. 실제로 산업활동과 관련된 구강병은 치아부식증 외에는 별로 없다.

또 직업병은 대부분 의과적인 문제이다. 그렇다면 건치가 말하는 산업구강보건이란 무엇을 뜻함인가. 바로 “노동자들의 구강건강관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서 산업구강보건원이란, 노동자구강보건원이다. 이건 아이덴티티의 문제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노동자 인구를 약 1000만 명으로 잡는다. 여기에 미취업 주부나 영유아, 아동, 학생, 군인, 노인 등을 제외한다면 성인 인구의 대부분은 노동자인 셈이다. 이 노동에는 육체노동, 사무직노동, 정신노동과, 감정노동, 영업직노동 등이 있다. 물론 불완전고용과 임시직이나 계약직도 모두 해당된다. 이들의 특징은 경제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현대사회에서는 굳이 노동자를 거론할 것도 없이 사회적 부가 모두 가진자에게로만 집중하게 돼 있다. 그래서 2%의 부자, 자본가가 사회 전체의 부의 98%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 차이는 점점 더 구조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빈익빈 부익부의 사회이고 그나마도 외세와 세계체제에 의해서 수탈당하고 있다.

이렇게 노동자가, 즉 국민의 대부분이 경제적으로 어렵다는 것을 굳이 여러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충분할 것이다. 이렇게 국민의 대부분인 노동자들은 구강병의 예방은 고사하고 당장 시급히 필요한 구강진료, 즉 치과치료를 못 받고 있다. 

어째서 국민의 대다수인 노동자가 치과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가. 치과가 없어서인가? 시간이 없어서인가? 치료가 무서워서인가? 그건 물론 아니다. 잘 알다시피 그건 돈이 없어서이다. 많은 치과의원에서는 환자들이 오지 않아서 경영이 어렵다고 한다. 병의원을 이전하거나 폐업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치과의원이 약 30%는 된다고 한다.

그런데도 왜 노동자들은 치과치료를 받지 못할까. 물론 돈이 없어서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치료비가 너무 겁나서”이다. 이건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이다. 

흔히 그 원인을 진료사치화, 과잉진료 등으로 들고 있다. 개원가에서의 진료가 사치화가 된 지도 제법 오래 됐다. 예를 들어 아말감 충전은 대학에서도 배우고 미국치과의사협회나 미국 복지부가 안전하다고 수없이 확인하였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개원가에서는 아말감 충전을 인체에 해롭다는 이유로 거부한 지도 오래 됐다.

물론 충전할 필요가 없는 치아를 우식이라고 해서 치아 개수를 속이고 충전하여 부당하게 돈을 버는 치과도 많다. 살릴 수 있는 치아도 뽑고 임프란트를 하는 치과도 많다. 이젠 이런 것들 쯤은 국민들도 다 알게 됐다. 그래서 치과의사라는 직종이 국민들에게서 가장 불신을 많이 받는 직종이 된 지도 오래 됐다. 그러니 가난한 국민들이, 가난한 노동자들이 어찌 치과를 갈 엄두를 낼 수 있겠는가.

이젠 정말 이런 실상들을 쉬쉬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다 노출시키고 모두 적나라하게 밝혀야 한다. 이런 것들이 진정으로 노동자들의 치과치료에 있어서 가장 큰 장애요인이므로 우리 노동자구강보건원에서는 적극적으로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앞장 서야한다.  

치과의원이 왜 이토록 사기꾼들의 소굴이 됐을까. 치과의사가 어째서 이토록 사기꾼들이 됐을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첫째, 치과대학 입학의 목적이, 치과의사가 되고자 하는 목적이 돈을 벌어서 물질적으로 편하게 먹고 살고자 하는 동기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목적이 아무런 의심 없이 교육된다.

대부분의 치과대학 학생이나 졸업생들의 가치관이 그렇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사람의 가치관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 2학점짜리 의료윤리학 과목을 신설한다고 해서 이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치과의사가 편하게 돈 잘 버는 직종이 되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돈 벌고자 하는 학생들이 치과대학에 입학하지 않는다. 

