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치‧한‧병, 비급여 수가 신고 의무화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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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치‧한‧병, 비급여 수가 신고 의무화 반대
  • 안은선 기자
  • 승인 2021.05.04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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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4일) 4개 단체 공동 기자회견 개최…실무협의체 꾸려 공동대응 예고
“비급여 공과 평가 없이 졸속‧행정편의적 정책…심각한 의료붕괴 부를 것”
“환자 민감 비급여 진료내역 보고…사생활 침해‧비밀유지 의무 훼손” 문제
치협, 의협, 한의협, 병협 등 의료 4개 단체가 한목소리로 정부의 비급여 진료비용 신고 의무화 정책 철회를 촉구했다.
치협, 의협, 한의협, 병협 등 의료 4개 단체가 한목소리로 정부의 비급여 진료비용 신고 의무화 정책 철회를 촉구했다.

의료 4개 단체가 한목소리로, 정부의 비급여 진료비용 신고 의무화 정책이 ▲국민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을 비급여 진료비 가격비교 사이트로 격하 시키고 ▲환자 비급여 진료 내역 전면적 신고 의무화로 개인정보 노출이 우려된다고 지적하며, 정책 전면 재고를 촉구했다.

대한치과의사협회(협회장 이상훈 이하 치협), 대한의사협회(회장 이필수 이하 의협), 대한병원협회(회장 정영호 이하 병협), 대한한의사협회(회장 홍주의 이하 한의협)은 오늘(4일) 오전 11시 용산 전자랜드 2층 랜드홀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의협 이필수 회장
의협 이필수 회장

먼저 의협 이필수 회장은 정부가 비급여의 공과가 분명함에도, 국민 의료비 부담의 주범으로 지목해 신고의무화를 추진한다면 의료붕괴라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비급여는 건강보험제도 도입 당시부터 이어져 온 고질적인 저수가 구조 때문에 의료기관들이 운영을 위해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면서도, 비급여의 공(功)으로 ▲우리나라 의료를 선진국 수준으로 발전시키는 데 동기부여 ▲자유시장경제 체제하에서 의료비 급증 억제 기제로 작용 등을 꼽았다.

또 이 회장은 “비급여 진료비 신고 의무화 정책은 건강보험제도의 근간인 당연지정제 유지 근거를 정부 스스로가 훼손하는 모순을 발생시킬 것”이라며 “비급여 진료의 공과에 대한 정확한 평가와 자료를 바탕으로 합리적 대책 마련을 위한 논의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실제로 지난 2002년 10월 31일 헌법재판소는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위헌소송(99헌바76, 2000헌마505(병합) 전원재판부)에서 ▲환자의 자율적인 의료기관 선택 ▲의료기관의 급여 및 비급여 진료 제공을 당연지정제 ‘합헌’의 근거로 제시한 바 있다.

비급여 의료행위 가격비교, “의료는 최저가 쇼핑 아냐”

한의협 홍주의 회장
한의협 홍주의 회장

지난해 정부는 ‘비급여 진료비 등의 현황조사’ 관련 법령을 개정, 올해부터 모든 의료기관 비급여 진료비용을 보고토록 의무화했고, 공개대상도 지난해 병원급 3,925곳에서 올해 의원급을 포함해 6만5,464 곳으로, 공개항목도 564개에서 616개로 늘어났다.

이에 한의협 홍주의 회장은 “비급여 진료비를 조사‧보고하고, 이를 심평원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건 의료행위 자체를 상품화하는 것이며 인터넷에서 최저가 찾아 쇼핑하듯 의료를 그렇게 만드는 것”이라며 “일각에서는 민간실손보험사들의 로비로 이 정책이 추진된다는 설이 도는데, 정책 추진 결과로 어느 집단에서 이득을 볼지 자명하기 때문에 음모론이 도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홍 회장은 “항목 공개를 위해서 행위의 정의, 분류가 전제돼야 함에도 그런 것이 불분명한 행위까지 비급여 진료행위로 보고 이를 보고하라는 건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며 행정편의적 발상”이라며 “국민들의 비급여 행위에 대한 니즈를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결과적으론 의료인과 의료기관 종사자들을 단순 데이터 수집 행정요원으로 전락시킬 뿐”이라고 질타했다.