일반 상품의 품질은 객관적으로 검증이 되고 소비자들에 의해서도 검증이 된다. 그러나 의사의 치료라는 상품은 검증이 어렵다. 검증이 어렵기 때문에 거기서 더욱 사기가 기승을 부린다. 여기서 사기란 대개 과잉진료를 말하는데, ⓵ 없는 충치를 다섯 개 열 개 있다고 하면서 금인레이를 하는 것도 대표적인 사기이지만, ⓶ 일면 우식에 아말감보다 금인레이가 더 좋다고 하거나, ⓷ 보존이 가능한 치아를 빼고 임프란트를 하는 것도 당연히 사기이다. ⓸ 건강보험 급여대상을 비급여 재료로 처치하는 것도 물론 사기이다. 치과의원은 이렇게 사기의 소굴이다. 자본주의 시장이니까 그렇다고 하지만 장사꾼도 그런 사기를 치면 안 된다.

하물며 의사는 절대로 그래서는 안 되는 신분의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의사들이 그렇게 사기를 치니까 노동자들이 겁나서 치아가 아파도 치과를 못 가는 것이다. 그들도 치과가 그런 곳인 줄 잘 알고 있다. 

둘째, 이는 전반적인 사회의 사치풍조, 소비풍조 때문이기도 하다. 배금주의풍조라고 해도 된다. 경제는 어려운데도 빚을 내서라도 좋은 것, 멋있는 것, 깨끗한 것만을 좋아하는 잘못된 풍조들이 치과치료의 사치화 경향을 부추긴다. 의사들은 이러한 풍조를 틈타서 높은 수입을 올리고자 한다. 

셋째는 감시 감독기관의 부실이다. 이런 면에 있어서 국가가 통제 감시 감독하는 기능은 전혀 없다. 하기야 최순실박근혜의 농단이 그토록 오랫동안 가능했을 정도로 썩은 정부인 바에야 더 무엇을 기대하겠는가. 

결론적으로 해결책을 말하겠다. 의사들에게 양심적으로 진료하라고 해서 스스로 양심적이 되지는 않는다. 돈 벌기 위해서 치과의사 면허를 딴 사람들인데 돈 벌지 말라고 하면 되겠는가. 그러나 아무리 노력해도 이런 일이 계속되는 것은 진료 행위가 돈을 버는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즉 의료가 상품처럼 판매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국민 생존의 필수재인 의료는 병의원에서 돈 내고 치료받는 상품이 돼서는 안 된다.

즉 국가는 국가예산에 의해서 병원과 의원을 운영해야 하고 국민은 그에 따라 무상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 그것은 마치 초등학교를 돈 내고 다니지 않고, 학교 급식을 돈 내고 먹지 않고, 공공도서관을 돈 내고 들어가지 않고, 도로를 돈 내고 다니지 않는 것과 마차가지이다. 그것은 모두 세금에 의해서 운영돼야 하는 것들이다. 

마지막으로 가난한 사람들이 별로 세금을 낸 것이 없으니 치료받을 권리도 없지 않은가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현재 자본주의 시장사회는 구조적으로 생산, 교환, 분배과정에서 발생하는 잉여(이윤)가 자본을 가진자, 즉 자본가에게 집중되게 돼 있다. 자본주의가 발달할수록 대중 빈곤이 심화되고 빈익빈 부익부가 심화된다는 현실 자체가 그것을 증명해 준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의 세금은 대부분 기업들에게서 충당돼야 한다.

즉 법인세의 비율이 높아져야 한다는 뜻이다. 물론 국민 대중이 부유하면 소득세나 재산세로 충당할 수 있다. 그러나 이미 현재 자본주의 사회는 그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대중빈곤이 심화됐다. 결국 국가가 무능하면 국민이 괴로운 법이다. 국민이 편하기 위해서는 국가가 적극적으로 치료 부분에도 개입해야 한다는 뜻이다.

과정이야 어찌 됐건, 결국 현재 치과의사 집단은 매우 부도덕한 집단으로 국민들로부터 지탄을 받고 있다. 이에 치과의사들의 양심성 회복도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도 진료가 돈으로 거래되는 상품이 되지 말아야 이 문제가 원천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 그래야 국민의 대다수인 노동자들이 제대로 된 구강진료를 받을 수 있다. 국민의 대다수가 이용을 못하거나 혹은 사기당하는 곳이 치과의원이라면 그런 치과의원이 존재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김광수  kks@hywom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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