치협 이상훈 협회장도 “의료는 절대 상품화될 수 없고, 돼서도 안된다”며 “이번 정책은 의료기관 간 가격비교를 부추겨 결국 과잉진료, 부실진료의 폐해를 낳는 등 의료영리화로 가는 전초전이 될 것”이라고 거들었다.

민감정보까지 실시간 심평원에? 사생활 침해 우려

‘비급여 진료비 등의 현황조사’는 단순 행위별(코드별) 가격 등을 심평원에 등록‧제출하는 것뿐만 아니라 환자 개개인의 비급여 진료 내역을 보고하는 것까지 포함돼, 4개 단체 등은 환자민감 정보의 노출과 의료인의 비밀유지 의무를 훼손시킬 수 있는 등 위헌소지도 있다고 지적해 왔다.

의협 이필수 회장은 “단순히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않아 비급여 진료를 받는 경우도 있지만 산부인과, 비뇨의학과,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등은 환자가 사생활 때문에 개인정보 노출을 꺼려 스스로 비급여 진료를 받기도 한다”며 “정부 방침대로 모든 비급여 진료비용을 상세히 수록한 비급여 코드에 따라 심평원에 진료내역을 실시간 보고하게 되면, 환자 입장에선 자신이 어디서 무슨 치료를 받았는지 정부가 알게 된다는 점에서 매우 두렵고 염려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병협 정영호 회장
병협 정영호 회장

또 이 회장은 “예민한 자료가 행여 외부 유출이라도 된다면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불러올 우려가 높다”고 지적하면서, 국민 알권리 문제 역시 이미 병‧의원에서 비급여 진료비 일부를 원내 게시하는 점을 언급하며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병협 정영호 회장은 “대책 없이 민감한 개인정보까지 보고하고 오픈하게 될 경우 비급여 제도가 가진 장점이 없어질까 우려된다”면서 “비급여의 단점만을 강조해 정책을 추진하게 되면 보건의료인에 대한 불신감만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정 회장은 “특히 대학병원에서 이뤄지는 신의료기술도 비급여인데, 신의료기술이 나오기까지 드는 R&D 비용까지 계산해 비급여 진료비를 책정한다”며 “이해가 부족하면 국민 상대로 폭리를 취하는 게 아니냐는 오해를 살 수 있고, 이런 현장의 문제를 무시하지 말고 실질적이고, 현실적이며 실무적인 충분한 협의를 통해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저수가, 재정적 지원 등의 문제 해결을 병행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추진되는 정책에는 일단 제동을 거는 게 맞다고 생각해 참여했다”고 덧붙였다.

4개 단체 실무협의체 꾸려 “끝까지 투쟁”

치협 이상훈 협회장
치협 이상훈 협회장

치협 이상훈 협회장은 4개단체를 대표해, 협회들의 요구사항을 관철시키기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을 천명했다. 

이상훈 협회장은 “정부 추진 회의에 우리 의료 4개 단체는 처음에는 보이콧을 했지만, 암묵적 동의과정으로 넘어가는 것 같아 최소한 정부의 일방적인 추진에 말을 해보자는 심정으로 다시 참석했다”며 “정부의 일방적이고, 소비자 중심적인 태도에 의료 4개 단체가 한목소리로 합리적 협상을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협회장은 “우리의 최소한의 목소리마저 부정된다면 더욱 결연한 투지로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 4개 단체는 실무협의체를 구성해 공동대응에 나설 것을 예고하며 ▲민감 진료정보 노출 문제가 있는 비급여 진료비용 전면적 신고 의무화 즉시 중단 ▲필수의료 외 분야에 대한 정부 개입 최소화 ▲의원급 의료기관의 인력 상황 감안해 비급여 보고 및 공개사항을 임의조항으로 규율하는 제도개선 등을 촉구하며 결의를 다졌다.

치협, 의협, 한의협, 병협 등 의료 4개 단체장은 오늘(4일) 용산전자랜드 2층 랜드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급여 진료비용 신고 의무화 정책 추진을 재고할 것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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